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솔 바스 Saul Bass

주연
마이클 머피....제임스 R. 레스코
Michael Murphy....James R. Lesko
나이젤 대븐포드....어네스트 D. 헙스 박사
Nigel Davenport....Dr. Ernest D. Hubbs
린 프레데릭....켄드라 엘드리지
Lynne Frederick....Kendra Eldridge
앨런 기포드....엘드리지 노인
Alan Gifford....Mr. Eldridge
로버트 헨더슨....클리트
Robert Henderson....Clete
헬렌 호튼....밀드레드 엘드리지
Helen Horton....Mildred Eldridge

개미탑

[제4단계]는 솔 바스의 유일한 장편 감독작입니다. 그리고 그리 성공적인 영화도 아니죠. 바스는 인터뷰에서 스튜디오가 자기 작품을 멋대로 뜯어고쳤다고 투덜거렸는데, 사실 원래의 버전이 그대로 살아남았다고 해도 대단한 걸작이 되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냥 위대한 타이틀 디자이너의 가벼운 외도 이상은 아니에요.

그래도 영화의 아이디어는 꽤 쓸만합니다. 70년대 스타일로 구식이고 괴상하죠. 구식이라고 하지만 종말론이 한창인 지금 꽤 잘 어울리기도 해요. 지구가 천문학적인 격변기를 맞고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내용이니까요. 그 위기는 무엇일까요? 갑자기 지구의 개미 무리들이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집단 의식으로 진화했던 겁니다. 70년대엔 이런 식의 이야기가 인기였죠.

영화는 이 사태를 연구하기 위해 두 명의 과학자가 사막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어쩌다보니 개미들에게 조부모를 잃은 켄드라라는 소녀가 그들의 일행이 되고요. 그들은 사막의 연구소에서 개미와 의사소통을 시도하는데, 그러는 동안 개미의 능력은 점점 진화하고 사태는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우리가 아무리 봐도 [제4단계]를 잘 만든 영화라고 볼 수 없는 건 무엇보다 각본 때문입니다. 영화는 심오한 테마와 소재를 골랐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그 심오함을 견딜만한 깊이를 가지고 있지 않고 각본 역시 이 정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건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나레이션은 지나치게 많고 캐릭터들은 의미있는 행동은 거의 못하면서 우왕좌왕만 합니다. 그렇다고 배우들이 그 재료들을 살려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모호한 결말도 열려있다기보다는 그냥 능력이 없어 방치한 것처럼 보입니다.

솔 바스의 연출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선 인간 배우들이나 그들이 연기하는 인간 캐릭터들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는 따로 연기하는 개미들이 더 좋은 게 분명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면들에는 인간들이 나오지 않아요. 오로지 개미들만 나오죠. 특수효과를 동원한 가짜 개미들이 아니라 진짜 개미들요. 이들은 인간들을 공격하는 식의 공포영화 악당들 역할도 조금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간과 무관하게 움직입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는 드라마와 아무 상관없는, 개미 소재의 전위영화처럼 보여요.

결국 전 솔 바스가 한 편의 장편 영화만 만든 건 그가 인간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군요. 하긴 드라마를 연기하는 인간 배우들이 바스가 추구하는 미적 목표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09/12/08)

DJUNA

기타등등

개미들이 사막 한가운데에 세워놓은 탑들은 매혹적이지만 과연 그 탑들을 개미들만의 힘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어떤 기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