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훈

주연
송강호....이한규
강동원....송지원

한규와 지원

[의형제]의 도입부분은 70년대에 많이 방영되었던 방첩 수사물이 연상될 정도로 복고입니다. 남한에 망명한 뒤 북한 김씨 부자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 작가가 북에서 온 암살자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거죠. 하지만 설정만 보고 무조건 복고라고 말할 수는 없겠죠. 아마 시나리오 작가가 모델로 삼았을 이한영 피격사건은 97년에 일어났지요. 무서운 세상이에요.

여기서 계속 암살자를 쫓는 스파이 스릴러로 이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는 이 암살사건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대신 영화는 일 때문에 이 사건에 말려들었다가 엄청나게 손해를 본 두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 명은 그 사건을 엉망으로 처리해서 국정원에서 해고당한 이한규이고, 다른 한 명은 그 암살사건에 관여했다가 낙오된 북측 첩보원 송지원입니다.

이들은 6년 뒤 우연히 재회합니다. 이한규는 달아난 외국인 아내를 찾는 게 전문인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고, 생계형 간첩이 된 송지원은 공사판 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서로의 정체를 알아봤지만 상대가 자신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은 한규의 흥신소에서 같이 일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스파이 액션물은 코믹 멜로 버디 영화로 전환됩니다. 흥신소 일 때문에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동안 둘은 자잘한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서서히 우정을 쌓게 되지요. 이 에피소드들은 희극적이기도 하고 신파이기도 하며 교훈적이기도 합니다. 모두 그렇게 깊이있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딱 관객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정도의 수준으로 조절되어 있습니다. 정치적 요소도 마찬가지예요. 안전하게 보수적이죠. 이한규는 시작부터 수구꼴통으로 분류된 인물이지만 송지원을 친구로 받아들이기 위해 엄청난 사상적 전환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의형제]의 이야기는 구식 방첩 드라마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송지원이 적극적으로 남한 정부에 투항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빼면요.

한참 능글맞은 휴먼 신파 코미디로 이어지던 이야기는 북에서 다시 암살자가 나타나면서 스파이 액션이 됩니다. 이 부분은 그리 잘 정리가 된 것 같지 않습니다. 송지원이 갈팡질팡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액션이 너무 산만하고 결말은 인위적이죠. 특히 에필로그는 없는 게 나았습니다. 이렇게 친절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캐스팅입니다. 시작부터 이상적인 캐스팅이라는 게 아니라 그 주어진 캐스팅 안에서 최선의 것을 뽑아냈다고 할 수 있어요. 송강호와 강동원은 시작부터 전혀 다른 성격의 배우들이죠.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이 둘이 같이 공연하면 송강호는 외모에 밀리고, 강동원은 연기에 밀릴 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면서 적절하게 조화로운 연기를 끌어내는 데에 성공하고 있어요. 드러나는 약점 때문에 상대방에게 밀리는 대신, 그냥 그런 사람들이 만나서 자기 식으로 교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이들 최고의 연기는 아닐지 몰라도 이 영화에는 딱 맞습니다.

[의형제]는 야심없는 영화입니다. 장훈의 전작 [영화는 영화다]처럼 주제에 대해 뭔가 엄청난 걸 이야기할 생각도 없죠. 그냥 스타 배우 둘을 끌어와서 관객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게 상당히 성공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10/01/20)

DJUNA

기타등등

베트남 관객들이 영화 속 베트남인들의 묘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저 같으면 조금 닭살 돋고 거북할 거예요. 재수없는 한국인의 묘사야 그 사람들이 알 바가 아닐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