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배덤 John Badham

주연
알리 시디....스테파니 스펙
Ally Sheedy....Stephanie Speck
스티브 구텐버그....뉴튼 크로스피
Steve Guttenberg....Newton Crosby
피셔 스티븐즈....벤 자비투야
Fisher Stevens....Ben Jabituya
오스틴 펜들턴....하워드 마너
Austin Pendleton....Howard Marner
G.W. 베일리....스크로더
G.W. Bailey....Skroeder
브라이언 맥나마라....프랭크
Brian McNamara....Frank
팀 블레이니....넘버 5
Tim Blaney....Number 5
마빈 J. 맥킨타이어....듀크
Marvin J. McIntyre....Duke
존 가버....오티스
John Garber....Otis
페니 샌턴....세페다 부인
Penny Santon....Mrs. Cepeda
버논 웨들....워시번 장군
Vernon Weddle....General Washburne
바바라 타벅....밀즈 상원의원
Barbara Tarbuck....Senator Mills
톰 로렌스.....마너 소장의 보좌관
Tom Lawrence....Mr. Marner's aide
프레드 슬라이터....노먼
Fred Slyter....Norman
빌리 레이 샤키....잭
Billy Ray Sharkey....Zack

[No. 5 파괴작전]은 80년대 와르르 쏟아졌던 수많은 [이티] 클론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에서 이티를 대체하는 존재는 벼락을 맞아 갑자기 영혼이 생긴(?) 군사용 로봇 No. 5입니다. 달아난 로봇은 알리 시디가 연기한 동물 애호가 스테파니 스펙과 친구가 되고 스테파니의 집에서 온갖 귀여운 짓을 다하지요. [토요일 밤의 열기]에 나오는 존 트라볼타처럼 춤도 추고 깨지도 않은 달걀을 넣은 엉터리 요리를 하기도 하는 등 말이에요.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한가하게 지낼 수는 없겠죠? 군대와 연구소가 그를 다시 '정상'으로 뜯어고치려고 덤벼드니까요.

결코 독창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영화죠. 이 영화가 [이티]같은 걸작이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칠 정도로 뻔한 '괴상한 애완동물'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거기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진부함을 잊는다면 꽤 재미있기도 합니다. 물론 그 재미의 핵심에는 주인공 로봇 No. 5가 있습니다. 시드 미드와 에릭 알라드가 만든 이 로봇은 정말 걸작입니다. 커다란 눈과 나비처럼 팔락거리는 눈썹(?) 때문에 무척 귀엽기도 하지만 정말 능숙하게 잘 움직이며 진짜 로봇처럼 보입니다. No. 5는 깡통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능숙하게 움직이는 기계입니다. 걷는 대신 무한궤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설득력을 높여주고요. No. 5는 할리우드 로봇 공학의 멋진 성과이며 아직까지도 이를 능가하는 로봇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만약 이 로봇에게 그에 걸맞는 멋진 캐릭터까지 부여했다면 정말 근사했을 겁니다. 네, 이 영화에 나오는 No. 5도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전 이런 소재를 다룬 작품에는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이 '영혼'이 생겼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로봇의 '영혼'과 인간의 '영혼'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멋진 질문들이고 잘 써먹으면 영화를 훨씬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아주 안이하게 할리우드 식 신비주의를 택합니다. 사실 벼락을 맞아 로봇이 갑자기 '살아나는' 설정부터가 맘에 안듭니다. 이건 구식 생기론을 연상시키는데, 아무리 생기론 지지자라고 해도 로봇 하드웨어에 갑자기 영혼이 '심어진다'는 설정에는 동의할 수 없을 겁니다. 게다가 아주 기초적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살아있다'와 같은 말들을 아주 엉망으로 쓰고 있어서 보면 볼수록 불편해집니다.

로봇을 충분히 로봇처럼 만들지도 못했어요. 아마 그들은 No. 5에게 로제 유어사전의 로봇 버전처럼 말하게 하는 것으로 일을 다 끝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건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그 이상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영화 제작진들이 인공지능이라는 소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다는 흔적은 없습니다.

이런 종류의 디즈니식 귀여운 영화에 그런 것들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 것일까요? 글쎄요. 전 충분히 디즈니식 귀여움을 유지하면서도 이런 주제의 깊이는 부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더라면 이야기가 더 그럴싸해졌겠지요. 적어도 자칭 천재 로봇 공학자인 뉴튼 크로스비가 그처럼 비전문가처럼 굴고 다니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남은 부분이 꽤 괜찮기는 합니다. [바이센테니얼 맨]에 대한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전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요. 비인간인 캐릭터가 우리가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는 이야기말이에요. 아마 계속 제가 이렇게 트집을 잡는 것도 이 영화가 제가 좋아하는 소재를 성의있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00/04/23)

DJUNA

기타등등

다시 보고나니 [아이언 자이언트]와의 유사성이 유달리 눈에 뜨이더군요. 둘다 약간 맛이 간 군사용 로봇이 자신의 새 정체성을 쌓아올린다는 이야기니까요. 정말로 상당히 큰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