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허인

주연
민지....시정
조지현....송우
전수지....주영

시정

제목에서 밝히는 것처럼 만우절 이야기입니다. 만우절날 남녀공학의 아이들이 잠시 남자반과 여자반 교실을 바꾸는 장난을 치죠. 장난은 들인 공이 아깝게 순식간에 끝나지만 그러는 동안 두 명의 피해자가 생깁니다. 한 명은 같은 반 아이를 짝사랑하는 시정이라는 여학생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적인 외모와 태도로 놀림을 당하는 송우라는 남학생이죠.

두 이야기의 교훈과 성격은 조금씩 다릅니다. 시정은 무심한 장난과 조롱의 희생자입니다. 하지만 송우에게 가해진 건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이죠. 두 아이들의 입지도 많이 다릅니다. 송우는 철저한 피해자지만, 시정은 나름 꽤 인기가 있죠. 그 아이가 탈출구를 열어두고 조금만 여유있게 상황에 대처했다면 결말이 이렇게 나쁘지는 않았을 거예요. 적어도 시정 에피소드의 진짜 유익한 주제는 "융통성과 유머 감각을 키워라!"인 것 같군요.

영화는 20분 동안 지속되는 이인무 같습니다. 대칭되는 두 캐릭터, 대칭되는 두 사건, 만우절이라는 공통된 테마 때문이죠. 전 이런 형식주의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형식에 완전히 맞지 않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시정과 성우의 이야기는 성격이 다르고, 이들이 '교실을 바꾼다'라는 게임에 직접 휘말린 것도 아니며, '쁘와송 다브릴' 상징이나 결말은 지나치게 강요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냥 주제와 형식을 무시하고 드라마 자체의 가능성을 탐구했다면 더 나아졌을 거예요. 캐릭터들도 살았을 거고. 지금은 둘 다 모두 그냥 스테레오타입에 불과하거든요.

이 단편 영화가 요새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면 그건 시정을 연기한 민지(당시에는 김민지) 때문이죠. 대사 처리가 불안하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정말 예뻐요. 아까도 말했지만 얘가 조금만 여유있게 굴었어도 자기 이야기의 진짜 승자가 되었을 겁니다. 그러지 말라는 법 있나요? 만우절이잖아요! (08/05/14)

DJUNA

기타등등

네이버 독립영화관에 올라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