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테리 조지 Terry George

주연
호아킨 피닉스....이든 러너
Joaquin Phoenix....Ethan Learner
마크 러팔로....드와이트 아노
Mark Ruffalo....Dwight Arno
제니퍼 코넬리....그레이스 러너
Jennifer Connelly....Grace Learner
엘 패닝....엠마
Elle Fanning....Emma
미라 소비노....루스 웰든
Mira Sorvino....Ruth Wheldon

드와이트와 이든

[레저베이션 로드]의 주인공들은 모두 코네티컷의 교외 주택가에 삽니다. 전쟁과 테러가 난무하는 폭력적인 바깥세상에서 격리되어 있고 좋은 직장과 좋은 집을 가진 교양인들이죠.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이 세계 안에서 빙빙 돌며 편안하게 살다가 죽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그럴 뻔했어요. 그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끔찍한 사고는 교통사고입니다. 운전하다가 휴대전화 때문에 한 눈을 팔던 운전자가 그만 주유소에 정차하고 있던 차에서 잠시 나와 있던 소년을 들이 받았던 거죠. 소년은 즉사했고 당황한 운전자는 달아났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사람들의 지옥이 시작됩니다. 소년의 가족은 상실의 고통에 시달리고, 뺑소니 운전자는 죄의식 때문에 괴로워하고요.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만큼이나 멋진 영화가 될 수 있는 소재입니다. 누군들 가족의 상실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겠어요. 누군들 그 고통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겠어요. 우리에게 절실하게 와 닿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평범하고 친숙합니다.

하지만 [레저베이션 로드]는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친근합니다. 자, 다시 한 번 설정을 보죠.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상실감에 괴로워하다가 변호사를 고용합니다. 그런데 그 변호사는 알고 봤더니 바로 아들을 죽인 뺑소니 운전사였어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 뺑소니 운전사의 전처는 바로 죽은 아들의 음악선생이었네요. 음... 어쩌다가?

작은 동네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꼭 일일 연속극에서나 나올 법한 이러한 우연의 일치로 이 사람들이 엮이니까 감흥이 떨어져 버립니다. 호아킨 피닉스, 마크 러팔로, 제니퍼 코넬리와 같은 좋은 배우들이 절절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데, 정작 이야기 자체가 너무 인공적이니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죠. 덕택에 군데군데 드러나는 진정성과 처절한 비극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이 이야기에 비교적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드라마 자체가 아니라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게 되고 그들에게 어떤 선택이 주어지는 지를 알려주는 교과서 역할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굉장히 많은 정보를 관객들에게 주고 있어요. 그 정보를 현실세계에서 직접 체험하길 바라지 않을 뿐입니다. 차 조심 하세요. (09/01/08)

DJUNA

기타등등

존 번햄 슈워츠의 원작 소설은 우리나라에 [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읽은 사람들 말에 따르면 소설 쪽이 더 낫다고 하는군요. 적어도 영화에 나오는 억지 우연은 없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