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클 콘 Michael Cohn

주연
모니카 키나....릴리 호프만
Monica Keena....Lilli Hoffman
시고니 위버....클라우디아 호프만
Sigourney Weaver....Claudia Hoffman
샘 닐....프리드리히 호프만 공
Sam Neill....Lord Friedrich Hoffman
미로슬라브 타보르스키....구스타프
Miroslav Táborský....Gustav
데이빗 콘라드....페터 구텐베르크
David Conrad....Dr. Peter Gutenberg
길 벨로우즈....윌
Gil Bellows....Will
타린 데이비스....어린 릴리
Taryn Davis....Little Lilli
브라이언 글로버....라스
Brian Glover....Lars
안토시 브로피....롤프
Anthony Brophy....Rolf
프랜시스 쿠카....나나우
Frances Cuka....Nannau
크리스토퍼 바우어....콘라트
Christopher Bauer....Konrad
존 에드워드 앨런....바트
John Edward Allen....Bart
앤드루 티어난....스카
Andrew Tiernan....Scar
브라이언 프링글....길버트 신부
Bryan Pringle....Father Gilbert
데일 와이어트....하녀 엘사
Dale Wyatt....Maidservant Elsa

마이클 콘의 [백설공주] 영화 [스노우 화이트]는 잠시 할리우드에 동화의 현대판 업그레이드 유행이 불었던 97년에 제작된 작품입니다. 원래는 극장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미국에서는 극장 개봉되지 못하고 제작 다음해인 98년 여름에 케이블 방송인 쇼타임을 통해 방영되었지요. [신데렐라]를 업그레이드한 [에버 애프터]의 성공이 이 영화의 상영에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지요.

당시 나왔던 [에버 애프터]나 뮤지컬 [신데렐라]에서 업그레이드의 방향은 정치적 공정성이었습니다. [에버 애프터]에서는 페미니즘이었고 [신데렐라]에서는 다인종 캐스트를 동원한 인종 편견 극복이었지요.

하지만 [스노우 화이트]의 제작진들에게는 그렇게 건전한 목적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이 이야기를 공포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백설공주]는 정말로 호러 영화의 분위기가 잔뜩 풍기는 작품입니다. 슈바르츠발트의 어두컴컴한 숲 속을 배경으로 온갖 그로테스크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펼치는 살인과 복수, 고문의 이야기잖아요. 캐릭터 사이에는 프로이트가 좋아할만한 온갖 컴플렉스로 가득 차 있고 심지어 네크로필리아와 강간 상징까지 녹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원래 모델도 보르지아 풍의 정치적 암살과 학대받다 단명한 어린 광산 노동자들의 이야기였다고 하고요. 누군가 오래 전에 이 이야기의 컴컴한 부분을 파야 했어요.

그 결과 나온 [스노우 화이트]는 대충 다음과 같은 스토리 라인을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스노우 화이트' 릴리는 프리드리히 호프만이라는 귀족의 딸입니다(비디오 자막에는 공주라고 나오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나중에 "나는 공주가 아니에요."라는 대사까지 나오니 더 문제고요.) 릴리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클라우디아라는 여자와 재혼하지만, 아빠를 빼앗겼다고 느끼는 릴리는 결코 새엄마를 좋아할 수가 없죠. 프리드리히를 가운데 두고 두 여자는 9년에 걸친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 긴장 상태는 클라우디아가 간신히 임신한 아들을 사산하면서 깨지고 맙니다. 클라우디아는 벙어리 동생 구스타프를 시켜 릴리를 암살하려하고, 달아나던 릴리는 호프만 가족의 영지에서 숨어살던 일단의 무법자 광부들 사이에서 숨게 되지요. 클라우디아는 계속 릴리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그와 함께 호프만 성은 서서히 붕괴되어 갑니다...

당연하지만 [스노우 화이트]는 온갖 호러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마부가 늑대들에게 잡아 먹히는 동안 뱃속의 딸을 살리기 위해 호프만이 아내를 찔러 죽이는 첫 장면부터 그렇지요. 붕괴된 호프만 성은 좀비들로 가득하고, 릴리와 친구들은 슬래셔 무비의 주인공들처럼 성의 미로 속에서 살인마의 위협을 받습니다. 거꾸로 박힌 십자가에 희생자를 매다는 악마 숭배 의식 역시 동원됩니다. 십자가 상의 예수를 보며 '여기 친구를 데려왔어요'라고 말하는 클라우디아의 음험한 신성 모독적 발언과 함께요.

드라마와 캐릭터 모두 입체적입니다. 사악한 계모 클라우디아는 상당히 복잡하고 믿음직스럽게 묘사된 캐릭터입니다. 실제로 이 캐릭터는 어느 정도 동정이 가기도 합니다. 9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무시무시한 가부장제의 정치 환경 속에서 성미 고약한 의붓딸과 경쟁을 해야 했으니 그 동안 사람이 망가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지요. 마찬가지로 주인공 릴리 역시 착하기만 한 희생자는 아닙니다. 결혼 첫날에 새 엄마의 얼굴에 술을 집어 던지는 성미 고약함 역시 과시하고 있으니까요. 공식대로라면 '난쟁이와의 사랑'이라고 할 만한 윌과의 로맨스 역시 백마 탄 왕자와의 결혼보다는 낫습니다.

배우 역시 적절하게 캐스팅 되었습니다. [도슨의 청춘일기]의 성미 고약한 애비 역으로 모니카 키나의 얼굴을 익히신 분들이라면 이 배우가 '백설공주' 역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느끼실지 모르지만, 이 영화의 백설공주는 상당히 드센 성격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게다가 모니카 키나는 외모도 맞습니다. 정말로 눈처럼 희고, 흑단처럼 검고, 피처럼 빨간 배우잖아요. 샘 닐 역시 여자 둘 사이에 낀 뼈다귀와 같은 남자 역에 적절하고요. 물론 가장 근사한 배우는 시고니 위버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백설공주보다 마녀가 주인공인 영화지요. 위버의 클라우디아는 상당히 동정이 가면서도 악역의 무시무시함을 잃지 않는 훌륭한 마녀입니다.

만약 영화가 이런 아이디어와 재료를 충분히 살려냈다면 정말 멋진 영화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스노우 화이트]는 그런 멋진 영화가 되기엔 지나치게 거친 작품입니다. 도입부에 묘사되는 클라우디아와 릴리의 심리전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편집 탓인지, 원래 각본 탓인지, 아주 거칠고 건성이군요. 중반부에서 구스타프가 벌인 행동은 이해가 안가며, 성 사람들이 죽어가는 장면, 구텐베르크 박사가 릴리를 찾아내고 구해내는 장면들은 제대로 호흡이 유지되지 못해서 위태롭습니다. 종종 슬래셔 무비와 같은 장르들이 고전적인 동화적 호러와 연결되지 못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스노우 화이트]는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예술적 통제력이 강한 감독이 보다 확실하게 밀고 나갔다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어요. (00/09/22)

DJUNA

기타등등

1. [앨리의 사랑 만들기]의 길 벨로우즈가 릴리의 남자 친구(?)인 윌로 나옵니다. 이 배우는 빌리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도대체 진지하게 볼 수가 없어요.

2. 출시작이지만 아직 필름스에 반영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