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케리 콘란 Kerry Conran

주연
기네스 팰트로....폴리 퍼킨스
Gwyneth Paltrow....Polly Perkins
주드 로....조 설리번
Jude Law....Joe Sullivan
조바니 리비시....덱스 디어본
Giovanni Ribisi....Dex Dearborn
마이클 갬본....모리스 팔리 편집장
Michael Gambon ....Editor Morris Paley
바이 링....신비스러운 여인
Ling Bai....Mysterious Woman
오미드 잘릴리....카지
Omid Djalili....Kaji
로렌스 올리비에....토텐코프 박사
Laurence Olivier....Dr. Totenkopf
안젤리나 졸리....프란체스카 쿡 대위
Angelina Jolie....Capt. Francesca Cook
트레버 백스터....월터 제닝스 박사
Trevor Baxter....Dr. Walter Jennings
줄리안 커리....호르헤 바르가스 박사
Julian Curry....Dr. Jorge Vargas
피터 로....케슬러 박사
Peter Law....Dr. Kessler

폴리와 스카이 캡틴

케리 콘란의 [월드 오브 투모로우]를 볼 생각이 있는 관객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보려는 영화가 어떤 작품이고 거기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직설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은 기대를 접는 게 좋습니다. 짜임새 있는 액션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 역시 이 영화를 멀리하는 게 좋을 거고요. [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자신이 다루는 스토리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지구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엄청난 음모를 꾸미는 미친 과학자를 막기 위해 정의로운 두 주인공이 나선다는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처음부터 의도적인 진부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콘란의 의도는 30년대 펄프 잡지에 연재된 싸구려 SF나 [버크 로저스]식 연재 영화의 예스러운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나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에서 관객들이 기대해야 하는 건 기가 막힌 시각적 성찬입니다. 물론 여기서도 단서가 붙습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건 [아마게돈]식 스펙터클이 아닙니다. 액션과 파괴의 강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선명한 화면도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고풍스러운 아르 데코식 스타일과 시대착오적인 SF 기계들의 결합이지요.

[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영화가 다루는 평행우주세계의 1939년처럼 실제로는 존재한 적 없고 또 존재할 수도 없었던 과거의 영화입니다. 블루 스크린 앞에서 디지털로 찍은 작품이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무성영화시절에 유행했던 색칠한 가짜 컬러 영화나 원시적인 2단 테크닉 컬러 영화처럼 보입니다. 고풍스러운 [버크 로저스]식 모험담이지만 정작 그 모험담을 끌어가는 건 첨단 디지털 특수 효과고요. A급 스타인 주드 로와 기네스 팰트로는 과거의 A급 스타인 클락 게이블이나 로렌 바콜처럼 굴고 있지만 당시엔 A급 스타들이 이런 식의 B급 SF에 출연한 적 없죠.

그 때문에 최종 결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어떤 것이 됩니다. 일단 영화는 1939년이라는 시대 배경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잡아내고 있습니다. 색바랜 화면 위에 흐릿하게 떠오른 디지털 뉴욕 시티는 정교한 세트보다 오히려 더 39년풍인 걸요. 이를 통해 관객들이 우리 역사 속에서 존재했던 과거와 아주 비슷한 허구의 과거를 받아들이면 현기증이 시작됩니다. [오즈의 마법사]가 상영되는 라디오 시티 극장의 밖에서는 거대한 로봇들이 행진하고, 종종 이상할 정도로 클락 게이블처럼 보이는 주드 로가 구식 배경 음악을 깔며 그들에게 기관총을 쏘아대는 것이죠. 뭔가 말이 심각하게 안 되는데, 그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겁니다. 심지어 악당으로 등장하는 고 로렌스 올리비에까지도요.

열혈 장르팬이 숨겨놓은 수많은 단서들과 윙크들 덕택에 이 기형적인 친숙함은 배가 됩니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를 즐겁게 감상하는 관객들은 영화 곳곳에서 유령처럼 튀어나오는 [지구 최후의 날], [금지된 세계], [메트로폴리스]와 같은 수많은 구식 SF영화들의 그림자들과 흔적들을 제대로 발견해낸 사람들일 겁니다. 유령이라는 표현을 앞 문장에서 썼는데, 사실 [월드 오브 투모로우]라는 영화 전체가 조금 유령 같습니다. 실제 영화가 아닌 영화의 유령처럼 보이는 것이죠.

케리 콘란이 조금만 더 숙련된 각본가였어도, 아니, 제작자들이 보다 나은 시나리오를 얻기 위해 약간의 노력만 했어도 이 영화는 걸작이 되었을 겁니다. 유감스럽게도 영화의 각본은 그 가능성을 먹어버립니다. 아까 스토리로 볼 영화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각본이 무시될 수는 없죠. 케리 콘란은 구식 영화들에서 클리셰와 스테레오 타입들을 가져와 자기 식으로 맞추긴 했지만 거기에 생생한 무언가를 부여하는 데엔 실패하고 있습니다. 유머는 충분치 못하고 대사는 죽어 있습니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옷을 입은 아름다운 배우들은 호감가는 캐릭터나 구식스테레오 타입의 경쾌한 패러디 대신 그냥 옛 유명배우의 브로마이드처럼 보입니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를 전적으로 옹호하는 관객들은 이런 뻣뻣함까지도 매력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에겐 완벽하게 먹히지는 않는군요. 전 이 영화가 도달하지 못한 가능성에 더 관심이 갑니다. 콘란이 차기작으로 선택한 또다른 복고풍 SF인 [화성의 공주]가 그 가능성에 도달할 수 있을는지는 두고봐야겠지요. (05/01/18)

DJUNA

기타등등

당연히 2.35대1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고려해서 극장 좌석까지 선택했는데, 알고봤더니 1.85대1이더군요. 하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고려해보면 2.35:1은 맞지 않았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