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커트 뉴먼 Kurt Neumann

주연
로이드 브리지스....플로이드 그레이엄 대령
Lloyd Bridges....Col. Floyd Graham
오사 메이슨....리사 반 혼 박사
Osa Massen....Dr. Lisa Van Horn
존 에머리....칼 엑스트룀 박사
John Emery....Dr. Karl Eckstrom
노아 비리 주니어....윌리엄 코리건 소령
Noah Beery Jr.....Maj. William Corrigan
휴 오브라이언....해리 챔벌레인
Hugh O'Brian....Harry Chamberlain
모리스 앵크럼....랠프 플레밍 박사
Morris Ankrum....Dr. Ralph Fleming

화성문명

[로켓쉽 X-M]은 다소 기회주의적인 영화입니다. 조지 팔이 [데스티네이션 문]이라는 SF영화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저예산으로 후닥닥 만들어 [데스티네이션 문]이 완성되기 몇 달 전에 개봉한 영화거든요. 얄밉죠?

영화 제목에 나오는 로켓쉽 X-M은 인류 최초의 달착륙 우주선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사고와 계산착오로 그만 궤도에서 이탈해 화성으로 날아가고 말지요. 화성에서 이들이 발견한 건 핵전쟁으로 멸망한 화성 문명과 석기 시대로 퇴화한 돌연변이 화성인들입니다.

영화의 과학은 괜찮은가요? 경쟁작인 [데스티네이션 문]과 비교해보면 솔직히 한심합니다. 딱 한 가지 더 좋은 게 있어요. 이 영화의 로켓이 2단이라는 거죠. 그러나 그걸 빼면 여러 모로 엉망이에요. 우주선의 중력 묘사는 그냥 엉터리이고, 달착륙용으로 디자인된 우주선이 몇 시간만에 화성으로 날아간다는 설정은 더 괴상하죠. 달착륙 우주선에 컴퓨터 하나 없어서 과학자들이 종이와 연필로 그 복잡한 계산을 하는 걸 보면 불쌍하기 그지 없고, 화성에 대기가 있으니 우주복 따위는 필요없다며 산소마스크만 쓰고 나가는 승무원들은 한심하고, 별다른 분장없이 털가죽 옷을 입고 나와 화성인인 척하는 할리우드 엑스트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기가 막히죠. 그에 비하면 요란한 휭휭 소리를 내며 우주선 옆을 지나쳐가는 운석들은 애교로 봐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수 효과 역시 [데스티네이션 문]과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한마디로 말해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아까도 언급했지만 무중력 묘사는 거의 없고 화성 장면은 할리우드 사람들이 자주 가는 데스 벨리나 뭐 그 비슷한 곳에서 로케이션으로 찍었거든요.

드라마는? 글쎄요. 솔직히 캐릭터 묘사는 진부하고 (특히 느끼한 조종사와 50년대 SF식 여자 과학자의 로맨스는 그냥 불쾌합니다) 우주와 화성에서 겪는 모험들은 어처구니 없지만, 그래도 연기나 대사의 수준은 [데스티네이션 문]보다는 조금 나아요. 하긴 조 스위니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죠.

그리고 [로켓쉽 X-M]은 경쟁작이 하지 못했던 걸 합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으니 결말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건너 뛰세요.) 이 영화는 단순히 외계 여행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더 거창하고 무게있는 무언가를 관객들에게 제공하려고 합니다.

일단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영화 끝에서 연료가 떨어진 로켓쉽 X-M은 지구에 추락하고 전 승무원은 몰살당해요. 다행히도 그냥 개죽음을 당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인류 문명에 일조하고 장렬하게 죽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긴 하지만 그래도 죽은 건 죽은 거죠. 이 장르에서는 꽤 모험적인 시도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이 영화의 주제입니다. [로켓쉽 X-M]은 핵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한 최초의 SF 영화들 중 하나예요. 50년대에 나온 할리우드 SF 영화들 중 드문 반전 영화이기도 하고요. 아마 여기엔 블랙 리스트를 피해 몰래 각본에 참여했던 달톤 트럼보의 영향도 있었을 겁니다.

이런 사실들 때문에 [로켓쉽 X-M]이 더 나은 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이런 시도들을 했다는 것은 기억해둘만 하죠. 하지만 적당히 무시하기엔 단점들이 너무 노골적인 영화인 것도 사실이에요. 그 시도들 역시 지금은 그냥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고. (06/12/18)

DJUNA

기타등등

1. 화성에서 로켓이 이착륙하는 장면은 1976년에 새로 만들어 추가된 것입니다. 이 작업엔 데니스 뮤렌이 참여했지요. 원래는 V-2 로켓 이륙 장면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오리지널 버전이 어디로 갔는지는 저도 몰라요.

2. 흑백입니다. 하지만 화성 장면은 흐릿한 세피아색으로 칠해졌지요.

3. 스타가 없는 싸구려 영화인 건 사실이지만, 의외로 작곡가는 거물입니다. [그랜드 캐년]의 페르데 그로페가 음악을 담당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