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오기환

주연
윤진서....가인
이기우....현중
박기웅....석민
김소은....가연
정유미....영희

가인

오기환의 [두 사람이다]는 강경옥의 동명 만화책이 원작인데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구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대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줄거리를 알아냈는데, 영화와는 그렇게 닮은 편이 아닙니다. 보도자료에는 70퍼센트 정도 다시 썼다고 하더군요.

영화의 이야기는 이렇게 됩니다. 가인이라는 고등학생이 있는데, 고모 한 명이 결혼식날 죽습니다. 아무래도 장래 남편이 될 사람이 2층에서 밀어 떨어뜨린 것 같은데, 간신히 병원에 실려간 고모를 작은 고모가 찔러 죽인 거죠. 가인의 아빠나 친척들은 고민하는데, 아무래도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 저주라는 거죠. 그게 정말인지, 그 뒤로는 가인에게 온갖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주변 사람들이 보통 때 같으면 그냥 묻어두거나 넘길 하찮은 일로 가인을 죽이려 드는 거죠.

주변의 친근한 사람들이 자길 죽이려드는 미치광이 살인마로 돌변할 수 있다는 설정은 무척 매력적이고, 이 설정에 대해 들었을 때 저도 머릿속으로 가능할 법한 스토리들을 수십 개는 굴렸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그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아니, 그 근처에도 못 갔습니다.

[두 사람이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야기의 개념이 제대로 서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일단 원작에 있던 이무기의 저주를 지웠습니다. 거기까지는 이해가 됩니다. 뭔가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걸 넣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도 되지요.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부터 길을 잃고 방황합니다. 집안 저주를 버리지도 못하고 새 설정을 완전히 활용하지도 못하는 거죠.

오기환 감독은 기자시사회에서 [장화, 홍련]의 예를 들며 관객들이 스토리를 꼭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우선 [장화, 홍련]은 몇몇 디테일이 모호하긴 하지만 기본설정은 이해하기 쉬운 영화예요. 데이빗 린치 정도를 예로 들어야 그럴싸할 텐데, 그것도 변명으로는 안 먹힙니다. 린치의 영화들에는 아무리 앞뒤가 안 맞고 괴상해도 자체적인 꿈의 논리가 있으니까요. [두 사람이다]는 정반대입니다.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엉망이에요.그냥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거죠. 집안 저주도 버리지 못하고 새로 도입한 아이디어도 제대로 활용 못하며 이야기의 흐름도 통제하지 못합니다. 간담회 때 감독은 기독교적 상징에 대해 뭐라고 말하던데, 그 역시 맞지 않습니다. 특히 클라이막스의 반전에서는요. 자유의지를 무시하는 기독교 우화가 무슨 소용이 있답니까?

공포물로서도 효과는 약합니다. 영화는 마치 [폴린의 모험] 단편들을 한 줄로 주욱 엮어놓은 것 같습니다. 한 시퀀스 하나 당 가인이 겪는 수난 하나씩 배정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퀀스가 끝나면 가인은 간신히 살아남지만 곧 다음 수난이 기다리고 있지요. 이게 영화 내내 반복됩니다. 미스터리도 없고 캐릭터 성숙도 없고 드라마의 발전도 없는 기계적인 난장판이죠. 괜찮을 수도 있었던 장면들은 대부분 꿈으로 낭비되고요. 연기도 문제. 텔레비전 연속극을 통해 대화법을 배운 작가가 쓴 것 같은 뻣뻣한 대사들과 나쁜 연기 지도 때문에 배우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공포영화보다는 공포영화의 패러디를 보는 것 같아요. 경험있는 베테랑들이 꽤 나오는데도 공포 장면에 들어가면 다들 눈알을 부라리며 코미디를 합니다.

영화는 짧습니다. 90분 좀 못 됩니다. 하지만 체감 시간은 그렇게 짧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몇 분 늘려서 연결부분을 가다듬고 드라마에 신경을 좀 썼다면 오히려 덜 지루했을 걸요. (07/08/10)

DJUNA

기타등등

1. 전 영화나 텔레비전에서만 존재하는 짧은 스커트 교복이 싫어요.

2. 원작 만화책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얼마 전에 재판이 나온 모양이더군요. 하긴 나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