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정윤철

주연
천호진....창수
문희경....희경
김혜수....미경
유아인....용태
황보라....용선
정유미....하은
이기우....진성
임혁필....성식
박해일....경호

용선

능력도 없고 인기도 없는 여자고등학교의 영어 선생인 아빠, 입에 욕을 달고 다니고 수 십 년을 묵어 뚜껑이 떨어져 나간 전기 밥솥을 허리띠로 묶어 쓰는 엄마, 보일러 가게 경리였다가 지금은 무협지를 쓰고 있는 이모, 우주에서 가장 나쁜 X인 여자애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그들이 전생에 왕과 궁녀였다고 믿는 아들, 학교 미스터리 동호회 담당 선생에게 필이 꽂힌 딸. 이들이 [좋지 아니한가]의 주인공들입니다. 시작할 때도 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영화 중반엔 더 안 좋아집니다. 특히 아빠가 성격이나 분위기랑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란 사건에 말려든 뒤부터는요. 막판엔 좀 나아지냐고요? 별로요.

이 정도 소개만 해도 여러분은 [좋지 아니한가]의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콩가루 집안을 다룬 사도매저스틱한 선댄스 코미디의 분위기와 내용을 한국에 이식한 것이나 다름 없죠. 괴짜 집합소인 가족이나 그룹을 다룬 일본 코미디의 분위기와도 비슷하지만, 저에겐 선댄스 코미디들의 영향이 더 강하게 보입니다. 제가 그냥 그렇게 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좋지 아니한가]에서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대단한 일은 일어나지도 않고 분명한 맺음도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코미디의 어투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가지 태도만 취하고 있어요. 거의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장되고 황당한 설정을 표정없는 무덤덤함으로 그려내는 것입니다. 밥솥이 폭발하고 아빠가 스캔들에 말려들고 딸이 동호회 선생의 비밀을 알아내도 이들은 거의 표정을 바꾸지 않습니다.

이 무덤덤함은 영화의 주제와 연결이 됩니다. [좋지 아니한가]는 덤덤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친밀한 대화도 없고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사정이 나빠지면 뭉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들요. 영화는 그 덤덤함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뒷면을 보여준 적도 없고 닿아있지도 않지만 여전히 지구의 가족 취급을 받는 달처럼 그런 식의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다는 거죠.

물론 이론과 결과물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저에겐 이 영화의 덤덤함이 그냥 안전한 코미디의 공식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건 코미디의 기본 중 기본이죠. 이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작품이 그 공식에 자기만의 디테일과 아이디어를 부여했느냐인데, 이 영화에는 그게 좀 부족합니다. 마치 시치미 뚝 떼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새로운 무엇인 양 구는 장면들이 꽤 되거든요. 실제로 이 영화에 사용되는 농담들 중엔 만드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짐작하는 선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들이 꽤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이 느긋하고 나른한 영화가 그렇게까지 모범적이라고 할 수 없는 주인공들 통해 한국의 가족에 대해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던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농담들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지는 몰라도 기본 방향은 분명히 잡고 있고요. 캐스팅도 적절하고 연기 질도 우수한 편이라 [좋지 아니한가]의 최종 인상은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흥행과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죠. 흠, 언제부터 제가 영화의 흥행 결과까지 신경 썼던가요. (07/02/21)

DJUNA

기타등등

Cancel 농담은 좀 너무하더군요. 그 정도로 상식이 부족할 수 있을까요. 이건 그냥 영어 어휘 문제 수준이 아니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