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진가신 Peter Chan

주연
주신....손나
Xun Zhou....Sun Na
금성무....지엔
Takeshi Kaneshiro....Lin Jian-Dong
장학우....니웬
Jacky Cheung....Nie Wen
지진희....몬티
Jin-hee Ji....Monty

손나와 지엔

[퍼햅스 러브]는 뮤지컬을 정당화하기 위해 극중극 형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소위 사실주의 뮤지컬이라는 거죠. 물론 여기서 '사실주의 뮤지컬'이라는 게 정말로 사실적인 영화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건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영화는 30년대 상하이를 무대로 한 뮤지컬 영화를 찍는 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감독 니웬, 니웬의 애인이고 주연 배우인 손나, 그리고 홍콩에서 온 상대 배우인 지엔. 이들이 찍는 뮤지컬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서커스 곡예사와 그 사람의 옛 애인, 곡예사의 새 애인인 서커스 단장의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주인공 세 사람의 실제 삶을 반영하죠. 손나와 지엔은 가난했던 10년 전 연인 사이였지만, 손나는 성공을 위해 지엔을 버렸습니다.

뻔하고 통속적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뮤지컬이란 게 대부분 그렇죠. 이야기는 단순하고 통속적일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춤과 음악이 들어갈 공간이 생기죠.

문제는 이 극중극이라는 형식이 춤과 노래를 터트리는 이상적인 도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노래로 이어지질 못해요.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감독이 자기네들 이야기와 여러 가지로 비슷한 세트를 만들고 분위기를 조성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든요.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30년대 상하이 뮤지컬로 밀어붙였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랬다면 더 생기발랄하고 힘있는 영화가 나왔을 겁니다. 지금은 좀 맥이 풀린 느낌이에요. 어차피 통속적인 이야기인데도, 21세기 초라는 '세련된' 시대 배경이 효과적인 신파 연기를 막기도 하고요.

캐릭터들이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군요. 특히 남자들요. 매정한 가해자로 나오는 손나는 오히려 이해가 가능한 편입니다. 그만큼 그 사람의 욕망과 동기는 단순하니까요. 하지만 여자 친구 위에서 군림하려는 감독이나 거의 찌질이 스토커 수준인 지엔은 정말 공감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배우들은 괜찮고 (심지어 천사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지진희도 자기 역할을 썩 잘 해내는 편입니다) 눈요깃거리도 꽤 있으며 진가신 특유의 러브 스토리 라인도 비교적 잘 살아 있습니다. 노래는 대부분 평범하지만 뮤지컬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엔 충분하고요. 다소 생기가 없긴 하지만 잘 만든 영화예요. 쑥스러워하면서 장르와 현실 사이의 위태로운 선을 걷는 대신 당당하게 뮤지컬 장르에 도전했다면 영화가 훨씬 좋아졌을 걸요. (05/12/27)

DJUNA

기타등등

주신은 정말 장미희를 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