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레드 Rose Red [미니 시리즈] (2002) * * 1/2
감독
크레이그 R. 백슬리
Craig R. Baxley
주연
낸시 트래비스....조이스 리어든 박사
Nancy Travis....Dr. Joyce Reardon
맷 키슬러....스티브 림바우어
Matt Keeslar....Steve Rimbauer
킴벌리 J. 브라운....애니 위튼
Kimberly J. Brown....Annie Wheaton
멜라니 린스키....레이첼 위튼
Melanie Lynskey....Rachel Wheaton
맷 로스....에머리 워터맨
Matt Ross....Emery Waterman
줄리안 샌즈....닉 하더웨이
Julian Sands....Nick Hardaway
주디스 아이비....캐시 크레이머
Judith Ivey....Cathy Kramer
케빈 타이그....빅터 칸딘스키
Kevin Tighe....Victor Kandinsky
에밀리 드샤넬....팸 애스베리
Emily Deschanel....Pam Asbury
데이빗 듁스....밀러 교수
David Dukes....Professor Miller
줄리아 캠벨....엘렌 림바우어
Julia Campbell....Ellen Rimbauer
치디 렐로카....수키나
Tsidii Leloka....Sukeena
로라 키니....케이 워터맨
Laura Kenny....Kay Waterman
지미 심슨....케빈 볼링거
Jimmi Simpson....Kevin Bollinger
이본 시오....디애나 페트리
Yvonne Sciò....Deanna Pet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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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스필버그가 스티븐 킹에게 귀신들린 집에 관한
영화 각본을 써달라고 했다나봐요. 스필버그의 기획은
중간에 흐지무지 되어버렸지만 (아마 그가 제작한 리메이크 버전
[더 헌팅]과
관계 있지 않았을까요?) 킹은 그 아이디어에
계속 매달려 [로즈 레드]라는 6부작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의
각본을 완성시켰습니다. 이 작품은 올해 초에 ABC에서 3일에
걸쳐 방영되었지요.
당시 인터뷰를 보면 킹은 꽤 야심에 차 있었습니다. 귀신들린 집 영화 장르의 [모비 딕]이 목표였다니까요. 아마 [로즈 레드]를 통해 귀신들린 집 영화 장르를 총정리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죠. 킹처럼 장르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가 그런 생각을 품게 된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로즈 레드]는 한마디로 윈체스터 미스터리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더 헌팅]입니다. 조이스 리어든이라는 초심리학자가 초자연현상을 증명하기 위해 일단의 심령술사들을 이끌고 시애틀의 전설적인 귀신들린 저택 로즈 레드를 찾아옵니다. 이 저택은 남자들을 죽이고 여자들을 집어삼키며 그러는 동안 꾸준히 자기 혼자 몸을 불리는 것으로 유명하죠. 당연히 이들이 들어오면서 괴상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나가고 남은 사람들도 저택에 갇혀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고요.
뻔한 이야기라고요? 그렇습니다. 원래부터 스티븐 킹은 독창성으로 한몫 잡는 작가는 아니에요. 그의 장점은 귀신들린 집, 흡혈귀, 초능력과 같은 뻔한 소재를 이용해 킹 특유의 사실적이고 야비한 분위기가 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습니다.
그리고 [로즈 레드]의 목표는 처음부터 독창성이 아니었습니다. 정반대였지요. 킹의 1차적인 목표는 지금까지 나온 장르 영화들의 요소들을 모두 긁어모아 정리한, 귀신들린 집 영화의 백과사전과도 같은 작품이었을 거예요.
당연히 이 시리즈엔 지금까지 나온 귀신들린 집 이야기의 자잘한 요소들이 총집합합니다. 귀신들린 집을 탐사하러 온 과학자와 심령술사들([더 헌팅], [헬 하우스의 전설]), 카메라를 향해 날아오는 여자 유령 ([검은 옷의 여인]), 집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미쳐가는 사람들 ([샤이닝]), 유령과 직접 교감하는 어린아이 ([공포의 대저택]),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 주인공을 부르는 집, '나쁘게 태어난 집'이라는 표현, 집의 불쾌한 과거를 설명하는 방식, 사라진 방문객, 집 앞의 교통 사고 (모두 (더 헌팅)], 움직이는 조각상 (리메이크 버전 [더 헌팅]), 유령들과 관련된 물리적 현상들 ([폴터가이스트])... [더 헌팅]의 저자 셜리 잭슨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는 건 물론이고요.
이 정도면 대충 기대치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독창성이나 새로운 시도는 없습니다. 하지만 장르 공식의 능숙한 활용과 스티븐 킹적인 캐릭터들의 수난기는 기대해도 좋다는 거죠.
그러나 [로즈 레드]는 귀신들린 집 장르의 [모비 딕]이 되기엔 모자란 점이 많습니다. 일단 스토리가 당위성이 약하고 헛점투성이에요. 로즈 레드 저택부터가 그렇습니다. 로즈 레드가 그처럼 노골적인 초자연현상을 남발하는 곳이라면 며칠을 머물 필요도 없습니다. 심지어 심령술사들을 불러올 필요도 없고요. 그리고 리어든 박사가 불러온 심령술사들만 있다면 귀찮게 로즈 레드로 갈 필요도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애니는 맘만 먹으면 하늘에서 돌을 떨어뜨리고 백합꽃에서 글렌 밀러의 음악이 흘러나올 수 있게 할 줄 아는 애입니다. 걔를 그냥 연구실로 보내면 되지 뭣하러 위험한 저택을 여는 열쇠로 이용합니까? 캐릭터의 조율도 종종 위태롭습니다. 특히 핵심 인물이어야 할 리어든 박사가 그래요. 아마도 [샤이닝]식 광기와 집착을 도입하려 했던 모양인데, 빈약한 캐릭터 묘사 때문에 성격 변화가 그렇게까지 설득력이 있지는 않습니다.
길이와 미니 시리즈라는 형식 역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물론 킹은 2시간 안에 급박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대신 여유있게 캐릭터들을 발전시키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내용에 비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1부에서는 아직 등장인물들이 저택에 들어가지도 않으니 배분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죠. 저처럼 DVD로 몰아서 보지 않았던 당시 시청자들은 서스펜스보다 짜증을 느꼈을 겁니다. 그렇다고 254분을 그냥 보자니 좀 길고요.
그러나 [로즈 레드]는 여전히 꽤 많은 건더기가 남는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가 정말로 무섭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스티븐 킹의 미니 시리즈가 무서운 적이 있었던가요?)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끌어가는 이야기는 꽤 풍성합니다. 이야기는 쉽게 당기는 편이고 페이스에는 노련한 작가의 여유가 느껴지는 편이고요. 물리적 위협과 심리적 공포를 결합시키는 수법도 괜찮아요. 미치광이 유령의 유원지를 연상시키는 로즈 레드의 분위기도 좋은 편이에요. 다소 캐릭터가 빈약했던 낸시 트레비스와 데이빗 듁스를 제외하면 배우들도 자기 역할을 잘 하는 편입니다. 전 물론 멜라니 린스키와 킴벌리 J. 브라운을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요 (세월이 얼마나 흘러야 할리우드에서 린스키에게 제대로 된 역을 줄까요?)
[로즈 레드]는 킹이 의도했던 것처럼 [모비 딕]은 되지 못했지만, '귀신들린 집 장르 백과 사전' 역할은 충분히 해내는 작품입니다. 그 정도도 좋은 거죠. 스티븐 킹의 명성에 뭔가 더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아뇨, 그의 이전 미니 시리즈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정도 이상을 기대하지 않았을 겁니다. (02/09/04)
DJUNA
기타등등
1. [로즈 레드]는 조금 엉뚱한 에필로그를 남긴 시리즈였습니다. 스티븐 킹과 ABC의 홍보 전략 때문이었죠. [로즈 레드]가 나올 무렵 킹과 ABC는 [블레어 위치]식 장난을 쳤습니다. 로즈 레드가 진짜로 존재하고 엘렌 림바우어의 일기가 발견되었다는 내용의 30분짜리 가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조이스 리어든이 다니는 대학의 가짜 홈페이지를 온라인에 올린다음, [The Diary of Ellen Rimbauer: My Life at Rose Red]라는 책을 출판했던 거죠. [로즈 레드] 시리즈가 잊혀져 가는 동안에도 책을 정말 누가 썼느냐는 논쟁이 꽤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그 논쟁은 6월 말에 스티븐 킹이 직접 저자를 밝히면서 끝이 났습니다. 리들리 피어슨이라는 작가라더군요.
2. 훼방꾼 밀러 교수를 연기한 데이빗 듁스는 촬영분의 2/3를 남겨놓고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덕택에 로라 키니가 연기한 케이 워터맨의 배역이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이 시리즈는 듁스에게 헌정되었습니다.
3. 스티븐 킹은 피자 배달부로 잠시 나옵니다.
4. 멜라니 린스키와 킴벌리 J. 브라운은 진짜 자매라고 우겨도 믿을 정도로 닮았더군요. 그런데 킴벌리 J. 브라운은 어떤 땐 홀리 마리 콤즈를 닮아 보이기도 해서 얘가 초능력을 쓸 때는 [참드]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어요.
5. 출시작이지만 필름스 자료가 없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