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폴 친너 Paul Czinner

주연
마고트 폰테인....줄리엣
Margot Fonteyn....Juliet
루돌프 누레예프....로미오
Rudolf Nureyev....Romeo
데이빗 블레어....머큐시오
David Blair....Mercutio
데스몬드 도일....티볼트
Desmond Doyle....Tybalt
줄리아 패론....카퓰렛 부인
Julia Farron....Lady Capulet
마이클 솜즈....카퓰렛 경
Michael Somes....Lord Capulet
앤소니 도웰....벤볼리오
Anthony Dowell....Benvolio
데릭 렌셔....패리스
Derek Rencher....Paris
레슬리 에드워즈....에스칼러스
Leslie Edwards....Escalus
조지나 파킨슨....로잘라인
Georgina Parkinson....Rosaline
거드 라슨....유모
Gerd Larsen....The Nurse
로널드 힌드....로렌스 신부
Ronald Hynd....Friar Laurence

발코니 장면

오늘 소개할 [로미오와 줄리엣]은 유명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케네스 맥밀런 버전 발레의 영화 판입니다. 3막 발레의 형태를 그대로 살리고 있고 끝에 커튼 콜까지 나오기도 하지만 실황 공연은 아닙니다.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재구성된 공연이지요.

이 작품은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영화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발레 콤비였던 마고트 폰테인과 루돌프 누레예프의 전성기 때 모습을 볼 수 있는 많지 않은 영상 자료입니다. 아, 물론 폰테인은 진짜 전성기가 아닐지 모르죠. 하지만 원래 여자 무용수들은 활동기간이 남자보다 긴 법이고, 또 '콤비'의 전성기라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이들이 베로나의 불멸의 연인들을 연기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멋진 경험입니다. 특히 거의 날아다니는 듯한 젊은 시절의 누레예프를 보는 건 즐거워요. 이런 영상 자료가 없었다면 전 땀을 질질 흘리는 한 물간 중년 남자로서만 그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겠죠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내한 공연 때는 얼마나 딱했던지.)

하지만 영화로는 어떨까요? 글쎄, 아주 좋게 평가는 못하겠습니다. 영화에 담긴 공연은 훌륭하지만 그걸 담는 그릇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발견되거든요.

일단 무척 거칠다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카메라의 배치나 움직임이 영화보다 선택의 여지가 좁은 실황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정말 무대에서 찍었다면 이해라도 되겠지만 제대로 된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찍은 작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용서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진짜 실황 공연의 생생한 느낌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1.33:1이라는 스탠더드 화면 역시 이런 종류의 공연 실황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특히 군무의 비중이 큰 현대 발레일수록 힘이 겨워져요. 종종 영화는 와이드스크린 영화의 팬앤스캔 버전처럼 보입니다. (혹시 정말 팬앤스캔 버전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마고트 폰테인의 나이든 모습이 클로즈업 되는 걸 싫어했지만, 사실 전 거기엔 그렇게 큰 불만이 없습니다. 46살이었건, 64살이었건 폰테인은 언제나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어차피 비현실적인 무대 공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클로즈업 삽입은 무척 거칠고 춤의 흐름을 끊어놓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여전히 소중한 기록이지만 영화로서의 가치에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와 무대 실황 사이에서 그렇게 박쥐처럼 굴지 말고 애당초부터 정직하게 한 쪽을 택했다면 훨씬 나아질 수 있었던 영화였어요. (01/05/07)

DJUNA

기타등등

아직 젊고 무명이던 앤소니 도웰이 벤볼리오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