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주연
나라 유리아....포뇨
Yuria Nara....Ponyo
도이 히로키....소스케
Hiroki Doi....Sosuke
토코로 조지....후지모토
Jôji Tokoro....Fujimoto
야마구치 토모코....리사
Tomoko Yamaguchi....Lisa
아마미 유키....그랑마메르
Yuki Amami....Grandmammare
나가시마 카주시게....코이치
Kazushige Nagashima....Koichi
야노 아키코....포뇨의 동생들
Akiko Yano....Ponyo's Sisters

포뇨

[벼랑 위의 포뇨]는 미야자키 하야오 판 [인어공주]입니다. 조금 더 여유있게 보면 [인어공주]의 속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미야자키 식 스팀 펑크 식 판타지와 일본 문화가 가미된 사이비 속편이지요.

줄거리를 설명하기가 조금 어렵네요. 그건 이 영화가 설정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이 영화의 주인공 포뇨는 인면어에요. 사람 얼굴을 닮은 빨간 금붕어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죠. 이 존재는 해변 마을 근처의 바다 밑에서 살고 있는 과학자/마법사 후지모토의 창조물인 것 같습니다. 자기는 아버지라고 하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낳은 건지, 아니면 유전자 조작과 마법으로 창조한 존재인지는 모르겠어요. 후지모토가 포뇨의 엄마인 것처럼 말하는 초자연적인 존재 그랑마메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요. 영화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주지 않고 있어요. 이야기 자체가 완전히 해답이 제시되지 않는 수수께끼지요.

포뇨의 이야기는 [인어공주]의 전통을 따릅니다. 바닷속 세계에서 살던 ‘인어’가 벼랑 꼭대기의 집에 사는 육지세계의 소년과 사랑에 빠져서 인간이 되어 밖으로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소년 소스케는 겨우 다섯 살짜리 미취학 아동이란 말이죠. 포뇨가 몇 살인지는 몰라도 정신연령은 비슷하고요. 이런 애들이 영원한 사랑 어쩌구를 떠들고 있으니 저로서는 많이 민망할 수밖에.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이야기가 명료하지 않고 해석의 여유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생각만큼 민망하지는 않아요. 우린 여전히 포뇨와 소스케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니까요. 그 때문에 [벼랑 위의 포뇨]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꿈과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영화가 제공하는 스펙터클 역시 논리를 가볍게 뛰어넘고 있습니다. 바닷물은 마치 유동성 있는 외계생물처럼 움직이고, 멸종된 고대 생물들이 아주 가벼운 이유를 달고 튀어나오며,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수만 명이 죽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 즐거운 놀이처럼 진행되지요. 몇몇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특히 바그너를 슬쩍 표절한 광폭한 음악과 무시무시한 해일을 타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질주하는 포뇨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어요.

암만 생각해도 감동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어떤 교훈을 주는 영화도 아니고요. [벼랑 위의 포뇨]는 오히려 이치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의무감에서 해방된 애니메이터가 경쾌하게 창조해낸 광폭한 꿈과 같은 영화입니다. (08/12/03)

DJUNA

기타등등

저한테는 포뇨가 불러 일으키는 해일보다 소스케 엄마의 운전습관이 더 무섭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