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셉 루벤 Joseph Ruben

주연
빈스 본....존 '셰리프' 볼게체레프
Vince Vaughn....John 'Sheriff' Volgecherev
앤 헤이시....베스 이스턴
Anne Heche....Beth Eastern
와킨 피닉스....루이스
Joaquin Phoenix....Lewis
데이빗 콘라드....토니
David Conrad....Tony
제이다 핑켓....M.J. 메이어
Jada Pinkett....M.J. Major

1.

[리턴 투 파라다이스]는 딜레마에 대한 영화입니다. 자, 여기 기본 설정이 있습니다. 남자 한 명이 먼 이국땅 말레이지아에서 사형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구 둘이 같이 죄를 인정하고 감옥에 간다면 그는 살아남고 친구 둘은 각각 3년 형을 받습니다. 친구 한 명만 죄를 인정한다면 그 한 명의 친구는 6년 형을 받게 되고요.

어딘가 '죄수의 딜레마'를 연상시키지요? 아주 같지는 않지만 꽤 비슷합니다. 하여간 지독하게 고민되는 설정입니다. 안 가자니 친구가 죽고, 가자니 아까운 인생 3년 (또는 6년)이 사라지고요. 자국의 형법이 강요라도 한다면 차라리 쉽겠지만 이건 순전히 자발적인 선택이거든요.

굉장한 드라마의 소재가 될 것 같지 않습니까? 땡! 틀렸습니다. 딜레마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반대죠. 딜레마는 결코 손쉬운 드라마의 소재가 아닙니다.

그건 이 소재가 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줄다리기를 영화화하는 것과 같습니다. 비유를 조금 더 연장한다면, 딜레마는 양쪽에서 잡아당기고 있는 줄 자체입니다. 줄다리기 줄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사실이지만 그 줄을 구경하는 것은 그렇게 재미없습니다.

만약에 각각의 선택을 두 캐릭터에 나누어서 분할한다면 액션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크림슨 타이드]가 그 경우죠. 이 경우는 줄다리기를 영화화하면서 줄보다는 선수들에 중점을 두는 것과 같습니다.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리턴 투 파라다이스]에서 액션은 주인공 셰리프의 마음 속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에 이게 본격적인 '죄수의 딜레마'를 다루었다면 복잡한 암투와 서스펜스가 있었겠지만 여기엔 그런 것도 없습니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형벌 추가'는 이 영화에서 별다른 역할을 못하니까요.

결국 셰리프는 혼자서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를 반복하다가 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 영화가 내세운 진짜 액션인 거죠.

당연히 곁가지가 늘 수밖에 없습니다. 셰리프와 변호사 베스의 로맨스나 갑작스러운 언론 방해, 베스의 비밀과 같은 것들은 모두 그 액션을 보완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극적 효과를 위해 급조된 것들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당연히 설득력도 떨어지고요.

이 부족한 드라마를 보완해주는 것이 배우들입니다. 앤 헤이시와 빈스 본은 모두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가 [사이코]보다 훨씬 낫습니다. 역할은 작지만 루이스 역의 와킨 피닉스도 인상적이고요.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열연을 해도 그 구멍들은 쉽게 채워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딜레마를 무시하고 드라마의 중심을 바꾸었더라면 더 설득력있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예를 들어 베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건 어때요? 그랬더라면 줄거리가 조금 진부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드라마의 통일성은 얻었을 겁니다.

2.

이 영화가 그리는 말레이지아의 묘사는 우리와 같은 아시아 관객들에게는 그렇게 편하지 않습니다. 이건 영화의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습니다. 이 나라 관객들 중 이 영화를 비판할 수 있을 만큼 말레이지아의 형법 시스템과 인권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을 테니까요. 사실은 내용 자체와도 상관없습니다. 과연 말레이지아의 재판이 그렇게 즉흥적인지는 몰라도 사건 자체야 있을 수도 있는 일이며 캐릭터의 반응 또한 그럴싸하니까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구체적 사실 여부가 아니라 이 영화가 우리를 바라보는 태도이며, 개별 내용이 아니라 끝없이 반복되는 그 스테레오 타입입니다. 우린 구체적인 반박대신 뻔한 일반론을 늘어놓으며 투덜거릴 수 있을 뿐인데, 그건 구체적인 비판만큼 잘 먹히지 않습니다. 저쪽에서는 눈하나 깜짝 않는데 혼자서만 열불터지는 거죠. 투덜투덜. (99/04/07)

D&P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토니를 연기한 데이빗 콘래드는 티비 시리즈 [사랑을 위하여]에서 리오 역을 했던 배우죠. 멀끔하게 생겼으면서 괜히 실속이 모자란 캐릭터가 이제 이 배우의 전공이 된 모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