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7) * * * 1/2

감독
오렌 펠리 Oren Peli

주연
케이티 페더스톤....케이티
Katie Featherston....Katie
미카 슬롯....미카
Micah Sloat....Micah
마크 프레드릭스....영매
Mark Fredrichs....The Psychic




케이티와 미카
케이티 페더스톤과 미카 슬롯은 3년 째 동거 중입니다. 케이티는 교사를 꿈꾸는 대학원 학생이고 미카는 데이트레이더입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꽤 비싸보이는데, 그게 과연 미카가 돈을 잘 번다는 증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미카는 그밖에도 디지털 기계들에 대한 집착이 좀 있는데, 거기에는 최신식 HD 카메라도 포함됩니다. 미카는 이 카메라로 초자연현상을 찍을 예정입니다. 케이티는 어렸을 때부터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시달렸는데 최근 들어 그게 좀 심해졌기 때문이죠. 네, [파라노말 액티비티]라는 영화는 지금 관객들이 보고있는 장면들이 미카가 그 몇 주 동안 찍은 영상들을 편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이 영화는 엔드 크레딧도 없어요.

여러분은 어리둥절할 것입니다. [블레어 윗치]가 나온 게 10년 전. 그 동안 온갖 종류의 가짜 다큐멘터리들이 호러 장르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여전히 돈 한 푼 없는 감독이 시도해볼만한 꼼수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요란한 하이프를 몰고 올 정도의 아이디어인가요? 관객들은 이 모든 속임수에 익숙해져 있지 않나요?

영화를 보면서도 확신이 안 서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예상한 것들만 나오거든요. 척 봐도 '얘들이 귀신 영화 만들려고 설정 짜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 사람들이 그 설정 속에서 사용하는 트릭들도 모두 예상가능한 것들이고요. 보다 보면 사기치는 영매들을 바라보던 해리 후디니가 된 기분이 들어요. 인내심 없는 관객들은 조바심도 날 것입니다. 초반 30분 동안 별다른 초자연현상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 뻔한 속임수를 보면서 관객들은 점점 몰입해갑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무서워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저런 걸 가지고 날 속이려 하나?' 정도의 비웃음이 더 강할 걸요. 하지만 그렇다고 심하게 짜증이 나는 건 아니니, 영화의 유머 감각은 예상 외로 풍부하고 초반 30분을 넘으면 페이스도 좋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그 설정도 보기만큼 뻔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아마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나 녹화되었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걸 호러 공식 안에 대입해 바라볼 테니까요.

영화가 호러효과를 주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침실에 고정된 카메라입니다. 첫날 밤에는 두 사람이 잠자는 장면밖에는 안 나오죠. 다른 날에는 문이 조금 움직이고 소음이 들립니다. 또 그러다 보면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요. 라벨의 [볼레로] 같아요. 같은 테마들이 계속 반복되는데 그것의 강도가 조금씩 증가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덤덤하게 보던 관객들도 어느 순간부터 자기네들이 예상보다 센 영화를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요. 역시 그렇게 튈 것 없는 트릭이라고 냉소적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효과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슬슬 사방에서 관객들이 내는 소음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비명도 있고 웃음도 있고 짜증섞인 탄식도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낮 장면의 드라마도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들의 두 주인공들은 슬슬 밤에 일어나는 일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미카의 촬영행위가 그 영향을 더 증폭시키는 게 분명해요. 그 정체불명의 존재를 자극하는 것일 수도 하지만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을 카메라를 통해 보게 되면서 불안과 공포가 증폭되는 거죠.

그리고 어느 순간을 딱 넘어서면 그 뒤로는 돌아갈 길이 없습니다. 경계선은 붕괴되고 탈출로는 막힙니다. 극장 안은 비명의 도가니입니다. 관객들은 화면 위에 펼쳐지는 뻔한 거짓말을 보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비명을 질러댑니다. 이들이 겪는 공포가 예상 외로 즐거운 것임은 고백해야겠군요. 케이티와 미카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이런 경험을 극장 개봉 때 관객들이 하게 될 수 있을까요? 전 장담 못합니다. 오렌 펠리가 [파라노말 액티비티]에서 짜넣은 공포는 슬래셔 무비의 난도질과는 달리 섬세한 것입니다. 자극 자체보다 그 자극을 기다리는 것이 더 무섭고 드러나는 공포와 폭력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만든 영화지요. 이런 영화는 관객들의 태도와 분위기, 기대에 따라 평가가 많이 달라질 수 있어요. 일반 극장개봉 때보다 영화제에서 더 호응이 좋을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점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전 이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았는데 최근 들어 관객들이 호러영화에 이렇게 신나게 반응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09/10/12)

DJUNA


기타등등

결말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제안을 따른 것이라더군요. 오리지널 엔딩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지금 결말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영화적이긴 해도 효과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