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한민

주연
박해일....제우성
박솔미....장귀남
성지루....한춘배
최주봉....이장
김인문....김 노인
박원상....상구
안내상....이 기사
유혜정....태기 모
박길수....판수
김병춘....용봉거사
정만식....조 기사
이대연....김 반장
오정세....이 형사
김주령....열녀귀신
이다윗....태기
정예린....봉순

우성과 귀남

감독 김한민에 따르면 [극락도 살인사건]의 아이디어는 80년대에 떠돌던 뜬 소문에서 얻었다고 합니다. 어느 섬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섬주민 전체가 사라졌다는 거죠. 이 메리 셀레스트 풍의 미스터리에 약간의 크리스티를 첨가하면 [극락도 살인사건]이라는 영화가 완성됩니다.

영화의 시대배경은 1980년대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아시안 게임이 한창이던 1986년이죠. 낚시꾼들이 해변에 밀려온 잘린 남자 머리를 발견하고 그 머리는 극락도라는 외딴 섬의 주민의 것임이 밝혀집니다. 섬에 살았던 열일곱 명의 주민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고요.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한 달 전으로 돌아가 그 때까지 비교적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던 극락도 주민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보여줍니다.

저에게 가장 아쉬운 건 이 영화가 설정의 기반이 되는 '메리 셀레스트 미스터리'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포스터 광고 문구와 보도자료의 설정을 보고 기대를 잔뜩 품은 관객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죠. 실종 미스터리는 초반 몇 분에 잠시 등장할 뿐, 영화는 곧장 전형적인 살인범 잡기로 흘러가니까요. 그렇다고 결말에서 그 설정이 다시 활용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극락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꽤 재미있는 편입니다. 딱딱하고 산문적인 탐문수사로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적당히 멍청한 캐릭터들과 역시 적당히 자극적인 폭력행위들이 그만큼이나 적절하게 삽입된 광기와 섞여서 그럴싸한 악몽을 연출해내지요. 섬의 열녀귀신 전설과 연결된 [전설의 고향]식 분위기 역시 훌륭한 양념입니다. 추리소설과 호러의 경계선에서 피투성이 광기의 학살을 끌어가는 꼴을 보면 나름 모범적인 지알로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다 영화는 결말로 이어지는데, 영화가 제시하는 정답은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조금 맥이 풀리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해답은 '아무개는 아무개다!' 수준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되는 종류인데, 설명을 효과적으로 절약하기는 해도 지금까지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왔던 몇몇 단서들을 정말로 허망하게 날려 버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래시백으로 장황한 설명을 달아 영화의 속도를 떨어뜨리기도 하고요.

[극락도 살인사건]은 장점이 많은 추리영화입니다. 지루하지 않고 뒷맛이 강하며 아이디어도 많아요. 하지만 주제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다 살린 것 같지도 않고 너무 완벽하게 결말을 맺으려다 충분히 잡아놓은 분위기를 다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르를 정말 '지알로'로 본다면 이건 단점이 아닐지도 모르죠. (07/04/02)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화면은 위아래로 길쭉합니다. 성지루 얼굴이 거의 박해일처럼 길쭉하게 보이고 보름달도 보름달 모양이 아니죠. 씨네21을 통해 물어본 결과 오늘 답변을 받았는데, 감독의 의도랍니다. 80년대가 무대인 영화라 옛날 영화 분위기를 내느라 길쭉하게 늘렸대요. 도대체 왜요? 전 그것 때문에 도저히 집중을 못하겠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