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테일러 핵포드 Taylor Hackford

주연
제이미 폭스....레이 찰스
Jamie Foxx....Ray Charles
케리 워싱턴....델라 비 로빈슨
Kerry Washington....Della Bea Robinson
레지나 킹....마지 헨드릭스
Regina King....Margie Hendricks
클리프턴 파웰....제프 브라운
Clifton Powell....Jeff Brown
해리 레닉스....조 아담스
Harry Lennix....Joe Adams
보켐 우드바인....팻헤드 뉴먼
Bokeem Woodbine....Fathead Newman
앤자누이 엘리스....메리 앤 피셔
Aunjanue Ellis....Mary Ann Fisher
샤론 워렌....아레사 로빈슨
Sharon Warren....Aretha Robinson
C.J. 샌더스....어린 레이
C.J. Sanders....Young Ray Robinson
커티스 암스트롱....아흐메트 에르테군
Curtis Armstrong....Ahmet Ertegun
리처드 쉬프....제리 웩슬러
Richard Schiff....Jerry Wexler
라렌즈 테이트....퀸시 존스
Larenz Tate....Quincy Jones
테렌스 다숀 하워드....가시 맥키
Terrence Dashon Howard....Gossie McKee
데이빗 크럼홀츠....밀트 쇼
David Krumholtz....Milt Shaw
웬델 피어스....윌버 브래스필드
Wendell Pierce....Wilbur Brassfield

레이 찰스

테일러 핵포드는 레이 찰스 전기 영화의 판권을 87년에 샀다고 합니다. 87년이면 그의 또다른 음악인 전기 영화인 [라 밤바]가 나온 해지요. 아마 당시 그는 미국 음악인의 전기 영화들을 시리즈로 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아 이 영화 [레이]가 나올 때까지는 십여 년을 기다려야 했지만 개봉 시기는 오히려 지금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레이 찰스는 이 영화가 완성되자 마자 죽었으니까요. 죽어가는 노인네에게 자신의 삶을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죽은 뒤에는 그 사람의 삶을 다른 사람들이 추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셈이지요.

영화 [레이]는 레이 찰스가 음악계에 데뷔한 1948년부터 약물 중독으로 재활원에 들어간 1966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동안 그는 결혼을 하고 바람을 피우고 옛 친구를 사귀었다가 잃고 몇몇 기념비적인 음악을 만들더군요. 전 레이 찰스의 삶에 대해서는 많은 걸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영화의 이야기는 꽤 충실할 것 같습니다. 영화의 생김새부터 그래 보이기 때문이지요. 테일러 핵포드의 이 영화는 우직하고 단순하며 치장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레이 찰스의 삶을 재구성하는 목적에 비하면 예술가의 자존심은 덜 중요하다 이거죠.

영화는 조금 자서전처럼 보입니다. 아마 정말 레이 찰스의 입김이 들어갔을지도 몰라요. 레이 찰스는 이 영화의 기획에 처음부터 참여했고 음악을 담당했고 주연배우 제이미 폭스에게 모델이 되어주었으며 점자로 옮긴 각본도 읽었으니까요. 분명 이야기가 틀어지면 언급하고 바로 잡아주기도 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레이 찰스를 예찬만 하는 영화라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영화는 그의 단점들을 지적하고 언급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요. 그는 훌륭한 예술가지만 바람둥이이고 마약 중독자이며 종종 친구들과 가족에게 지나치게 매정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비교적 자신에 솔직한 자서전처럼 느껴집니다. 그 자서전적인 느낌은 레이 찰스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을 묘사하는 시점에서 더욱 두드러져요. 이들이 등장하는 부분에 이르면, 영화는 레이 찰스를 대신해서 용서를 구하거나 변명을 하거나 예찬을 합니다.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묘사는 조금 무디다는 느낌을 주죠. 아마 그들은 영화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고민이 많고 입체적인 인물들이었을 겁니다.

[레이]라는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테일러 핵포드는 레이 찰스에게 충분히 냉정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냉정한 쪽은 과거의 자신을 돌이켜보는 레이 찰스 자신이었겠죠. 핵포드는 존경하는 주인공의 말을 받들어 그의 삶을 미화없이 재구성하지만 그 이상의 비판과 해석을 가할만큼 간이 크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는 영화 내내 주인공 레이 찰스를 통제하지 못하고 뒤만 쫓게 되지요. 그 결과 그가 만든 최종 결과물은 사실적인 전기물보다는 음악가에 대한 도식적인 장르 영화에 더 가까워집니다.

그래도 영화는 여전히 꽤 재미있고 2시간 반의 러닝타임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다소 뻔하고 얌전한 내용이나 핵포드의 몰개성적이고 단순한 연출 때문이 아니라 제이미 폭스의 현란한 레이 찰스의 모사와 연기, 그리고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음악 때문인 것 같아요. (05/02/04)

DJUNA

기타등등

그러고보니 전 레이 찰스의 모습을 아주 최근에 [못말리는 유모]에서 보았군요. 영화에 그 장면이 나왔으면 엄청 안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