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 웨지 Chris Wedge
카를로스 살다나 Carlos Saldanha

주연
유안 맥그리거....로드니 코퍼버텀
Ewan McGregor....Rodney Copperbottom
로빈 윌리엄스....펜더
Robin Williams....Fender
그렉 키니어....라쳇
Greg Kinnear....Ratchet
아만다 바인스....파이퍼
Amanda Bynes....Piper
할리 베리....캐피
Halle Berry....Cappy
스탠리 투치....허브 코퍼버텀
Stanley Tucci....Herb Copperbottom
다이앤 위스트....코퍼버텀 부인
Dianne Wiest....Mrs. Copperbottom
짐 브로드벤트....마담 개스킷
Jim Broadbent....Madame Gasket
멜 브룩스....빅웰드
Mel Brooks....Bigweld
드루 캐리....크랭크
Drew Carey....Crank
제니퍼 쿨리지....패니 아줌마
Jennifer Coolidge....Aunt Fanny
댄 헤다야....겅크씨
Dan Hedaya....Mr. Gunk
제이 레노....소화전
Jay Leno....Fire Hydrant
나타샤 리온....로레타 기어그라인더
Natasha Lyonne....Loretta Geargrinder
할란드 윌리엄스....러그
Harland Williams....Lug

로드니와 펜더

[로봇]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징과 패러디로만 구성된 작품입니다. 일단 나오는 주인공들 자체가 인간이 아니죠. 그들은 인간을 흉내내는 기계들입니다. 그들이 먹는 음식이나 사는 동네, 직업, 가족 관계의 제1차적 목표 역시 인간들의 세계를 흉내내는 것입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그냥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해도 풍자물이 됩니다.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도 풍자물이긴 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로봇들을 등장시킨 프랭크 카프라 영화라고요. 미국 소시민의 윤리의식과 야만적인 거대 기업의 대결인 거죠.

영화의 주인공인 로드니는 리벳 타운이라는 시골 마을에 사는 발명가 지망생 로봇인데, 성공해서 돈을 벌기 위해 로봇 시티로 떠납니다. 그곳은 월트 디즈니와 토머스 앨버 에디슨을 합친 듯한 빅 웰드라는 사업가의 독점 거대 기업에 의해 통치되는 곳이죠. 하지만 로드니가 도착했을 때엔 빅 웰드는 은퇴한 뒤이고 재수없는 돈벌레 라쳇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죠. 라쳇이 업그레이드 상품을 팔기 위해 부품 판매를 중단하자 도시는 혼란에 휩싸입니다.

이 영화에서 로봇 사회의 막시스트 혁명을 기대했던 분들은 없었겠죠? 있었더라고 해도 실망했겠지만요. 영화는 중반까지 거의 계급 혁명 분위기로 흘러가지만 끝까지 그러지는 않습니다. 사악한 건 돈만 아는 이사들이지, 거대한 비전을 가진 초대 창업자는 아니라는 거죠. 이 영화의 해결책은 혁명이 아니라 비전과 양심을 모두 갖춘 로드니가 그 창업자의 후계자가 되는 것입니다. 뭐, 예상 가능했던 결말이고 정말로 계급 혁명이 일어났어도 심심한 건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사기 당한 느낌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 캐릭터와 스토리는 장점이 아닙니다. 모두들 적당한 타협 속에 갇혀 있지요. 예를 들어 할리 베리가 연기한 캐피는 전혀 쓸모 없는 캐릭터입니다. 순전히 사악하지 않은 관리직 캐릭터가 한 명 필요할 것 같아서 넣은 거죠. 나머지 캐릭터들은 좀 나은데, 그 역시 각본보다는 다채로운 캐릭터 디자인이나 화려한 성우들의 노력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스토리나 캐릭터에 있는 게 아니라 로봇 시티라는 세계 자체에 있으니까요. 거대한 루브 골드버그 머신처럼 디자인된 이 세계는 역동적인 에너지와 근사한 디자인들로 충만해 있으며 종종 섬뜩할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풍자물로서 각본은 허약하지만, 이 환상적인 기계들이 인간과 인간의 예술품들을 정교하게 흉내낼 때는 탄성이 저절로 나와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부터 브리트니 스피어스까지 줄기차게 흉내내는 그 패러디의 행진은 좀 지나친 구석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캐릭터와 스토리가 더 재미있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래도 훌륭한 설정은 존재하는 결함을 커버할 만한 훌륭한 대체물이 되어주죠. 로봇과 로봇 시티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스토리보다 설정과 디자인에 더 신경썼던 것도 그렇게 이해 못할 일은 아니고요. (05/07/06)

DJUNA

기타등등

아이맥스로 한 번 봤으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