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이탈리아 호러 영화의 선두 주자인 마리오 바바는 그의 작품 [킬, 베이비... 킬! Operazione paura/Kill, Baby... Kill!]에서 멜리사 그랍스라는 유령을 등장시켰습니다. 악의에 찬 응시만으로 마을 사람들을 조종해 살해하는 이 유령은 하얀 드레스를 입고 하얀 공을 든 예쁘장한 금발머리 소녀였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 역을 연기한 아역배우는 발레리오 발레리라는 남자아이였답니다.)

2년 뒤인 1968년, 페데리코 펠리니는 에드가 앨런 포우의 단편들을 각색한 옴니버스 영화 [죽음의 영혼 Histoires extraordinaires/Spirits of the Dead]의 세번째 에피소드 [토비 대밋 Toby Dammit]을 연출하면서 바바의 '하얀 공을 든 금발머리 소녀'의 아이디어를 재활용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 금발머리 소녀는 주인공인 영국 영화배우 토비 대밋을 죽음으로 이끄는 악마였지요.

세월은 흐르고 흘러, 2002년이 되었습니다. [헌티드 힐 House on Haunted Hill]의 감독 윌리엄 말론은 인터넷을 소재로 한 [피어닷컴]이라는 호러영화를 만들었는데, 거기서 그는 두 이탈리아 거장이 사용했던 '하얀 공을 든 소녀'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킬 베이비 킬!]의 화면 비율은 1.85:1입니다. 캡쳐 사진이 원래 비율을 살리지 못한 건 순전히 DVD를 출시한 VCI사의 나태함 탓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독일판 DVD는 논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이라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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