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티븐 샤인버그 Steven Shainberg

주연
매기 질렌홀....리 홀로웨이
Maggie Gyllenhaal....Lee Holloway
제임스 스페이더....E. 에드워드 그레이
James Spader....E. Edward Grey
제레미 데이비스....피터
Jeremy Davies....Peter
레슬리 앤 워렌....조운 홀로웨이
Lesley Ann Warren....Joan Holloway
스티븐 맥해티....버트 홀로웨이
Stephen McHattie....Burt Holloway
패트릭 바쇼....트워든 박사
Patrick Bauchau....Dr. Twardon
제시카 터크....트리샤 오코너
Jessica Tuck....Tricia O'Connor
릴리 나이트....법률 보조원
Lily Knight....Paralegal

리

[세크리터리]는 새로우면서도 친근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분명 도전적이고 새롭지만 정작 그 결과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거든요.

영화는 죽이 잘 맞는 S&M 커플의 이야기입니다. 리 홀로웨이는 자해 행위 때문에 한동안 요양원에 박혀 있던 풋내기 비서이고 E. 에드워드 그레이는 막 리를 고용한 변호사죠. 서서히 서로에 대해 알게 된 그들은 그들의 사무실에서 다양한 S&M 게임을 벌이게 됩니다.

꼭 S&M 포르노의 도입부 같죠? 하지만 이 영화는 포르노가 아닙니다. 어쩌다보니 그런 성적 취향을 가진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지요. 사실 이 영화는 성격만 따진다면 거의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섹스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감정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와 S&M 소재의 결합은 굉장히 도전적입니다. 사실 이 영화의 가장 도전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지요. S&M 포르노는 지루하고 따분하며 반복적입니다. 하지만 이 소재가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하면 사정은 달라지죠. 포르노 섹션 구석에서 변태 취급을 받아가며 썩어가던 주제가 정상성을 주장하며 당당하게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세크리터리]는 선언적인 영화이고 우리의 주인공 리는 건강하고 본받을 가치가 있는 변태입니다.

[세크리터리]는 교훈적일뿐만 아니라 교육적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우리가 S&M 관계에 대해 알고 있는 몇몇 게으른 편견을 교정하려 시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에드워드이고 복종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리이지만, 사실 이들의 역학 관계는 정반대입니다. 그건 에드워드가 자신의 취향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감추려 하지만 리는 당당하게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유가 어떻건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가 겉으로 드러난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정상인들'이 늘 단순하게 여기고 무시해버리는 성적 소수자들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고 설득력있게 기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바로 그 도전적인 성격 때문에 또다른 안전한 장르의 품 안으로 뛰어듭니다. 퀴어 queer라는 단어의 정치적 정의를 고려한다면 [세크리터리]는 퀴어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세계는 80년대부터 꾸준히 정치적 주장을 감춘 성적 소수자들의 로맨틱 코미디들을 만들어 왔지요. [세크리터리]는 이 신종 장르의 공식에 철저하게 맞습니다. 메시지도 그렇고 스토리를 다루는 방식도 그렇고요.

다소 안이해질 수 있는 스토리를 보완해주는 것은 두 주연 배우들입니다. 일단 제임스 스페이더는 오래간만에 적역을 찾았습니다. 비틀린 취향을 가진 여피 남자는 그의 전문이니까요. 정상성에 대한 갈구와 성적 취향 사이에서 갈등하며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은 제임스 스페이더 연기의 에피토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진짜 발견은 메기 질렌홀입니다. 질렌홀은 쉽게 얄팍한 코미디로 빠질 수도 있고 쓸데없이 감상적인 하소연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리 역을 냉정한 분석력과 통제된 유머를 통해 완벽하게 구축해냈습니다.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03/09/04)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원작은 Mary Gaitskill의 단편집 [Bad Behavior]에 실린 동명의 단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