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레아 풀 Léa Pool

주연
안느 도르발....사라
Anne Dorval.... Sarah

교통사고

1991년 몬트리올 시에서는 도시의 3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섯 명의 캐나다 감독들에게 몬트리올을 무대로 한 단편들을 의뢰했습니다. 이 영화들은 나중에 하나로 묶여서 [Montréal vu par...]라는 옴니버스 영화로 발표되었죠. 전 아직도 이 영화를 모조리 보지는 못했습니다. 가끔 여기서 떨어져 나온 각각의 단편들이 감독 따라 돌아다니는 걸 보았을 뿐이에요.

[대답해줘]는 [Montréal vu par...]에 실린 레아 풀의 단편으로, 순서만 따진다면 5번째 작품인 모양입니다. 영화는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이 앰불런스로 병원에 실려가면서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회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영화는 말 그대로 죽기 직전의 환자 눈 앞에 주마등처럼 스치는 인생의 파노라마입니다. 저야 안전하게만 살아와서 겪어보진 못했지만 이런 일을 당한 사람들에겐 흔한 일이라잖아요?

[자유를 향해]를 본 관객들에게 [대답해줘]의 이야기는 굉장히 친숙할 겁니다. 두 영화 모두 자서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부모의 대립이나 어머니에 대한 격렬한 애정, 유태인으로서 느꼈던 소외감, 혼란스러운 성정체성과 같은 것들은 [자유를 향해]에서 보다 상세하게 반복됩니다. 어떻게 보면 [대답해줘]는 [자유를 향해]의 예고편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아닙니다. 10여분에 불과한 단편이니 그럴 여유도 없죠. 사실 몇 부분은 사전 정보 없이는 잘못 해석될 수도 있고 정보가 있어도 아주 해석이 불분명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에 고아원으로 여겨지는 건물 안에 어린 시절의 사라가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레아 풀이 어머니의 정신적 문제 때문에 몇 년 간 고아원 생활을 한 것과 연결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나중에 사라가 어떤 남자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과연 그 사람은 남자 친구일까요, 아니면 오빠일까요? (레아 풀이 오빠와 거의 근친상간적인 관계였다는 건 세상이 다 알잖아요.)

상관 없습니다. 사라가 병원으로 실려가는 그 짧은 기간동안 관객들이 체험하는 건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 각각의 순간들에 주인공이 느꼈던 일련의 감정들입니다. [대답해줘]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구성된 일련의 시와 같습니다. 그 감정들은 사라와 여자 친구의 베드신처럼 따뜻하기도 하고 카톨릭 학교 장면처럼 소외감이 주인공의 가슴을 찔러대기도 하며 사라와 어머니가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처럼 무시무시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합니다. (얼마나 사라에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지 몰라도, 영화에 묘사된 집착의 정도가 사실이라면 레아 풀은 정말 무서운 딸이었을 거예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두컴컴합니다. 하긴 간신히 사랑을 찾고 마음의 안정을 얻어서 이제 좀 행복해지려니 하는 순간에 이런 일이 닥쳤으니 마냥 발랄하기만 할 수는 없겠죠. 저라도 살려놓은 구조대원에게 "왜?"라고 외치고 싶을 겁니다.

이 영화에서 몬트리올은 사라의 감정을 묘사하는 시적인 도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앰불런스 위를 지나가는 새벽 도시의 차디찬 모습이 전부이지만, 사실 죽어가는 여자의 머리위로 스쳐가는 그 냉정한 회색 건물들의 행진처럼 이 영화의 회상에 완벽한 배경을 제공해주는 것도 없을 듯 해요. (03/05/14)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는 옴니버스 영화에 수록된 단편이라 조금 소개하기가 어정쩡하네요. 만약 전 작품을 다 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따로 링크를 걸거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