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릴리아나 카바니 Liliana Cavani

주연
존 말코비치....톰 리플리
John Malkovich....Tom Ripley
듀그레이 스코트....조나단 트레바니
Dougray Scott....Jonathan Trevanny
레이 윈스턴....리브즈
Ray Winstone....Reeves
레니 헤디....사라 트레바니
Lena Headey....Sarah Trevanny
샘 블리츠....매튜 트레바니
Sam Blitz....Matthew Trevanny
치아라 카셀리....루이자 아라리
Chiara Caselli....Luisa Harari
윌프레드 잰더....벨린스키
Wilfried Zander....Belinsky

리플리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스 게임]은 이미 빔 벤더스에 의해 영화화된 적 있습니다. [미국인 친구]가 바로 그 작품이지요. 그 영화에서는 데니스 호퍼가 리플리를 연기했습니다. 호퍼의 연기는 좋았고 영화와도 어울렸지만, 전 단 한 번도 그를 리플리로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리플리는 결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유럽 거리를 돌아다닐 사람은 아니에요.

하이스미스의 원작을 가지고 전형적인 벤더스 영화를 만들었던 빔 벤더스와는 달리 릴리아나 카바니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려 합니다. 벤더스 주제들은 사라집니다. 대신 엉뚱한 인연으로 맺어진 두 남자의 피투성이 살인 이야기가 대신 펼쳐지지요.

이 영화에서 리플리는 이웃인 액자제작자 조나단 트레바니가 자신을 모욕하는 걸 듣습니다. 복수를 다짐하고 있던 그에게 옛 동료인 범죄자 리브즈가 접촉해 옵니다. 러시아 마피아 두목을 죽여야 하는데, 쓸만하고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있느냐고요. 조나단이 백혈병에 걸린 시한부 환자이고 돈이 궁하다는 걸 아는 리플리는 조나단을 추천합니다.

리플리와 조나단의 이야기는 모범적인 하이스미스풍입니다. 처음에 그 둘은 서로를 증오하거나 혐오합니다. 하지만 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난 일련의 행위들을 같이 하다보니 묘한 공범자 의식이 형성되지요. 그렇다고 그게 그들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되지는 않지만요.

이들의 관계는 [열차 속의 이방인]처럼 공평한 대결이 아닙니다. 돈이 필요하고 병으로 죽어가는 조나단은 절실하고 진지합니다. 하지만 이미 부자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리플리에게 이것들은 가벼운 게임입니다. 막판엔 그의 목숨도 위태로워지지만 그래도 게임은 게임이죠.

벤더스의 영화에서 무게 중심은 브루노 간츠의 캐릭터에 쏠려 있었습니다. 벤더스의 영화에서 호퍼의 리플리는 불쌍한 간츠를 악의 구렁텅이 속에 빠트리는 친절한 '미국인' 악마였지요. 하지만 카바니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심각한 모럴 딜레마에 빠진 조나단이 아니라 그런 그를 우아하게 통제하는 리플리 자신입니다.

벤더스 식으로 개조된 호퍼의 리플리와는 달리 존 말코비치의 리플리는 완벽한 하이스미스식 리플리입니다. 네, 전 토머스 리플리가 존 말코비치처럼 생겼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가 알랭 들롱이나 맷 데이먼처럼 생겼다고 생각한 적도 없죠. 외모가 어떻건, 말코비치는 근사합니다. 우아하고 사악하고 친절하고 냉정하죠. 그가 그 특유의 달콤한 목소리로 "I'm a creation. A gifted improvisor. I lack your conscience and when I was young that troubled me. It no longer does."라고 말할 때는 그냥 '아멘'이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말코비치가 이렇게 훌륭하고 원작 역시 탄탄하니, 릴리아나 카바니가 조금만 더 노력했어도 영화는 걸작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카바니는 이 영화에 충분한 에너지를 투여한 것 같지 않습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은 감독 없이 순전히 배우들만의 힘에 의해 끌려갑니다. 통제가 필요한 액션신들은 그냥 약하고요. 소문에 따르면 카바니는 말코비치에게 감독 역할까지 맡기고 현장에서 없을 때도 있었다더군요.

하지만 카바니가 아무리 방만했다고 해도 우린 이 영화로 말코비치의 리플리를 얻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05/09/27)

DJUNA

기타등등

로저 스포티스우드가 얼마 전에 두번째 리플리 소설인 [Ripley Under Ground]를 완성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리플리는 배리 페퍼인데, 솔직히 상상이 안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