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호의 반란]을 각색한 영화는 두 편이 있습니다. 하나는 소설을 직접 각색한 에드워드 드미트릭 감독의 극장용 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소설의 희곡 버전을 각색한 로버트 앨트먼 감독의 텔레비젼 영화입니다. 둘 다 좋은 평을 받은 영화죠.

제가 먼저 본 영화는 앨트먼의 것이었습니다. 앨트먼은 그 영화를 아주 간소하고 정갈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는 군법 재판으로 제한되고 공간 역시 재판이 벌어지는 방으로 한정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영화에는 단 하나의 플래시 백도 나오지 않습니다. 앨트먼은 재판이 벌어지는 동안 끊임없이 피고와 변호사와 증인들의 얼굴들만을 보여줍니다.

드미트릭의 영화는 반대입니다. 그는 영화의 절반을 들여, 원작에서는 재판정에서 증언으로 드러나는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그러니까 중반을 넘어서야 간신히 등장하는 재판 장면은 원작보다 훨씬 비중이 약하지요.

어느 쪽이 옳은 해결책일까요? 글쎄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앨트먼의 편을 듭니다. 여기엔 개인적인 취향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저는 플래시 백과 사건 재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얼굴만으로 충분히 극적이고 동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먼저 '좋은 배우'가 있어야 하겠지요.

우리는 충분한 예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쉽게 들 수 있는 예는 [양들의 침묵]입니다. 조디 포스터가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플래시 백이 개입되었더라면 얼마나 맥이 끊겼을까요? 더 멋진 예는 잉그마르 베리만의 [페르소나]에서 비비 앤더슨이 보여줍니다. 그녀가 리브 울만에게 자신이 해변에서 겪었던 경험에 대해 고백할 때 영화는 순수한 감정과 흥분, 에로틱한 분위기로 가득 찹니다. 그러나 그녀는 단지 의자에 앉아서,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만 할 뿐입니다.

다시 [케인 호의 반란]으로 돌아와서 보면, 이 책을 구성하는 사건들은 충분히 극적이라, 구체적인 사건들을 배우들과 세트를 이용해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증언하는 배우들만 보여 주는 게 더 일관성이 있고 드라마도 압축되지 않는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게다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향도 사라지고요.

인간의 얼굴은 잘만 다룬다면 진주만 공습보다 더 극적일 수 있습니다. 얼굴만으로도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세트를 만들고 특수 효과를 동원해 찍는다면 낭비가 아닐까요? (95/08/25)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