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허버트 로스 Herbert Ross

주연
우디 앨런....앨런 펠릭스
Woody Allen....Allan Felix
다이앤 키튼....린다 크리스티
Diane Keaton....Linda Christie
토니 로버츠....딕 크리스티
Tony Roberts....Dick Christie
제리 레이시....험프리 보가트
Jerry Lacy....Humphrey Bogart
수잔 앤스파....낸시 펠릭스
Susan Anspach....Nancy Felix
제니퍼 솔트....샤론 레이크
Jennifer Salt....Sharon Lake

앨런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은 우디 앨런의 몇 안되는 희곡이고 앨런의 유일한 브로드웨이 연극 출연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공연되는 작품이지요. 오늘 다룰 영화 버전은 4년 뒤 허버트 로스가 그 희곡 버전을 각색한 것으로 우디 앨런이 각색과 주연을 담당했습니다. 우디 앨런, 다이앤 키튼, 토니 로버츠는 모두 당시 브로드웨이 캐스팅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고요. 앨런이 키튼을 처음 만난 것도 이 연극을 통해서였어요.

내용은 유명하니까 다들 아실 거예요. 젊은 영화 평론가인 앨런 펠릭스는 막 아내와 헤어졌습니다. 이혼 중 망가진 남성성을 회복하려고 발버중치는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입니다. 더듬더듬 그의 의견을 따르던 앨런은 친구 딕의 아내 린다와 사랑에 빠져 버립니다.

이 영화가 나온 건 72년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앨런이 [돈을 갖고 튀어라]와 [바나나]를 발표해 중요한 코미디 감독으로 자리매김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지요. 하지만 희곡의 판권이 팔렸을 때만 해도 앨런은 그렇게까지 유명하지 않아서 감독이 특별히 그 고정된 캐릭터에 얽매일 필요 없었고, 앨런 역시 다른 사람의 연출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물론 현대 관객들은 계속 조금씩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디 앨런 캐릭터는 우디 앨런 영화에만 나와야 할 것 같으니 말이에요.

앨런이 그에게 자연스러운 우디 앨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단지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습니다!) 키튼과 로버츠라는 앨런 캐릭터가 등장하며 굉장히 앨런다운 설정과 대사들로 가득하지만 영화는 우리가 아는 앨런의 영화와 살짝 다릅니다. 보다 열려있다고 할까요? 앨런의 상표 안에 고정되어 있는 다른 앨런 캐릭터와는 달리 이 영화의 앨런은 보다 일반화가 쉬운 보통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그건 아직 앨런 자신의 스타일이 완전히 굳어지기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여러분은 앨런의 스타일이 살짝 부족하다고 느낄 수는 있어도 허버트 로스의 영향이 특별히 강하다고 느끼지는 않을 겁니다. 하긴 로스는 그렇게까지 분명한 개성을 가진 감독은 아니었으니까요.

희곡에서 영화로 옮겨지는 동안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은 잃기도 하고 얻기도 했습니다. 잃은 건 연극적 매력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제가 이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특별히 반복하거나 하지는 않겠습니다. 얻은 건 소재와 스토리의 보다 유려한 결합입니다. 원래부터 이 영화의 소재와 이야기는 연극보다 영화에 더 잘 어울리거든요. 앨런은 영화광이고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도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잖아요. 로스와 앨런은 각색 과정 중 그 기회를 최대한 살렸습니다. 특히 [카사블랑카]를 흉내낸 결말은요.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은 영화광의, 영화광에 의한, 영화광을 위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앨런은 영화의 기적을 믿고 그 기적에 의해 삶의 방향이 정해질 수 있다고 믿는 남자입니다. [카사블랑카]의 거창한 멜로드라마가 70년대 초를 사는 한 평범한 남자의 삶으로 축소되어 그의 삶을 결정짓는다는 내용의 이 코미디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기도 하고 길거리 전도사의 절규처럼 조금은 어처구니없기도 합니다. (03/11/10)

DJUNA

기타등등

[Play It Again, Sam]은 [카사블랑카]의 유명한 대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카사블랑카]엔 그런 대사가 나오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