감독
버나드 로즈 Bernard Rose

주연
샬로트 버크....안나 매든
Charlotte Burke....Anna Madden
엘리엇 스피어즈....마크
Elliott Spiers....Marc
글렌 헤들리....케이트
Glenne Headly....Kate
벤 크로스....아빠
Ben Cross....Dad
젬마 존스....사라 니콜즈 박사
Gemma Jones....Dr. Sarah Nichols

1.

11살 생일을 맞은 소녀 안나는 공책에 상상 속의 집을 그린 뒤부터 그 집을 방문하는 꿈을 연속적으로 꾸게 됩니다. 안나는 그녀가 그려넣은 그림 속의 불구 소년 마크와 꿈 속에서 친구가 되는데, 꿈이 반복될 수록 이야기는 점점 위험해지며 드디어는 안나의 현실까지 잡아먹기 시작하죠. 꿈 자체를 거부하려 하던 안나는 마크가 정말로 존재하는 소년이고 자기가 그린 그림과 꿈이 마크에게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고...

2.

이 영화의 원작인 캐더린 스토의 [마리안의 꿈]은 수많은 열성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영국 아동 문학의 고전입니다. 꿈 속에서 만난 두 아이가 친구가 된다는 온화한 내용의 판타지랍니다. 물론 해피 엔딩이고요.

제정신 박힌 사람이 이 작품을 각색한다면 안전하고 예쁜 어린이 영화가 나오겠지요? 하지만 버나드 로즈는 이 영화를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갑니다.

영화 [페이퍼하우스]는 절대로 아이들 영화가 아닙니다. 물론 기둥 줄거리는 대충 비슷해요. 두 아이가 꿈 속에서 친구가 되지요. 하지만 버나즈 로즈가 그려내는 꿈은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류의 아름다운 판타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결말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고 다 달라요.

로즈가 그려내는 안나의 꿈은 영국판 [나이트메어]입니다. 안나의 꿈 속에서는 눈먼 살인자가 망치를 휘두르고 두 아이들은 아무도 도와 줄 수 없는 텅 빈 벌판에서 살인마와 싸워야 합니다. 게다가 그 괴물이 하필이면 안나의 아빠랍니다! (프로이트 주의자들의 어딘가가 불끈 솟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버나드 로즈는 그 재미있었던 [캔디맨] 뒤에 [불멸의 연인]이나 [안나 카레니나] 따위의 '고전물'들을 만들면서 잘 쌓아놓은 명성을 까먹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지 알 수가 없어요. 여러분도 [페이퍼하우스]를 보면 제가 왜 이렇게 투덜거리는 지 알 거예요. 이 남자는 호러를 정말 잘 만들기 때문이죠! 피투성이 고어나 깜짝쇼 같은 것은 별로 없지만 그의 분위기잡는 솜씨와 비주얼은 한마디로 일급입니다. [페이퍼하우스]는 친숙한 스토리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나온 결과는 심각할 정도로 낯설어요.

3.

그렇다고 [페이퍼하우스]를 동화판 [나이트메어]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호러 파트는 눈먼 살인마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영화는 그 뒤에도 끝나려면 한참 남았거든요. 사실 뒷부분을 조금 줄이거나 통일성에 더 신경 썼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호러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끝나면 관객들은 상식적으로 종결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영화는 그 뒤에도 할 말이 많거든요. 그 때문에 양파 껍질 벗기듯 계속 종결을 되풀이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나 이 작품의 동화적 기능을 생각하면 내용 자체는 적절합니다. 안나가 꿈 속에서 보았던 등대를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충분히 로맨틱하고 초현실적이지만 그만큼 교훈적이기도 하죠. 어린 아이의 죽음을 자유를 얻는 것으로 로맨틱하게 미화하면서도 결코 그 로맨티시즘을 극단으로 몰고 가지는 않으니까요. 막나가는 호러 파트에 비해 지나치게 성숙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어딘가에 선을 긋기는 그어야 합니다.

4.

안나를 연기한 샬로트 버크의 투박한 둥근 얼굴은 헐리웃의 예쁘장한 아역배우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안나처럼 위태로운 캐릭터를 버크만큼 생생하게 연기해내기도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 친구는 정말 잘했어요. 유감스럽게도 [페이퍼하우스]가 유일한 영화지만요.

그에 비하면 성인 배우들은 좀 힘이 딸리는데,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들이 그렇게 강하게 나서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5.

아무래도 버나드 로즈는 고전음악광인 모양이죠? [안나 카레니나]와 [불멸의 연인]은 클래식 음악으로 도배를 했었고 [캔디맨]의 작곡가는 필립 글래스였죠. [페이퍼하우스]에서는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을 아주 적절하게 사용하는데, 물론 아름다운 음악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를 생각하면 상당히 의미심장하기도 해요. (98/06/26)

DJUNA

기타등등

IMDb를 체크해보니 버나드 로즈의 다음 영화인 [The Thief of Always]는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이 원작이라는군요. 아무래도 다시 정신을 차렸나봐요. 결과야 지켜볼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