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샌드릭 Mark Sandrich

주연
프레드 아스테어....피터 P. 피터스
Fred Astaire....Peter P. Peters
진저 로저스....린다 킨
Ginger Rogers....Linda Keene
에드워드 에버렛 호튼....제프리 베어드
Edward Everett Horton....Jeffrey Baird
에릭 블로어....세실 플린트리지
Eric Blore....Cecil Flintridge
제롬 코원....아서 밀러
Jerome Cowan....Arthur Miller
케티 갈리언....레이디 드니스 태링턴
Ketti Gallian....Lady Denise Tarrington
윌리엄 브리스베인....짐 몽고메리
William Brisbane....Jim Montgomery
앤 슈메이커....피츠제럴드 부인
Ann Shoemaker....Mrs. Fitzgerald
해리엇 혹터....해리엇 혹터
Harriet Hoctor....Harriet Hoctor

린다와 피터

1933년부터 39년까지,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는 RKO에서 아홉 편의 뮤지컬 코미디를 찍었습니다. 1949년에 그들이 재회한 MGM 영화 [The Barkleys of Broadway]를 포함하면 열 편이나 되는 영화에서 함께 콤비로 뛴 것이죠.

이 영화들은 내용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프레드 아스테어는 진저 로저스에게 첫눈에 반하거나 이미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진저 로저스는 그에게 냉담하기 짝이 없거나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는 중이죠. 아스테어는 끊임없이 로저스를 설득하고 결국 둘은 춤으로 연결됩니다.

실제로 둘의 관계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에게 진저 로저스는 이상적인 파트너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영화에 온 몸과 에너지를 투자한 아스테어와는 달리 진저 로저스는 프레드 아스테어의 파트너나 뮤지컬 배우로 이미지를 굳힐 생각 따위는 없었지요. 프레드 아스테어가 꾸준히 '진저와 프레드' 뮤지컬에 남아 있는 동안 진저 로저스는 늘 다른 영역을 실험하고 그의 품에서 떠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번 영화 끝에선 맺어졌다가 다음 영화에선 또 다시 그 힘겨운 여정을 반복하는 이들 커플의 모습은 은근히 사실적입니다.

[쉘 위 댄스]에서도 그들은 이전의 공식을 반복합니다. 이 영화에서 프레드 아스테어는 페트로프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발레 댄서 피터 P. 피터스이고 린다 킨은 유명한 뮤지컬 스타입니다. 사진만 보고 첫 눈에 린다에게 반한 페트로프는 린다에게 구애하는데, 그만 일이 엉켜서 린다와 페트로프가 비밀 부부라는 유언비어가 돌고 맙니다. 린다는 필사적으로 그 소문을 벗기려 하지만 페트로프는 그렇게까지 절실하지는 않지요.

이들 콤비의 다른 영화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기본적으로 춤과 노래를 섞은 30년대식 스크루볼식 코미디입니다. 대사들이 그렇게까지 빠르지는 않지만 어처구니없는 조연들과 황당한 설정이 빠른 페이스로 진행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재미있어요.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좋은 코미디 각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조지와 아이라 거시윈의 음악은 이 작품에 완벽한 유머를 넣어줍니다. 유명한 [Let's Call The Whole Thing Off]은 장난스러운 농담과 멜러디가 영화의 코믹한 설정과 완벽하게 조화된 대표적 사례죠. 대사나 가사 없이 장난스러운 오케스트라 음악만으로 구성된 [Walking the Dog] 역시 잊을 수 없고요. 물론 이들 형제는 보다 전통적으로 로맨틱한 분위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They Can't Take That Away from Me]가 이 영화를 위해 쓰여졌거든요.

이 영화에 약점이 있다면 아마 그건 춤일 겁니다. 춤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프레드 아스테어의 출연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진저와 프레드의 세계에 발레를 도입한 건 그렇게 생산적인 선택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프레드 아스테어는 훌륭한 댄서지만, 진 켈리와는 달리 그가 발레 댄서 흉내를 내는 장면들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발레 테크닉과 언어가 전면적으로 쓰인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공연은 아무래도 맥이 풀려요. 댄스의 상당 부분을 진저 로저스 대신 해리엇 혹튼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반갑지는 않고요. 진저 로저스의 가면을 쓴 댄서들의 모습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소름끼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영화엔 기억할만한 댄스 넘버들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진 켈리보다 거의 이십 년 전에 롤러 스케이트 댄스를 시도한 [Let's Call The Whole Thing Off]겠죠. 롤러 스케이트라는 새로운 도구가 탭댄스의 리듬감을 조금 날려버리긴 하지만 그 유쾌함과 매력까지 날아가는 건 아닙니다. 댄스 넘버의 부족으로 두 주연 배우의 결속력이 살짝 떨어져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가 갑자기 맥이 끊긴 것도 아니고요. 이전 작품인 [스윙 타임]의 완벽에 가까운 경지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라고 언제나 그런 수준에 도달할 수는 없는 거겠죠. (05/08/31)

DJUNA

기타등등

전에 게시판에서 노래 가사에 영어 자막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죠? 클로즈드 캡션은 가사도 되더군요. 그럴 거라면 왜 자막에서는 뺀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