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세바스찬 니이만 Sebastian Niemann

주연
아만다 플러머....엘렌 쇼
Amanda Plummer....Ellen Shaw
숀 퍼트위....마틴 쇼
Sean Pertwee....Martin Shaw
닉 브림블....칼 패럴
Nick Brimble....Carl Farrell
지나 벨먼....클로디아
Gina Bellman....Claudia
숀 채프먼....폴
Sean Chapman....Paul

엘렌

[세븐 데이 투 리브]를 보다보면 과연 영화의 배경이 되는 나라가 어디인지 궁금해지게 됩니다. 영국인들이 상당히 많이 살고 있는 걸 보면 영국 같기도 하지만, 차의 운전자석은 모두 왼쪽에 있거든요. 그렇다고 영국인들이 유달리 많이 사는 미국의 어느 마을이라고 우길 수도 없어요. 영화를 보다보면 중세의 묘지에 대한 언급이 상당히 많이 나오니까요.

[세븐 데이 투 리브]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나라는 무심결에 이 영화의 애매한 국적을 폭로합니다. 영어권 배우들이 나와서 자기 나라인 척하며 연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독일 영화입니다. 찍기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찍었고요.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영어권 배우들을 동원해서 팔기 쉬운 영어 영화를 만든 것이겠지요.

여기에 대해 냉소적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장르 영화 시장에서는 흔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식의 국적 바꾸기를 했다고 해서 그 영화들이 미국 영화나 영국 영화가 되는 건 아닙니다. 뉴 올리언즈나 뉴욕을 무대로 삼고 있다고 해서 루치오 풀치의 영화들이 미국 영화라고 우기는 사람들은 없잖아요?

그러나 이 독일 호러 영화가 과연 할리우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개성을 과시하는 작품일까요?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세븐 데이 투 리브]는 한마디로 '귀신들린 집' 영화입니다. 작가인 마틴과 그의 아내 엘렌은 아들이 사고로 죽은 뒤 시골 저택으로 이사를 갑니다. 당연히 그들이 이사간 집은 귀신 들린 집이었고요. 엘렌은 저택에 이사온 뒤부터 이상한 환영을 접합니다. 매일 '너는 살 날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곳곳에서 발견하는 거죠. 엘렌은 집에 대한 과거를 캐기 시작하고 그러는 동안 남편 마틴의 행동은 점점 이상해집니다.

[세븐 데이 투 리브]의 가장 큰 약점은 고유의 개성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샤이닝]에서부터 [폴터가이스트]까지, 귀신들린 집을 다룬 선배들에게 굉장히 많은 것을 빌려오고 있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독일 작품이라면 할리우드의 선배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고유의 독일적 개성을 추가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인 세바스찬 니이만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나봐요. 그냥 그는 할리우드 선배들을 따라할뿐이니까요.

짜깁기한 스토리는 종종 잘 융합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주인공 엘렌이 매일 죽음의 메시지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데스티네이션]이 조금 연상되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 하나를 끌어갈만큼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이건 '귀신들린 집' 이야기완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후반부에 그런 메시지가 모두 집의 유령들에서 나왔다는 게 밝혀지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생각하신 분은 없겠지요?) 그렇다고 연관성의 결여가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은 아니죠.

그래도 [세븐 데이 투 리브]는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흉내를 지나치게 많이 내긴 했지만 상당히 효율적인 호러거든요. 니이만은 적절하게 자극을 주었다가 빼는 호러 영화의 리듬감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자극적인 장면없이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법 역시 알고 있고요. 너무 완벽한 결말이 오히려 맥빠진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이 영화의 가치는 장르 관객들을 위한 양질의 공장생산품이라는 데 있는 듯 합니다. (01/07/23)

DJUNA

기타등등

인터넷에 뜬 평이 모두 독일어인 걸 보면 결국 미국 극장 진입은 못했나봐요. 하지만 이번 여름에 DVD로 나온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