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바비 패렐리 Bobby Farrelly &
피터 패렐리 Peter Farrelly

주연
기네스 팰트로....로즈마리 섀너핸
Gwyneth Paltrow....Rosemary Shanahan
잭 블랙....할 라슨
Jack Black....Hal Larson
제이슨 알렉산더....모리시오 윌슨
Jason Alexander....Mauricio Wilson
조 비테렐리....스티브 섀너핸
Joe Viterelli....Steve Shanahan
르네 커비....월트
Rene Kirby....Walt
브루스 맥길.....라슨 목사
Bruce McGill....Reverend Larson
토니 로빈스....토니 로빈스
Tony Robbins....Tony Robbins
수잔 워드....질
Susan Ward....Jill
젠 게스너...랠프
Zen Gesner....Ralph
브룩 번즈....카트리나
Brooke Burns....Katrina
조슈아 '리보이' 쉰타니...리보이
Joshua 'Li'iBoy' Shintani....Li'iBoy
카일 가스....아티
Kyle Gass....Artie
로라 카이틀린저....잰
Laura Kightlinger....Jan
낸 마틴....타냐 필러 간호사
Nan Martin....Nurse Tanya Peeler

1.

로즈마리와 할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주인공 할은 여자들의 외모에만 집착하는 얄팍한 남자입니다. 당연히 할의 애정 전선은 엉망일 수밖에 없어요. 일단 외모에만 신경쓰다보니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가 힘들고, 결정적으로 할 자신도 그렇게 잘 생긴 사람이 아니거든요.

할의 인생은 동기 부여 연설가인 토니 로빈스와 엘리베이터 안에 함께 갇히면서 전환점을 맞습니다. 할의 문제를 알아차린 토니 로빈스는 내면의 미를 볼 수 있도록 그에게 최면을 겁니다.

코미디는 할이 멋진 금발 미인이라고 생각해서 쫓아갔던 로즈마리와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할은 로즈마리의 근사한 외모에 반해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로즈마리는 엄청난 뚱보로밖에 보이지 않는 걸요.

2.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육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도덕적 우화입니다. 꽤 오래된 이야기지요. 우리에게 친숙한 [미녀와 야수]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니까요. 전 여기서 영화의 결말까지 다 밝히겠지만 그걸 읽는다고 해서 여러분이 특별히 재미를 놓치는 일도 없을 겁니다. 그만큼이나 전형적이니까요.

도덕적 우화로서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이야기는 완벽하게 논리적입니다. 겉보기엔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할은 '내면의 미'를 보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말로 '내면의 미'를 보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는 그저 그런 외모를 한 훌륭한 성격의 사람을 훌륭한 성격의 절세미인으로 착각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영화도 그게 진정한 개안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착각의 코미디가 끝나면 할은 진짜 '내면의 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절세미인 착각 코미디는 지름길이었지, 해결책은 아니었어요. 여긴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선배인 [미녀와 야수]보다도 오히려 더 교훈에 잘 맞죠. 로즈마리는 야수처럼 영화 끝에 절세미인으로 탈바꿈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여전히 사람의 신경을 긁습니다. 페렐리 형제의 모든 영화엔 다 그런 구석이 있지요. 어떤 때는 예민한 이슈에 대해 화가 날 정도로 무감각하고, 어떤 때는 같은 이슈에 너무나도 순진무구하고 노골적으로 접근해서 역시 사람 맘을 불편하게 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자기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내면의 미를 바라보라고 설교를 하면서도 잔인무도한 뚱보 농담을 술술 늘어놓고 있으니까요. 나중에 그런 걸 커버하기라도 하듯 뚱뚱한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 하지만 이 역시 생색내는 느낌이 강합니다. 로즈마리처럼 뚱뚱한 사람들은 이 작품을 그렇게 편안하게 보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커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페렐리 형제의 전작들처럼 지저분한 화장실 농담들로 범벅이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결백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를 무시하자니 또 그러지도 못하겠습니다. 역시 페렐리 형제의 특성 때문이죠. 그런 순진무구함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거기엔 부정할 수 없는 선의가 자리잡고 있고 그런 접근법은 또 종종 정곡을 찌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는 로즈마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의자들이 부서지는 장면이 둘이나 나옵니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뚱보 농담입니다. 하지만 코미디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영화는 수치심으로 괴로워하는 로즈마리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요란한 슬랩스틱 코미디와 그 희생자의 감정이입을 동시에 시도하는 수법은 꽤 드물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로즈마리는 뚱보 농담의 희생자가 아닌, 존중받아야 할 자격이 있는 진지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입니다.

3.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만큼 자극적인 유머로 가득한 영화는 아닙니다. 페렐리 형제 고유의 힘도 어느 정도 줄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영화는 여전히 빠르고 효과적인 코미디입니다. 평범하지만 전체적으로 꽤 재미있는 편이에요.

영화는 각본이나 연출보다는 캐스팅의 덕을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잭 블랙의 첫번째 메이저 주연작인데, 어린애 같이 순진한 외모에 자극적인 성인의 느낌을 섞는 그의 연기는 주류 코미디에도 잘 들어맞습니다. 전 여전히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조연 쪽이 더 좋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그의 앞날은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기네스 팰트로는 블랙보다 더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팰트로를 닮은 금발 미녀로 돌아다니면서도 뚱뚱한 추녀의 자신감 결여와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어요. 팰트로가 보여주는 외모와 연기의 대조는 종종 초현실적이며 가끔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팰트로의 일관성 있는 연기 때문에 날씬한 로즈마리와 뚱뚱한 로즈마리 사이의 갭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러나 황금 같은 마음을 한 뚱뚱한 여자 주인공을 뚱보 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할리우드 스타 기네스 팰트로가 연기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영화 전체가 굉장히 위선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든 걸 다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죠. 할이 절세 미인을 지름길로 얻었다면 관객들이라고 기네스 팰트로를 지름길로 얻지 말라는 법이 있겠습니까? (02/02/05)

DJUNA

기타등등

1. 영화를 보면서 계속 머리를 괴롭힌 문제. 왜 로즈마리는 아프리카 빈국에서 그토록 오래 자원 봉사를 했으면서도 살이 빠지지 않는 걸까요? 그런 신체 상태로는 일하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2. 할의 직장 동료 잰으로 나오는 로라 카이틀린저는 잭 블랙의 진짜 여자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