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기타 말릭 Gita Mallik

주연
레베카 릴례베리....산나
Rebecka Liljeberg....Sanna
한나 알스트룀....베로니카
Hanna Alström....Veronica
세바스티안 훌텐....마르틴
Sebastian Hulthén....Martin
욘테 할덴....오스카
Jonte Halldén....Oskar
마리카 라게르크란츠....선생님
Marika Lagercrantz....Teacher

[내셔널 벨벳]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간단한 과제를 낸 적 있었죠. 이번에도 비슷한 걸 한 번 해보죠. 말과 소녀를 다룬 어린이용 소설의 줄거리를 지금 당장 만들어보세요. 단지 이번에는 경마 대회는 넣지 않는 겁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 둘, 셋!

여러분이 무얼 만들어냈는지 전 모릅니다. 하지만 저번에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쉐딜]과 비슷한 줄거리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꽤 많을 거라는 건 이번에도 확신할 수 있지요. :-)

얼마나 뻔한 줄거리냐고요? 우리의 주인공 산나는 승마밖에 잘하는 게 없는 외로운 소녀인데, 자기와 맘이 맞는 말을 가지는 게 꿈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파키스탄에서 스웨덴 정부에 선물로 들여온 말 세마리가 집 근처에 들어오죠. 산나는 쉐딜이라는 말과 사랑에 빠지지만 글쎄 군부대에서는 검역을 이유로 그 말을 죽이려고 해요. 간신히 쉐딜을 훔쳐낸 산나는 근처 버려진 목장에 숨지만 결국 군부대와 대추적전을 벌여야 합니다.

전형적인 소녀와 말 이야기지만 일부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스웨덴 정부에서는 정말로 검역 목적으로 말들을 도살한 적 있다고 해요. 영화는 그에 열받은 스웨덴 동물애호가들의 공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충분한 공격이 될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렇게 단단한 영화가 아니거든요. [쉐딜]은 각본가이자 감독인 지타 말릭의 처녀작인데, 아직 여러 면에서 서툽니다. 액션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를 어설프게 흉내내고 있을뿐이고, 각본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해서 지나치게 산만합니다. 악역인 군인들은 헐거운 캐리커쳐로만 일관할 뿐 제대로 된 악역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요. 심지어 주인공인 산나의 캐릭터도 흐릿하기만 합니다. 영화는 97분밖에 되지 않지만 상당히 길게 느껴집니다. 쓸데없는 틴 로맨스 따위는 지워버리고 말과 산나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면 좋았을텐데요.

산나 역의 레베카 릴례베리가 [쇼우 미 러브]로 왕창 뜬 배우가 아니었다면 더 나은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영화의 미진한 부분은 어떻게든 릴례베리의 스타 파워를 이용하기 위해 허둥거리던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다시 말해 [쉐딜]은 특별히 추천할 영화는 아닙니다. '동물을 구하자!' 영화로는 [아름다운 비행]과 같은 영화가 있고, '소녀와 말' 영화로는 [내셔널 벨벳]과 같은 영화들이 있으며, 릴례베리한테 몸이 달은 열성 팬들이나 스웨덴 틴에이저들이 사는 방식에 대해 알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쇼우 미 러브]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릴례베리나 쉐딜 역을 맡은 말이나 모두 참 이쁘군요. 그리고 우리가 꼭 완성도 높은 영화만 봐야 한다는 법도 없지 않겠어요? (00/07/14)

DJUNA

기타등등

암만 봐도 릴례베리는 스칸디나비아 버전 안나 파퀸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