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연우

주연
김윤석....조필성
정경호....송기태
선우선....경주
견미리....아내
신정근....용배
김지나....옥순
이준하....옥희

필성

조필성은 예산 경찰서에서 일하는 형사입니다. 경제능력은 없고 정신연령은 집에서 가장 떨어지며 적당히 대한민국식으로 썩어있는 인물이죠. 별일 없었다면 남은 평생 예산 소축제 같은 거나 관리하고 적당히 뇌물이나 받으면서 살아갈 텐데, 그게 그만 서울에서 여자친구를 찾으러 온 범죄자 송기태 때문에 틀어져 버립니다. 송기태에게 도박으로 딴 돈을 빼앗긴 필성은 그걸 만회하기 위해 송기태를 잡으려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습니까? 송기태는 날고 기는 범죄계의 수퍼스타이고 필성은 기본적인 형사질도 제대로 못합니다. 그에게 있는 건 오로지 끈기뿐입니다.

김윤석의 캐스팅으로 어쩔 수 없이 [추격자]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물론 김윤석이 범죄자를 쫓는 형사로 나오는 걸 제외하면 그렇게 닮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날이 서 있고 빠르고 무시무시했던 [추격자]와는 달리 [거북이 달린다]는 느긋하고 능글맞은 코미디에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건 주연배우의 캐스팅 때부터 결정된 운명이겠죠.

영화의 개성을 결정하는 것은 충청도라는 공간입니다. 감독도 충청도 사람이라 그 곳 사람들 특유의 행동이나 말투에 대한 깊은 지식이 있죠. 저 같은 외지인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 익숙해진 스테레오타입들을 먼저 취하겠지만요. 하여간 느려터지고 둔하지만 징그러울 정도로 끈덕진 충청도 시골 남자가 교활하기 짝이 없는 서울 출신 범죄자를 잡으려고 돌아다닌다는 게 이 영화의 포인트입니다.

솔직히 조필성에게 그렇게 감정이입을 할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는 그렇게까지 사랑스러운 인물은 아니에요. 우리가 그에게 몰입할 수 있다면 그건 순전히 벼랑 끝까지 몰린 그의 난처한 입장 때문이겠죠. 만약 그가 송기태를 잡지 못하면 그의 가족은 어떻게 될까요. 반대로 관객들은 송기태에게 대단한 악의를 품지도 않습니다. 그는 오히려 썩 괜찮은 인물입니다. 좋은 남자친구이고 능력도 있는 전문가죠. 그 때문에 관객들은 이들의 싸움을 바라볼 때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데, 그게 영화의 정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칩니다.

대단한 서스펜스를 기대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사실 송기태를 방치해두어도 세상이 특별히 손해를 보는 일은 없습니다. 그는 곧 여자친구를 데리고 이 나라를 뜰 생각이니까요. 영화가 보다 집중하고 있는 건 코미디입니다. 코미디 대부분은 지방색의 적절한 반영과 남자라는 동물의 유치한 자존심을 툭툭 건드리며 놀려대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견 배우들 역시 여기에 완전히 적응해있어서 종종 거북이처럼 느려지는 속도에도 불구하고 코미디로서 지루하지 않습니다.

[추격자]의 날렵한 연출 역시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는 많이 덜컹덜컹해요. 액션은 평범하고 종종 급작스럽게 바뀌는 분위기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도 않습니다. 배우들은 대부분 잘하지만 연기지도보다는 처음부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 같고요. 그러나 이런 영화가 너무 날씬하게 잘 빠졌다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분명 더 나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정도의 적당히 느슨한 분위기 역시 주제와 스토리에 썩 잘 어울립니다. (09/06/01)

DJUNA

기타등등

중간에 나오는 강아지 귀여워요. 연기도 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