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웨스 크레이븐 Wes Craven

주연
레이첼 맥애덤스....리사 라이서트
Rachel McAdams....Lisa Reisert
킬리언 머피....잭슨 리프너
Cillian Murphy....Jackson Rippner
브라이언 콕스....아빠
Brian Cox....Dad
제이마 메이스....신시아
Jayma Mays....Cynthia
잭 스칼리아....찰스 키프
Jack Scalia....Charles Keefe
브리타니 옥스....레베카
Brittany Oaks....Rebecca
티나 앤더슨....레베카의 엄마
Tina Anderson....Rebecca's Mom

리사와 잭슨

웨스 크레이븐의 신작 [나이트 플라이트]는 욕심이 없는 소품입니다. 엄청나게 대단한 아이디어도 없고 특수효과도 없고 이야기의 스케일도 작습니다. 주연인 레이첼 맥애덤스와 킬리언 머피는 모두 좋은 배우들이지만 아직 일급 스타는 아니고요. 게다가 짧습니다. 엔드 크레딧까지 다봐도 85분밖에 안 걸려요. 게다가 그 엔드크레딧이 상당히 길답니다. 이름들 사이의 공간이 보통 영화의 세 배는 되는 것 같아요.

웨스 크레이븐은 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없이 빨리 찍기의 자유를 누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각본도 거의 고치지 않고 감독의 에고를 과시할 생각도 없이 그냥 질주하는 것이죠. 건강하고 눈치빠른 배우들과 스탭들을 믿으면서요.

[나이트 플라이트]의 이야기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첫 번째 부분에서 주인공 호텔리어인 리사는 공항에서 잭슨이라는 괜찮은 남자를 만나 가까워집니다. 어쩌다보니 그들은 같은 비행기의 옆자리에 앉게 되지요. 두 번째 부분에서 잭슨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직업 암살자인 그는 타겟인 키프 차관의 방을 옮기지 않으면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세 번째 부분에서 리사는 잭슨 일당의 음모를 막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닙니다.

이 설정은 여러 모로 미심쩍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호텔리어를 협박해 방을 옮기는 건 아무리 봐도 그렇게 좋은 계획 같지 않습니다. 통제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고 증인들까지 남기죠. 만약 그 증인들까지 제거하면 어떠냐고요? 처리할 일이 더 생기는 것뿐입니다. 더 간단한 방법이 분명 있을 거예요. 리사의 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 상대방의 의중을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영화에 나온 것보다 더 간단하게 잭슨을 제압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의심은 대충 넘기게 됩니다. 그만큼이나 배우들이 그 역할들을 그럴싸하게 잘 해주며 군더더기 없고 빠르게 흐르는 스토리 전개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별로 없는 거죠.

결정적으로 리사와 잭슨의 관계가 꽤 재미있습니다. 영화는 가짜 로맨스에서 서스펜스물로 급전한 뒤에도 끝까지 성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아요. 이들의 관계가 애증이라는 단어까지 쓸 정도로 복잡해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쩨쩨한 이류악당이면서도 자신을 프로페셔널이라고 생각하고 대범하게 굴려고 노력하는 잭슨 덕택에 영화는 늘 흥미진진한 회색지대를 남깁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이트 플라이트]는 소품입니다. 경험많은 전문가들이 할 일만 잽싸게 하고 뒤로 빠지는 영화죠. 과체중에 유달리 실속이 없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만 접하다 이렇게 날씬한 영화와 마주치면 소화불량에서 풀려난 것 같은 편한 기분이 듭니다. (05/08/25)

DJUNA

기타등등

웨스 크레이븐과 작가 엘스워스의 카메오가 있다더군요. 전 못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