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튜어트 어번 Stuart Urban

주연
기네비어 터너....타냐 칙스
Guinevere Turner....Tanya Cheex
크리스찬 앤홀트....피터 에이머리
Christien Anholt....Peter Emery
톰 벨....헨리 하딩 의원
Tom Bell....Henry Harding MP
줄리 그레이엄....유제니
Julie Graham....Eugenie
조지나 헤일....와일더스핀 양
Georgina Hale....Miss Wilderspin

1.

도덕과 윤리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보수당 하원의원인 헨리 하딩은 퍼포먼스 아티스트 + 탭 댄서 타냐 칙스가 운영하는 S&M 클럽의 존재에 이를 갈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티나를 법정까지 몰고가려고 작정한 그는 보좌관인 피터 에이머리를 위장시켜 티나의 S&M 클럽에 침투시키죠. 하지만 타냐를 점점 사랑하게 된 피터는 점점 갈등하게 되고 어쩌고 저쩌고...

2.

짐작하시겠지만 ['99 쇼걸 2]라는 제목은 폴 버호벤의 그 악명 높은 [쇼걸]과는 아무런 상관 없습니다. 그냥 국내 비디오 수입 업체가 돈 벌자고 붙인 이름이죠. 요샌 이런 데에 뭐라고 투덜거리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네요. 하긴 [변태에게 설교] 따위로 번역될 이런 제목의 영화를 누가 보겠어요.

문제가 하나 있다면 꽤 '클래시'한 고객으로 여겨지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은 비디오 가게에서 이런 제목을 발음하는 게 힘들다는 거죠. 제가 이 영화를 빌릴 때 주인 아줌마가 지었던 얼굴 표정을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군요. :-)

3.

스튜어트 어번의 이 영국 영화는 개봉 당시 꽤 요란한 화제를 뿌린 작품입니다. 물론 그 대부분은 이 영화가 소재로 삼고 있는 S&M라는 소재 때문이었어요. 영화사가 노골적으로 요란하게 꾸며댄 다양한 이벤트들도 매스컴을 장식했고요.

정말 이 영화는 다양한 S&M 행위와 다양한 페티시 도구들로 가득해요. 무대가 S&M 클럽이니 당연하지 않겠어요? 본디지, 페티시 패션, '예술을 위한 고통'이라는 딱지가 붙은 전기 고문 기타 등등 기타 등등...

하지만 영화의 내용 자체는 무척이나 건전합니다. 너무 건전해서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면 대충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조건 하에서 취향의 다양성은 인정되어야 한다." 정말 교과서적이지 않나요?

이런 건전한 목표 때문에 S&M 버전 [크루징]을 연상시키는 도입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분위기는 오히려 [풋 루즈]에 가깝습니다. 피터가 타냐 쪽으로 돌아서는 것도 피터가 S&M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타냐에 대해 로맨틱한 감정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여기서부터는 거의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주류 코미디와 다른 게 있다면 타냐가 레즈비언이고, 피터가 타냐의 남편이 되는 대신 정식 '바닐라 섹스' 파트너 중 한 명이 된다는 정도겠죠.

4.

S&M 애호가들에게 이런 장면들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전 어쩔 수 없는 국외자니까요. 그나마 조금 익숙한 페티시 패션 측면에서 이 소재에 접근할 수 있을 뿐인데 그것도 그리 대단치는 않아요.

그래도 비주얼을 장식하는 많은 장치들은 꽤 흥미로워요. 그런 클럽엔 아마 평생 가보지 못할 저 같은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간접 경험을 쌓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다. 주류 사회의 위선을 비꼬는 농담 몇 개는 먹히고요.

그러나 영화는 너무 온화하고 정상적이며 모두가 아는 이야기만 합니다. 그게 과격한 비주얼과 대조가 되어 조금 재미있을 수는 있겠지만 저같은 국외자 관객들은 이런 영화에서 S&M이라는 주제에 대한 보다 깊은 이야기를 바라기 마련이지요.

결국 저는 이 영화를 위한 관객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죠. 소재를 깊이 즐기지도 못하고 내부 관객들한테는 이미 지겨울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또 한번 해달라고 조르는 꼴이니까요.

5.

제가 이 영화를 빌려다 본 진짜 이유는 주인공 타냐 칙스를 연기한 기네비어 터너 때문이었습니다. 이 친구가 주연한 영화가 국내에서 정식으로 출시되었다는 게 너무나도 재미있었기 때문이죠. :-)

야구 모자를 거꾸로 쓴 털털한 모습만 보다가 요란하게 화장한 도미너트릭스로 나오는 걸 보니 기분이 참 이상하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꽤 어울려요. 요새 터너는 [베티 페이지를 위한 발라드]라는 영화에서 페이지 역을 할 예정이라니까 이 영화의 도미너트릭스 역은 페이지 역을 위한 좋은 연습일 수도 있을 거예요.

참, 이 사람 가슴이 나오는 몇몇 장면은 대역이랍니다. 피어싱 때문이라나요.

6.

별점을 몇 개나 주어야 할까요? 두 개 반 이상은 곤란합니다. 하지만 별 하나나 하나 반 같은 걸 주기엔 너무나도 영화가 건전하군요. 어번은 불공평하다고 항의할 지 모르지만 전 잔인하게 별 두 개 반을 주겠습니다. (99/03/13)

DJUNA

기타등등

'필름스' 링크가 걸려있지 않지만 개봉/출시작입니다. 비디오 CD로도 나왔고요. 도대체 언제 개봉했냐고요? 저도 몰라요. '극장 개봉작'이라는 딱지를 순진하게 믿고 버티는 거죠. 아마 스포츠 신문 같은 데 광고 조금 내고 동네 극장에서 일주일 쯤 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