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한재림

주연
박해일....이유림
강혜정....최홍
이대연....조선생
박그리나....희정
박준명....연호
서영화....국어선생
이영숙....수학선생
이현순....유림 어머니
이현정....홍 어머니
김세동....파출소장
김민아....혜원
조문의....학원선배

유림과 홍

[연애의 목적]의 홍보담당자들은 이 영화를 약간 농도가 높은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전 그게 몽땅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폭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연애의 목적]은 편히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는 아닙니다. 오히려 폭력적이고 불편하며 가끔 무섭기까지 합니다.

영화는 고등학교 영어선생인 이유림과 새로 그 학교에 교생으로 들어온 최홍의 '연애담'입니다. 여기서 전 연애담이라는 단어에 작은 따옴표를 붙였는데, 그건 이 영화에서 그리는 것이 결코 정상적인 의미의 연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전반부는요. 남자 주인공 이유림은 광고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다소 귀찮은 괴짜가 아니라 제정신이 박힌 나라에서는 형사처벌 당해 마땅한 성추행범이며 스토커입니다. 이유림이 최홍에게 추근대는 장면들만 재편집해도 직장내 성추행 예방용 교육 비디오 하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유림의 공격과 최홍의 방어로 이어지던 영화는 중반에 접어들면 둘의 섹스와 다소 불안한 '연애'로 발전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최홍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는데, 그 결과 이 사람은 로맨스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사랑에 소극적인 여자들'의 전형성을 얻게 됩니다. 한마디로 비극적인 과거가 있었다는 거죠. 여기서 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혹시 이 과거를 가지고 최홍의 '방어'를 설명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정말 그런 의도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젠장.

[연애의 목적]은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적어도 비슷한 소재를 여럿 공유하는 [연애술사]보다는 훨씬 나은 영화죠. 영화의 고등학교 묘사는 징그러울 정도로 사실적이고 최홍과 이유림의 역학관계의 묘사도 설득력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영화는 역겨운 타협으로 이야기가 품고 있는 독기를 날려버리지 않습니다. (결말이 조금 더 짧았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물론 박해일과 강혜정의 믿음직스러운 연기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 아무리 노력해도 이 영화를 오락용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냥 위악적인 블랙 코미디로도 즐길 수 없어요. 전 이유림과 같은 사람들이 캐리커처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들이 (박해일도 아니면서) 실제 세계에서도 뻔뻔스럽게 숨쉬고 돌아다니면서 민폐를 끼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전 시사회 이후 기자 간담회 때 당연하다는 듯 이유림 캐릭터의 '친근함'에 대해 언급하는 질문자를 보고 폭력에 대한 그의 감수성을 진지하게 의심했던 것입니다. (05/05/27)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제가 보며 불쌍하게 여겼던 사람은 최홍이나 이유림이 아니라 이유림의 엄마입니다. 도대체 어쩌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