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Sylvester Stallone

주연
실베스터 스탤론....록키 발보아
Sylvester Stallone....Rocky Balboa
버트 영....폴리
Burt Young....Paulie
밀로 벤티밀리아....록키 주니어
Milo Ventimiglia....Rocky Jr.
제랄딘 휴즈....마리
Geraldine Hughes....Marie
제임스 프랜시스 켈리 3세....스텝스
James Francis Kelly III....Steps
토니 버튼....듀크
Tony Burton....Duke
A.J. 벤자....L.C.
A.J. Benza....L.C.
탈리아 샤이어....에이드리언
Talia Shire....Adrian
헨리 G. 샌더스....마틴
Henry G. Sanders....Martin
안토니오 타버....메이슨 '더 라인' 딕슨
Antonio Tarver....Mason 'The Line' Dixon
페드로 로벨....스파이더 리코
Pedro Lovell....Spider Rico
아나 게레나....이사벨
Ana Gerena....Isabel
앤젤라 보이드....앤지
Angela Boyd....Angie

발보아 부자

[록키 발보아]의 스토리는 1편과 똑같습니다. 심지어는 개별 장면들도 비슷해요. 록키가 현 헤비급 챔피언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결을 벌이냐고요? 네. 록키가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오르고, 날 달걀을 마시고, 냉동창고의 고기들을 구타하냐고요? 네. 록키가 실없는 농담들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엄청나게 미국적인 몇몇 가치에 대해 연설하냐고요? 네. 극적인 장면마다 빌 콘티의 유명한 주제곡들이 흐르냐고요? 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1편에서 록키는 거의 복권 당첨과도 같은 엄청난 기회를 잡아 자신의 존엄성을 증명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던 동네 건달이었습니다. 1편의 이야기는 처절하고 절실했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이미 정상을 두 차례 정복했고 소련의 핵주먹과도 싸운 적 있는 전설의 영웅입니다. 물론 그 동안 파산해서 밑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아내도 잃었지만, 지금 그는 괜찮아요. 하고 있는 레스토랑도 잘 되고 여전히 세계적인 유명인사입니다. 한마디로 그는 30년 전 당시와는 달리 여유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살다 죽는다고 해서 패배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이미 이룰 건 다 이루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탤론은 록키에게 권투로 돌아가는 꽤 설득력 있는 동기를 제공해줍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아내를 잃은 뒤로, 록키의 삶은 앞으로 나가질 못합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레스토랑의 손님들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아내의 묘 앞에 쭈그리고 앉아 청승을 떨거나, 슬슬 무너져 내리는 필라델피아 변두리를 돌아다니며 회상에 젖는 일밖엔 없습니다. 정말 이렇게 살다 죽어야 하는 건가요? 아무리 환갑을 앞둔 나이라고 해도 조금 다르게 사는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후계자를 양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이미 5편에서 써먹었지요. 그 때 잘 했다면 6편까지 만들 필요는 없었겠지만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50대 중후반일 록키가 팔팔한 현 헤비급 챔피언 딕슨과 한판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은 억지입니다. 록키와 딕슨의 버추얼 게임 설정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있을 법 하지만 그게 정말로 영화에 나오는 미디어 서커스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지요. 스탤론은 이 두 사람이 비슷한 조건 속에서 정당하게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시합이 1편과 같은 화끈한 대결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진정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할까요. 노골적인 타협의 느낌도 만만치 않고.

[록키 발보아]는 왕년엔 좀 날렸지만 지금은 한물간 늙은이의 구닥다리 에고가 넘쳐 흐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늙은이의 신세한탄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이 영 맘에 안 드는 요새 젊은이들에게 날리는 개똥철학 충고로도 가득 차 있습니다. 영화가 이전의 [록키] 영화들을 뻔뻔스럽게 반복하는 동안에도 난처함이 느껴지지 않는 건 [록키] 시리즈가 결코 잊혀질 수 없는 미국 대중 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거죠.

근데, 이게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좋건 나쁘건, 록키 발보아 캐릭터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건 사실이죠. 30년 동안 그 정도의 업적을 쌓아올린 남자라면 설교를 늘어놓을 자격도 있고요. 결정적으로 록키 발보아의 그런 행동은 캐릭터와 맞습니다. 적어도 80년대에 만들어졌던 그 괴상한 속편들의 록키보다는 훨씬 더 록키답지요. 그가 30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와 중얼중얼 불평과 설교를 늘어놓는다고 우리가 짜증을 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07/01/31)

DJUNA

기타등등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올라가 록키 흉내를 내는 일반 시민들을 담은 클립이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