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클 리치 Michael Ritchie

주연
브루스 던...."빅 밥" 프릴랜더
Bruce Dern...."Big Bob" Freelander
바바라 펠던....브렌다 디칼로
Barbara Feldon....Brenda DiCarlo
마이클 키드....토미 프렌치
Michael Kidd....Tommy French
제프리 루이스....윌슨 셰어
Geoffrey Lewis....Wilson Shears
니콜라스 프라이어....앤디 디칼로
Nicholas Pryor....Andy DiCarlo
콜린 캠프....코니 톰슨/"미스 임페리얼 카운티"
Colleen Camp....Connie Thompson/"Miss Imperial County"
조안 프래더....로빈 깁슨..../"미스 앤틸롭 밸리"
Joan Prather....Robin Gibson/"Miss Antelope Valley"
아네트 오툴....도리아 허스턴/"미스 애너하임"
Annette O'Toole....Doria Houston/"Miss Anaheim"
마리아 오브라이언....마리아 곤잘레스/"미스 살리나스"
Maria O'Brien....Maria Gonzales/"Miss Salinas"
멜라니 그리피스....카렌 러브/"미스 사이미 밸리"
Melanie Griffith....Karen Love/"Miss Simi Valley"

1.

마이클 리치의 1975년 작 [스마일]의 무대는 캘리포니아 영 아메리칸 미스 선발 대회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냇 "킹" 콜의 달콤한 목소리가 [스마일]을 부르는 동안 각 동네 미인 대회에서 선발된 고등학생들이 대회가 열리는 산타 로사로 몰려듭니다. 예의 그 미인 대회용 미소를 지으면서요.

미인 대회처럼 괴상한 행사는 없다고 생각한 적 없으세요? 도대체 이런 대회가 노리는 게 뭘까요? 가장 예쁜 사람 뽑기? 그렇다면 왜 그 예쁜 사람들을 앞에다 놓고 세상에 이바지할 기회가 있다면 무얼 하겠냐고 묻는 걸까요? 그 사람들이 내세우는 '내면의 미'는 또 뭘까요? 내면의 미가 있으면 정말 미인 대회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되는 걸까요? 흠...

이 영화에 나오는 고등학생들의 머리 속에 그런 복잡한 생각 따위가 빙빙 돌고 있지 않다는 건 보장해도 좋습니다. 그건 이 영화의 다른 등장인물들, 그러니까 이동주택 세일즈맨이자 심사위원인 "빅 밥" 프릴랜더, 탈의실 사진을 찍으러 대회장에 숨어들려 하는 그의 아들 "리틀 밥", 전 미인 대회 수상자이며 지금은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브렌다 디칼로도 마찬가지지요. 모두들 이 반짝거리는 작은 행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아마 미인 대회가 그네들의 산문적이고 얄팍한 삶에 무언가 화려한 것을 더해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 작은 행사의 초라한 화려함은 그네들의 존재가 얼마나 얇고 빈약한지 강조할 뿐입니다. 브렌다가 내뱉는 '내면의 미' 어쩌구는 그 사람의 공허함을 드러내는 문에 불과하고요. 차라리 행사가 크기라도 했다면 전문가들의 프로페셔널한 화려함이 그 빈약함을 가려주기라도 했을텐데.

하긴 이 행사에도 진짜 전문가가 하나 있습니다. 한물간 헐리웃 안무가 토니 프렌치가 그 사람입니다. 부쩍 향상된 참가자들의 무용 실력을 칭찬하자 그가 내뱉은 소리는 걸작입니다. "네, 맞아요. 괜찮은 고등학생들을 베가스 쇼걸로 만들어놨지."

2.

아무래도 앨트먼이 연상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쉬빌]이나 [프레타 포르테]처럼 이 영화도 거대한 행사에 말려든 집단 묘사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각본가인 제리 벨슨이 [내쉬빌]을 보고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리치와 벨슨은 앨트먼처럼 엄청난 힘으로 그들을 휘둘러대지는 않습니다. 실력이 딸려서? 글쎄요. 그렇기도 하겠지요. 리치와 벨슨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앨트먼의 캐릭터들이 가진 힘이 없으니까요. 그 때문에 영화가 쏟아내는 야유의 힘이 종종 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앨트먼보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더 큰 이유일 겁니다. 그들은 애정없는 대상을 냉소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앨트먼처럼 무자비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갈수록 그렇습니다. 리치와 벨슨은 미인 대회 참가자들의 얄팍함을 놀려댔지만 그들의 노력과 흥분, 긴장감까지 무시하지는 않거든요. 참가자들에게 한없이 냉소적이었던 프렌치가 나름대로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3.

[스마일]의 강점은 그 현장감에 있습니다. 많은 장면이 실제 경연 대회에서 찍혔고 특히 결말 부분에서는 각본가와 감독 빼곤 아무도 누가 1위가 될지 몰랐대요. 후반부의 긴장감은 나름대로 진짜에 가까운 셈입니다.

무경험의 수많은 배우들을 프로 배우들 사이에 뒤섞어 생생한 연기를 끌어낸 리치의 재주 역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참, 틴에이저 시절의 멜라니 그리피스가 참가자들 중 한 명으로 나온답니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앨트먼에 비해 떨어지건, 펀치가 종종 허공을 치건, [스마일]은 여전히 흥미로운 영화로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예전처럼 빈약하고 얄팍한 존재로 남아 있으니까요. (99/08/05)

D&P

기타등등

이 영화는 나중에 마빈 햄리시의 음악을 입힌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