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래리 코헨 Larry Cohen

주연
페어루자 보크....스테이시아
Fairuza Balk....Stacia
마이클 모리어티....짐 윌러
Michael Moriarty....Jim Wheeler
워렌 콜....워커
Warren Kole....Walker
로렌 랜든....버디
Laurene Landon....Birdy
말콤 케너드....대니
Malcolm Kennard....Danny
톰 피켓....버스 운전사
Tom Pickett ....Bus Driver
피터 벤슨....듀스
Peter Benson....Deuce
크리스티 마스든....마리
Kristie Marsden....Marie

마리와 윌러

데이빗 J. 쇼의 단편을 각색한 래리 코헨의 [지옥행 히치하이커]는 단순명료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자기 트럭에 탄 히치하이커들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마와 히치하이킹을 하며 차 주인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마가 모두 한 여자를 노린다는 것이죠. 잘만 다룬다면 엄청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 않습니까?

삑. 아닙니다. 얼핏보기에 재미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가 진짜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은 예상외로 낮아요. 그 재미있는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믿고 대충 작업하다 그 기회를 잃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죠. [지옥행 히치하이커]가 바로 그 꼴입니다.

영화는 아주 느릿느릿하게 시작합니다. 일단 고장난 버스가 등장해요. 이 버스에 탄 사람들은 친절해 보이는 트럭 운전사의 차에 타거나 버스에 남거나 걸어서 모텔까지 가는데, 이 사람들은 모두 살인마들의 마수에 걸리고 맙니다. 트럭 운전사는 히치하이커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마였고 차에 남은 사람들은 히치하이커인 연쇄살인마에게 걸려 들었으며 그 두 연쇄살인마들은 걸어간 사람이 도착한 모텔에 머무르거든요. 이렇게 요약해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이야기 같지만 사실 굉장히 지루해요. 시청자들이 오래 전에 눈치챈 설정을 온갖 뜸을 들여가며 산만하게 펼쳐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이런 장황한 소개가 아니지 않습니까? 본론으로 들어가란 말이에요!

한참 시간을 낭비한 뒤, 영화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두 살인마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으르렁거리는 거죠. 하지만 이게 말이 되는 걸까요? 뛰어난 명탐정들이 서로를 알아본다면 이해가 가겠습니다. 전문가 세계에서는 서로의 명성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연쇄살인마들이 척 보고 상대방의 별명과 이름까지 알아맞히는 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랍니까? 연쇄살인마들을 위한 온라인 카페라도 있는 거랍니까?

한참 으르렁거리다 영화는 결국 여자를 두고 두 살인마들이 벌이는 대결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 대결도 시시하기 짝이 없어요. 이미 얼굴을 다 알아봤으니 심리전이 끼어들 구석이 없습니다. 트럭에 묶인 여자 주인공 역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요. 그 결과는? 두 사람은 트럭 밖에서 신나게 서로에게 주먹을 날려댑니다. 말 다했죠.

여기엔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밝히지는 않겠지만 알아차리기 어렵지는 않아요. 그리고 전 그 반전 역시 그렇게 잘 처리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쁘지 않게 등장했다가 에피소드 내내 이리저리 질질 끌려다니는 페어루자 보크가 그냥 불쌍했고요. 단지 트럭 운전사 연쇄살인마를 연기한 래리 코헨 단골 배우 마이클 모리어티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갑더군요. 그의 느글느글한 연기도 좋았어요. (06/09/05)

DJUNA

기타등등

모리어티 이 양반, 이 영화에서도 피아노를 치고 노래도 부릅니다. 배우의 원래 장기인가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