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잔나 아케트 Rosanna Arquette

주연
로잔나 아케트
Rosanna Arquette
패트리샤 아케트
Patricia Arquette
우피 골드버그
Whoopi Goldberg
샤론 스톤
Sharon Stone
기네스 팰트로
Gwyneth Paltrow
로라 던
Laura Dern
홀리 헌터
Holly Hunter
샬롯 램플링
Charlotte Rampling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Vanessa Redgrave
제인 폰다
Jane Fonda
살마 헤이엑
Salma Hayek
다이안 레인
Diane Lane
프랜시스 맥도먼드
Frances McDormand
캐서린 오하라
Catherine O'Hara
마사 플림튼
Martha Plimpton
테레사 러셀
Theresa Russell
멕 라이언
Meg Ryan
트레이시 울먼
Tracey Ullman
알프레 우다드
Alfre Woodard
로빈 라이트 펜
Robin Wright Penn
로저 이버트
Roger Ebert
데브라 윙거
Debra Winger

로잔나 아케트

제가 로잔나 아케트라도 굉장히 조바심이 났을 겁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집세와 식비를 벌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시시한 영화에만 출연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도대체 어쩌다가 이 꼴이 되었지? 자연스럽게 아케트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을 겁니다. 맞아, 이 모든 건 할리우드의 성차별적 시스템 때문이야. 도대체 40대를 넘긴 나 같은 여자배우들 중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된단 말이야? 데브라 윙거를 보라고! 그 사람도 은퇴한 게 벌써 5년 전이야!

여기서 영감이 떠오릅니다. 아케트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스텝들을 고용해 할리우드의 아는 여자배우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할리우드 남성 지배 시스템의 생존자들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든 해답을 찾아보기로 한 거죠. 그 결과물이 오늘 이야기할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입니다.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의 주제는 한마디로 '할리우드에서 여자배우로 늙어가기'입니다. 왜 재능과 깊이가 절정에 달한 3, 40대의 여자 배우들이 일하기가 그렇게 힘든 걸까? 영화가 흘러가고 수많은 유명한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수많은 용의자들이 제시됩니다. 할리우드의 외모 지상주의, 10대 남자아이들이 메인 타겟이 된 영화 시장, 제작자들의 편견, 가족 생활과 직업 사이의 마찰...

해답은? 아케트도 모릅니다. 모르기 때문에 이 '여정'을 떠난 것이고요.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아케트는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몇몇 구체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들은 제시됩니다. 예를 들어 셀마 헤이엑과 같은 사람은 남자 제작자들에게 기대는 대신 직접 힘을 기르고 적극적으로 일을 만들라고 하죠. 헤이엑 자신이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 대답은 설득력 있습니다. 하지만 헤이엑의 해답은 이미 주류에서 밀려난 로잔나 아케트와 같은 배우에겐 별 도움이 안됩니다. 아무리 호사스러운 할리우드의 삶을 살고 있어도 뒤에서 계속 발을 잡아 끄는 가족과 일의 공식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도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고요. 영화는 치밀하게 문제를 분석하고 해답을 찾는 대신 불평과 고민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과연 이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믿어야 하는 걸까요? 글쎄요. 이 사람들은 할리우드 사람들, 그 중에서도 배우입니다. 처음부터 꾸미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의 이야기라 진실과 대외용 변명의 경계선을 긋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피 골드버그가 태평스럽게 늘어놓는 자신의 육체와 할리우드의 어리석음에 대한 농담들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설득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유창한 샤론 스톤의 열변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요? 저에겐 그 동네 업계 사람들의 공허한 수사가 너무 강해 대외용이라는 느낌만 옵니다만. 그리고 과연 이들이 성차별의 희생자이기만 한 걸까요? 그런 부분도 분명 있었겠지만, 그냥 비슷하게 붕괴한 남자배우들처럼 운이 나빴거나 재능이 따라주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기네스 팰트로가 성공해서 잘 나가는 젊은 스타의 대표주자로 등장하긴 했지만, 이 주제에 대해 보다 적절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 법한 줄리안 무어,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과 같은 배우들의 의견을 들을 수 없는 건 아쉬운 일입니다.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는 그 자체로 성공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기엔 지나치게 산만하고 생각도 정리되어 있지 않으며 전략도 부족하죠. 하지만 이 영화가 모아놓은 재료들에서 관객들이 직접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꽤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업계에 질문을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아케트는 자기 할 일을 한 것 같아요. (05/04/13)

DJUNA

기타등등

2002년 영화입니다. 찍기는 더 일찍 찍었고요. 아케트는 여전히 제대로 된 일거리를 못 찾고 있습니다. 행복한 유부녀인 척하던 제인 폰다와 샤론 스톤은 이혼했습니다. 은퇴했던 폰다와 데브라 윙거는 다시 활동을 시작했고요. 슬슬 이들에게 두번째 질문을 던질 때가 된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