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창동

주연
전도연....이신애
송강호....김종찬
조영진....박도섭
김영재....이민기
선정엽....준
송미림....정아
김미향....김집사
이윤희....강장로
김종수....신사장
김미경....양장점주인

신애

티저 예고편이 나오기 전까지 [밀양]의 홍보팀에서는 이 영화를 조용하고 투박한 연애영화처럼 선전해 왔지요. 예고편이 나온 뒤로 그 사기는 완전히 박살나고 말았지만요. [밀양]은 어떻게 만들어도 절대로 나른한 연애영화가 될 수 없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소설은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거든요. 캐릭터, 배경, 스토리 전개, 결말은 거의 다르지만 영화의 주축이 되는 기본 아이디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밀양]은 유괴범에게 아들을 잃은 뒤 지옥과 같은 고통 속에 빠지는 여자 이야기입니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안 납니다. 그냥 죽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모자의 이야기처럼 보이니까요. 중간에 조금 주책스럽지만 친절하고 맘씨 좋은 카 센터 주인도 만났으니 그 아저씨랑 엄마와 연애를 해도 이상하지는 않고요. 게다가 리얼리즘의 극한을 달리는 밀양의 묘사 때문에 일상 속에서 귀찮고 짜증나는 일은 일어날 수 있어도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유괴 사건은 일어나고 아이는 죽습니다. 유괴당해 살해당한 모든 아이들은 죽기 전까지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살았지요.

영화와 원작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인공의 캐릭터입니다. 이청준의 주인공은 집요하고 목적지향적이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스토리에 봉사하기 위해 할 일만 정확하게 골라서 하는 간결하고 센 캐릭터예요.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인 피아노 학원 교사 이신애는 좀 다릅니다. 더 약하고 주변의 영향에 더 쉽게 휘말리고 결정적으로 심각한 자기기만의 습관에 빠져 있죠. 그 때문에 원작보다 더 열려 있고 더 따뜻하고 심지어 더 희망 찬 분위기 속에서도 영화는 여전히 라스 폰 트리어식 학대극처럼 보입니다. 신애가 겪는 모든 고통과 고난은 거의 오페라처럼 확장되고 신애 역시 극도로 아름답거나 위험하게 과장되거든요.

아들 준이 죽은 뒤로 영화는 종교와 신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신애는 이웃인 약사 부부의 조언을 받고 기독교에 빠지게 되지요. 처음엔 이 사람은 종교의 도움을 얻은 것처럼 보입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새로운 믿음 때문에 행복해보이기까지 해요. 하지만 과연 이런 식의 믿음이 주인공에게 절대적인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그건 전혀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특히 신애 같은 캐릭터의 경우는 말이죠. 아까도 말했죠? 이 사람은 자기기만의 버릇이 있다고요. 이걸 또 다시 뒤집어 본다면, 지금 몇몇 매스컴이 몰아가는 단순무식한 비판과는 달리, 이 영화가 결코 종교 비판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저 도그마에서 벗어나 결말을 정해놓지 않고 바라보는 신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일뿐이죠.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계산된 일관성을 고집하며 한 방향으로만 가는 영화가 아니에요. 끔찍한 비극을 그리고 있지만 그 뒤에도 계속되는 일상을 무시하지 않고 심지어 유머도 버리지 않지요.

배우들이 좋은 영화입니다. 특히 전도연은 이 영화로 받을 상들이 꽤 많을 겁니다. 연기할 거리도 많고 그걸 커버하는 연기폭도 넓은 데다가 일반인들의 일상적인 느낌과 스타의 아우라가 절묘하게 녹아든 이 사람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로 절실한 어떤 느낌을 만들어내거든요. 일상복을 입은 프리마돈나인 전도연과는 달리 송강호는 과시할 게 많지 않은 비교적 편한 조연인데, 역시 아주 좋은 조연입니다. 튀지 않아 더 좋은 제럴드 무어 연기였어요. 처음부터 실력이 인증된 두 배우들 주변엔 참으로 완벽한 생활 연기를 보여주는 조연들이 배경을 치고 앉아 있는데, 이처럼 근사하게 연기가 통제된 한국영화는 참 오래간만에 보는군요. (07/05/01)

DJUNA

기타등등

근데 정말 송강호가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하는 영화가 이 작품이 처음인가요? 그러고보니 떠오르는 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