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안느 클레르 프와리에 Anne Claire Poirier

주연
자크 고댕....빅토르
Jacques Godin....Victor
장-루이 루....필립
Jean-Louis Roux....Philippe

빅토르와 필립

스톤웰 항쟁을 거친 베이비 부머 세대 동성애자 노인네들의 최근 노후 생활이 말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저축해놓은 돈도 없죠, 돌봐줄 가족도 없죠, 사회 복지 정책은 이들을 그물처럼 빠져나가지요... 요새 젊은 세대 동성애자들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전통적인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얻으려 하는 것도 선배들의 신세를 보고 질겁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안녕, 빅토르]의 두 주인공 필립과 빅토르는 이들보다 편한 노후 생활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적어도 경제적으로는요. 빅토르에게는 그를 잊고 싶어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돈을 부쳐주는 아이들이 있고 필립은 부유한 골동품상입니다.

영화는 드디어 모든 걸 포기하고 고급 양로원에 들어온 필립이 빅토르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얌전하고 풀이 죽은 필립은 계속 자기에게 말을 걸어오는 빅토르에게 짜증을 내지만 서서히 둘은 절친한 친구로 발전합니다. 물론 이들에겐 공통점도 있습니다. 둘은 모두 동성애자지요. 빅토르는 비행사 남자 친구를 위해 가족을 버렸고 (아이들이 열받을만도 하죠), 필립은 평생을 비밀 속에 살아온 수줍은 동성애자입니다.

둘은 [죽어도 좋아]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불타는 연애를 할까요? 아뇨, 그들은 그러기엔 너무 늙었습니다. 몸과 정신이 다 타버려 남은 건 그 잔해밖에 없는 영감님들이니 그런 열정을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도 영화 내내 이 할아버지들은 꽤 알찬 시간을 보냅니다. 그들은 서로를 돕고 비밀을 공유하며 가끔 조촐한 일탈로 마지막 남은 삶의 불꽃을 태우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의 우정은 그렇게까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데, 그거야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요.

영화는 담담하고 얌전합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담담할 수도 있어요. 필립이 일단 빅토르를 받아들인 뒤로는 갈등이라고 할만한 것도 거의 존재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죽어가는 노인네들의 황혼을 그린 영화에서 이런 지친 듯한 조용함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안녕, 빅토르]는 빈약한 듯하면서도 풍성한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조촐하고 인물 설정은 도식적이지만 삶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두 노인네들의 우정은 감동적이고 힘이 넘칩니다. 자크 고댕과 장-루이 루의 연기도 훌륭하고요. 이 모든 것들은 소박하지만 필연적인 노년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바라보는 작가와 감독의 진지함에서 나온 것이겠지만요. (03/07/07)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원작은 Edward O. Phillips라는 캐나다 작가의 소설 [Matthew and Chauncy]라더군요. 한번 서핑을 해봤는데, 책을 구하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대부분의 정보들이 이 영화 [안녕, 빅토르]와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었으니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