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우디 앨런 Woody Allen

주연
우디 앨런....마일즈 먼로
Woody Allen....Miles Monroe
다이안 키튼....루나 슐로서
Diane Keaton....Luna Schlosser
존 벡....어노 윈트
John Beck....Erno Windt
메리 그레고리....멜릭 박사
Mary Gregory....Dr. Melik
돈 키퍼....트라이온 박사
Don Keefer....Dr. Tryon
존 맥리엄.....아라곤 박사
John McLiam....Dr. Aragon
바틀렛 로빈슨....오바 박사
Bartlett Robinson....Dr. Orva
더글러스 레인....사악한 컴퓨터/로봇 집사들
Douglas Rain....Evil computer/Various robot butlers

루나와 마일즈

[슬리퍼]에서 우디 앨런이 연기한 마일즈 먼로는 사소한 병으로 병원에 실려갔다가 수술이 실패하자 냉동되어 버린 건강식품 전문점 주인입니다. 그는 꼭 200년 뒤인 2173년에 깨어나는데, 미국은 이미 '멋진 신세계' 풍의 독재국가가 되어 있었죠. 마일즈를 깨운 두 과학자들은 먼로가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이점을 이용해 그를 에이리스라는 암호가 붙은 정부의 비밀 음모를 캐는 스파이로 만들려 합니다. 엉겁결에 일을 떠맡은 마일즈는 연방 요원들로부터 달아나다가 루나 슐로서라는 시인을 만나게 되지요.

고전적인 SF적인 설정이지만, 앨런이 이 영화를 진지하게 만들었을 리는 없습니다. 앨런이 만든 미래 세계는 두 가지 세계가 공존해요. 하나는 당시 사람들이 SF 장르를 통해 본 미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앨런이 당시 살았던 1970년대죠. 여기서 중요한 건 당연히 후자입니다. 이 영화에서 미래 세계는 70년대를 풍자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거든요.

[슬리퍼]에서 70년대 미국 지식인들의 욕망과 공포, 삶은 풍선껌을 불어 만든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미래의 옷을 입은 채 확장되거나 역전됩니다. 무시무시한 미래의 경찰국가는 닉슨 정권 당시 잔뜩 냉소적이 된 미국 지식인이 그리는 현대 미국의 모습이죠. 설익은 사상과 유행을 씹으며 쿨하게 굴고 싶어하는 루나와 친구들은 그들 자신의 모습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을 거고요. 주인공 마일즈가 70년대에서 왔기 때문에 이 농담들은 실제 대상과 보다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너무 70년대적이라 몇몇 농담들은 21세기 초를 사는 외국인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죠. 대부분 사람들은 닉슨의 존재 자체가 망각된 미래 세계에 대한 농담은 이해하겠지만 하워드 코셀의 방송이 정말로 범죄자들에 대한 처형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따분했는지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애니 홀] 이전의 영화답게, [슬리퍼]는 풍부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버스터 키튼과 막스 형제의 영향을 잔뜩 받은 앨런의 슬랩스틱은 용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논리건 스토리건 무시하고 기회가 되는 대로 마구 뛰어다니지요. 로봇으로 변장한 마일즈가 필사적으로 익숙치 않은 미래의 가사도구들과 싸우는 장면이나 비행기구나 우주복을 입은 마일즈가 연방 요원에게 쫓기는 장면, 세상에서 가장 큰 바나나 껍질 농담과 같은 것들은 순전히 유치할 정도로 단순한 몇몇 아이디어들을 끼워맞춘 절묘한 타이밍에 의해 완성됩니다.

우디 앨런과 다이안 키튼 콤비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앨런은 물론 [애니 홀] 이전의 앨런입니다. 신경질적이고 지적이지만 [애니 홀] 이후처럼 예술적이거나 사실적으로 굴지는 않죠. 전 종종 이 때의 앨런이 그립습니다. 키튼은 지금까지 앨런이 만난 여자 배우들 중 그의 가장 훌륭한 코미디 파트너입니다. 이들은 보다 진지한 [애니 홀]이나 [맨하탄]에서도 좋았지만, 이전 작품인 [슬리퍼]나 [사랑과 죽음]에서 더 죽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둘은 수 년간 서로의 몸과 동작을 익힌 댄스 파트너들처럼 유연하고 완벽합니다. (05/02/16)

DJUNA

기타등등

영화에서 로봇들과 컴퓨터들에게 목소리를 빌려준 더글러스 레인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HAL 9000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