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버틀러 David Butler

주연
빙 크로스비....제프 피터스
Bing Crosby....Jeff Peters
밥 호프....오빌 '터키' 잭슨/루시 이모
Bob Hope....Orville 'Turkey' Jackson/Aunt Lucy
도로시 라무어....샬마 공주
Dorothy Lamour....Princess Shalmar
앤서니 퀸....카심
Anthony Quinn....Kassim
도나 드레이크....미히르마
Dona Drake....Mihirmah
조지 기보트....넵 졸라
George Givot....Neb Jolla

터키와 제프

1940년부터 62년 사이, 밥 호프와 빙 크로스비는 제목이 모두 [Road to... ]로 시작되는 일곱 편의 코미디 시리즈를 찍었습니다. 내용은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호프와 크로스비가 연기하는 미국인 여행자가 머나먼 나라에서 요란한 소동을 겪다가 도로시 라무어가 연기하는 이국적인 미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거죠. 세 번째 영화인 [모로코 가는 길]은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호프와 크로스비의 캐릭터 터키와 제프는 난파선에서 간신히 탈출해 북아프리카의 해안으로 쓸려갑니다. 간신히 모로코에 도착한 그들은 라무어의 캐릭터 샬마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데, 사실 샬마 공주는 점술사로부터 첫번째 남편이 일주일 안에 죽는다는 말을 듣고 임시 남편을 구하던 중이었죠.

위의 줄거리만 봐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모로코는 실제의 모로코와는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와 미국 영화 관객들의 도피적인 환상을 섞어놓은 허구의 공간이지요. 진짜 모로코는 사라지고 서구 남성들의 호색적인 판타지를 적당히 재구성한 놀이 공원이 남는 겁니다. 다른 [Road to... ] 영화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중 [모로코 가는 길]은 이런 경향이 좀 심한 편입니다. 아라비아라는 배경의 특성 때문이겠죠.

현대 관객들에게 [모로코 가는 길]은 비교적 얌전한 영화입니다. 페이스는 느릿느릿하고 농담들은 온화하죠. 당시 관객들에겐 통했지만 지금은 먹히지 않는 말장난들도 많은 편이고요. 만약 이 영화가 자극적이라면 '정치적으로 공정한' 현대식 관점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긴 처음부터 오래 살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었으니 이만큼 낡은 건 당연하다고 해야겠습니다.

시대 배경과 스타일을 이해하고 적당한 분위기 속에서 감상한다면, [모로코 가는 길]은 꽤 즐거운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호프와 크로스비에겐 영화 연기의 구체성이 부족하지만 원래 배우들이라기보다는 코미디언과 가수이고 영화 연기보다는 페르소나와 개인의 장기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니 그 정도면 이해할 수 있죠. 끊임없이 관객들의 존재와 시리즈들의 연속성을 인식하는 농담들 역시 이해하고 보면 킬킬거리며 볼만 하고요.

그러나 이 영화의 재미는 딱 그 정도입니다. [Road to...] 시리즈가 지금까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건 영화 자체의 질 때문이 아니라 영화의 생명력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은 호프와 크로스비의 명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05/02/21)

DJUNA

기타등등

네, 살마 공주와 결혼하려는 카심 족장으로 나오는 배우는 젊디젊은 앤소니 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