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팀 웰런 Tim Whelan

주연
로렌스 올리비에....토니 맥베인
Laurence Olivier....Tony McVane
랠프 리처드슨....찰스 해몬드
Ralph Richardson....Charles Hammond
발레리 홉슨....케이 로렌스
Valerie Hobson....Kay Lawrence
조지 쿠존....젱킨즈
George Curzon....Jenkins
조지 메릿....바렛
George Merritt....Barrett
거스 맥노튼....블랭킨솝
Gus McNaughton....Blenkinsop
데이빗 트리....맥켄지
David Tree....Mackenzie
산드라 스톰....대프니
Sandra Storme....Daphne

[사라진 비행사들]이 나온 해는 1939년. 유럽의 분위기는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정치 스릴러가 그렇게 유행했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죠. 소재가 워낙 많았으니까요.

[사라진 비행사들] 역시 그런 유행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에릭 앰블러의 진지한 스릴러들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보다 공상적이고 황당하며 가볍습니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스토리는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비행기 실종사건입니다. 세 명의 캐릭터들이 이 사건에 말려들죠. 약간 맹해보이지만 유능한 탐정인 정보부의 찰스 해몬드 소령, 해몬드와는 달리 진짜 맹하지만 그래도 정의감에 불타는 조종사인 토니 맥베인, 해몬드의 동생인 야무진 민완 기자 케이 로렌스. 셋은 주변 사람들의 욕을 바가지로 먹으면서 이 실종 사건의 진상을 캐기 시작합니다.

사건의 진상은? 정체가 아리송한 외국의 첩자들이 007식 첨단 기계로 정보를 빼내고 있었던 거죠. 더 이상 자세히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트릭은 아닙니다. 더 나쁜 건 그 진상을 중간에 밝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작자들은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스토리의 김을 빼버렸습니다. 비행기의 신비로운 실종을 전면에 딱 깔고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더라면 훨씬 박진감이 넘쳤을텐데요. 진상을 모르고 봤다면 훨씬 더 흥미진진했을 부분들이 많거든요. 나오는 악당들도 구식 1차 세계대전 스파이물 식의 '외국인 악당' 스타일이어서 뒤에만 잠시 나오는 게 더 나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원래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죠. 이 영화가 더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영국식의 무덤덤한 추리 코미디입니다. 악당은 부차적입니다. 조금 덜 떨어져 보이는 세 주인공들이 티격태격하면서 사건에 접근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거죠.

정말 좋은 세 배우(로렌스 올리비에, 랠프 리처드슨, 발레리 홉슨) 때문에 그 과정은 재미있습니다. 엄청나게 빛이 날 정도는 아니더라도 캐릭터들 역시 귀엽고요. 올리비에와 리처드슨 또는 올리비에와 홉슨이 툭탁거릴 때는 구식 스크루볼 코미디식 치고박기가 이어지는데, 모두 말발에는 질 리가 없는 사람들이라 결과는 생산적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각본의 헐거움이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각본이 더 야무졌다면 코미디도 더 살았을 겁니다. 스릴러가 헐렁하다보니 세 주인공이 엮어지는 과정도 헐겁습니다. 해리스 소령은 능력에 비해 하는 일이 별로 없고, 맥베인의 마지막 모험도 비교적 동떨어져 있는 것 같거든요. 이런 식의 구식 영국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한테는 유쾌한 영화였겠지만, 훨씬 더 나아질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00/02/21)

DJUNA

기타등등

로렌스 올리비에와 발레리 홉슨이 툭탁거리는 부분은 [X 부인의 이혼]에서 올리비에와 오베론이 툭탁거리는 장면이 자꾸 연상되더군요. 하긴 두 영화에서 올리비에의 문제점은 같습니다. 도대체 현대 여성들한테 적응을 못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