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터 첼섬 Peter Chelsom

주연
존 큐삭....조나단 트래거
John Cusack....Jonathan Trager
케이트 베킨세일....사라 토마스
Kate Beckinsale....Sara Thomas
제레미 피븐....딘 캔스키
Jeremy Piven....Dean Kansky
몰리 섀넌....이브
Molly Shannon....Eve
브리짓 모나한....할리 뷰캐넌
Bridget Moynahan....Halley Buchanan
존 코벳....라스 해몬드
John Corbett....Lars Hammond
유진 레비....블루밍데일 세일즈맨
Eugene Levy....Bloomingdale's Salesman

사라와 존

운명의 사랑 이야기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그런 아이디어가 우리의 단순소박한 연애담에 실제 이상의 무게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나 생물학적 반응의 결과가 아니라 우주의 탄생부터 필연적으로 결정된 운명이라면 당연히 연애담의 중요성도 커지지 않겠어요?

이 영화의 주인공 사라와 존도 그런 운명에 얽혀 있습니다. 아니, 일부러 그런 운명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죠. 여자 주인공인 사라는 철저한 운명신봉론자니까요. 만약 크리스마스 시즌 때 뉴욕에서 우연히 만난 이 두 남녀가 운명 따위를 가지고 놀 생각 없이 그냥 전화 번호를 주고 받았다면 영화는 나오지도 않았겠지요. 하지만 사라는 그러는 대신 5달러 짜리 지폐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초판본에 서로의 전화번호를 적어 세상에 던져버립니다. 마치 그들의 우주적 중요성을 다짐받고 싶어하는 것처럼요.

그 뒤로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사라와 존은 모두 다른 사람들과 결혼 직전입니다. 지금까지 게으르게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던 운명은 이 아슬아슬한 순간에 갑자기 활동을 시작합니다. 마치 지금까지는 때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두 사람에게 수많은 계시들이 우연을 가장하고 쏟아집니다. 같은 이름의 사람들, 상대방이 좋아하는 영화, 상대방의 이름이 담긴 노래... 물론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 5달러 짜리 지폐도요. 만약 이들이 이걸 놓칠 것 같으면 다른 종류의 우연이 끼여들어 계시를 코앞에 들이대지요.

[세렌디피티]는 기성품 로맨스입니다. 깊이 있는 진짜 로맨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입니다. 감정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로맨스가 형성되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로맨스의 개념입니다. 사실 사라와 존은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서로를 갈망할 만큼 깊이 맺어진 연인들은 아니고 영화도 그 과정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들이 운명의 연인들이라는 건 '세렌디피티'라는 상표에 이미 쓰여져 있으니까요. 영화가 해야하는 일은 그 상표가 '프라도'같은 가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결코 깊이 있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때문에 안심되기도 합니다. 종종 '진실된' 감정은 소화하기 버겁습니다. 이런 종류의 가벼운 로맨스는 가벼운 간식거리로서의 가치가 있죠. 영화 개봉 직전에 터진 911사태 때문에 이 영화의 가벼움이 더욱 강조되기도 했지만요.

비교적 예측하기 쉬운 스토리에 힘을 더해주는 것은 캐스팅입니다. 이 영화를 존 큐삭과 케이트 베킨세일의 최대 걸작이라고는 아무도 못하겠지만 그들의 가볍고 경쾌한 매력은 영화에 완벽하게 어울립니다. 제레미 피븐과 몰리 섀넌 역시 적절한 조연이고요. 아마 철저하게 개념만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에 그럴싸한 감정의 여운을 살짝 더해줄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공로일 겁니다. (02/04/29)

DJUNA

기타등등

[섹스 & 시티]의 배우들이 둘이나 나옵니다. 존의 약혼녀 할리 역의 브리짓 모나한은 미스터 빅의 전처 나타샤이고 사라의 약혼자 라스 역의 존 코벳은 캐리의 남자 친구 에이든이죠. 의식적인 캐스팅인지는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