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도널드 페트리 Donald Petrie

주연
맥컬리 컬킨....리치 리치
Macaulay Culkin....Richie Rich
조나단 하이드....캐드베리
Jonathan Hyde....Cadbury
에드워드 허먼....리치 씨
Edward Herrmann....Mr. Rich
크리스틴 에버솔....리치 부인
Christine Ebersole....Mrs. Rich
존 라로케트....밴 도
John Larroquette....Van Dough
마이클 맥세인....킨빈 교수
Michael McShane....Professor Keenbean
첼시 로스....퍼거슨
Chelcie Ross....Ferguson
마리안젤라 피노....다이안
Mariangela Pino....Diane
스테피 라인버그....글로리아
Stephi Lineburg....Gloria
마이클 마카로네....토니
Michael Maccarone....Tony
조엘 로빈슨....오마르
Joel Robinson....Omar
조나단 힐라리오....피 위
Jonathan Hilario....Pee Wee
레지 잭슨....야구 코치
Reggie Jackson....Baseball Coach
클라우디아 쉬퍼....에어로빅 강사
Claudia Schiffer....Aerobics Instructor

1.

맥컬리 컬킨은 90년대 헐리웃이 낳은 가장 괴상한 스타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컬킨의 경력은 한 편의 초현실적인 코미디입니다. 특별할 것도 없었던 작은 가족 영화 [나 홀로 집에]가 그렇게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것도 이상하지만, 그 뒤를 이어 컬킨에게 쏟아졌던 달러와 매스컴의 시선은 결코 정상이 아니었어요.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컬킨은 귀여운 아이였고 나름대로의 카리스마도 있었으며 연기도 꽤 잘했습니다. 하지만 컬킨이 과연 헐리웃이 생각했던 것만큼 돈을 퍼부을 만한 인재였을까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시작부터 자명했습니다. 생각해봅시다. 당시 아놀드 슈왈제네거에게 몇 백만 달러를 퍼붓는 것은 상당히 이성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 배우를 돈 퍼부은 액션 영화에 출연시키면 본전은 뽑고도 남았으니까요. 하지만 컬킨은 도대체 어떤 영화에 출연시켜야 하지요? 대부분 어린이가 주연인 가족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가족 영화를 블록버스터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나 홀로 집에]는 정말로 정말로 드문 예외였죠. 그런 행운을 또 바라는 것은 멍청한 토끼가 또한번 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박고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컬킨이 장래성 있는 배우였던 것도 아닙니다. 모두가 컬킨은 아역 배우에서 끝장날 스타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선 지나칠 정도로 곱상한 컬킨의 외모가 사춘기를 통과해 성인 남성의 이미지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연기자로서 컬킨이 유달리 특출한 재능을 발휘했던 것도 아닙니다. 사실 컬킨의 연기는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 같은 진짜 재능있는 친구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런데도 헐리웃은 컬킨에게 몇 백만 달러를 퍼부어 영화들을 만들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중 컬킨한테 퍼부은 몇 백만 달러가 아깝지 않은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습니다.

4년간에 걸친 히스테리는 컬킨이 여드름이 난 틴에이저가 되자 허겁지겁 종결되었습니다. 이제 컬킨은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마이클 잭슨처럼, 괴상한 과거의 유물로 추락해버렸습니다.

2.

[리치 리치]는 맥컬리 컬킨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적어도 이 영화 이후 맥컬리 컬킨이 주연한 영화는 개봉된 적 없습니다.

이 영화에 그렇게까지 나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걸 밝혀야 하겠군요. 결코 화려한 퇴장은 아니지만, [리치 리치]는 꽤 그럴싸한 오락거리이며 [아빠와 한판승]이나 [굿 선]과 같은 영화로 망쳐놓은 컬킨의 이미지를 그럭저럭 회복시킨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아역 배우의 마지막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고 봐야지요.

3.

[리치 리치]는 한동안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일요일 신문 만화가 원작입니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우리 나라에서도 방영된 적 있지요.

사실 이 만화를 그렇게 좋아한 적은 없습니다. 터무니없이 돈이 많은 부자 소년을 그냥 좋아하기는 힘들지요. 물론 꽤 착한 아이일 수도 있고 마음 맞는 친구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아이의 주머니 속에 든 십만 달러의 현금 뭉치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은 싹 달아납니다. 원래 부자들은 그렇게 얄미운 구석이 있어요.

물론 그런 친구가 있으면 참 재미있기도 할 겁니다. 집에 개인용 롤러코스터와 맥도널드가 있는 친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신나지 않을까요?

영화 [리치 리치]를 보는 관객들도 이런 유치한 질시와 대리 충족 사이를 오락가락합니다. 끝날 때까지 어느 한쪽에 고정되는 일은 없죠. '불쌍한 부자 소년' 이야기를 하자니 애가 너무 잘 살고 장난감이 많으며, 그렇다고 '메시아와 같은 부자 친구 이야기'로 끌고 가자니 이야기가 너무 자기 중심적입니다. 극단적으로 코미디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위선적이 아닌 영화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지요.

그래도 영화는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볼 만합니다. 영화의 태평스러운 어조와 배우들의 한가한 연기, 다양한 대리 충족 요소들이 적당히 굴러다니면서 관객들이 심각한 생각 쪽으로 생각을 집중하지 않게 만들거든요.

그러나 클라이맥스에 접어들면, 영화는 그런 한가함을 잊습니다. 악당들은 지나치게 위협적이고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러쉬모어 산 장면을 모방한 (이 영화에서는 리치모어 산입니다) 액션 장면은 온화한 영화의 맛을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전체적으로 너무 심각하고 너무 폭력적이에요.

킨빈 교수의 발명품들과 달러와 아이들이 액션의 주체가 되었더라면 영화는 훨씬 기분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친구야 말로 진짜 재산'이라는 영화의 소박한 주제와도 맞았을 거고요. 하지만 폭발적 클라이맥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헐리웃 강박증 때문에 그런 결말은 물 건너 가버렸죠.

4.

컬킨은 괜찮습니다. 이런 영화에 나오기엔 지나치게 나이가 들었지만, 원래 애가 동안이고 어른 배우들의 키가 커서 그렇게 튀지는 않습니다. 종종 [나 홀로 집에] 시절의 '진짜' 외모가 떠올라서 어색해지곤 하지만요.

정말 괜찮은 배우는 집사 캐드베리 역의 조나단 하이드입니다. 진짜 지브스 식 영국 집사처럼 위엄이 넘치고 컬킨과의 콤비 플레이도 훌륭합니다.

존 라로케트는 훌륭한 어린이 영화용 악당을 연기하지만, 후반부의 폭력적인 각본 때문에 그 매력을 잃어버립니다. 배우 잘못은 아니지요. (99/10/21)

D&P

기타등등

98년에 비디오 영화로 [리치 리치] 속편이 나왔습니다. 아니, 속편이라기보다는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다른 영화라고 해야 맞겠지요. 저흰 미셸 트라첸버그가 글로리아로 나왔다길래 그 영화도 보았는데, 그 영화도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좀 내용이 어둡긴 했지만, 사실 극장판 영화보다 특별히 못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