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토니 골드윈 Tony Goldwyn

주연
애슐리 저드....제인 구데일
Ashley Judd....Jane Goodale
그렉 키니어....레이 브라운
Greg Kinnear....Ray Brown
휴 잭맨....에디 올든
Hugh Jackman....Eddie Alden
마리사 토메이....리즈
Marisa Tomei....Liz
엘렌 바킨....다이앤 로버츠
Ellen Barkin....Diane Roberts
로라 리건....에블린
Laura Regan....Evelyn
캐서린 덴트....앨리스
Catherine Dent....Alice
피터 프리드먼....스티븐
Peter Friedman....Stephen
도나 하노버....메리 루 코클
Donna Hanover....Mary Lou Corkle

제인과 에디

[썸원 라이크 유]는 자신의 파탄난 연애생활의 원인을 생물학에서 찾는 여자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제인은 최근 들어 동료인 레이라는 남자와 연애하다가 실연했습니다. 심지어 그와 동거까지 생각하다 집까지 날린 터라 화가 잔뜩 난 제인은 바람둥이 동료 직원 에디의 룸메이트로 얹혀지내면서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그러다 그녀는 뉴욕 타임즈에서 숫소들의 생태에 대한 기사를 읽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숫소들은 한 암소와 교미를 한 뒤에는 그 암소를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다른 소의 체취로 암소를 변장시켜도 말이에요. 제인은 이 이론을 인간 남성들에게 적용한다면 지금까지 그녀가 겪은 모든 일들이 말끔하게 설명된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인간 남녀의 로맨스를 생물학적인 방식으로 바라본 영화일까요? 그랬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보편적인 인간의 생물학이 아니라 제인의 심리입니다. '헌 암소 이론'이 중요한 건 그게 정말로 어떤 생물학적 진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게 제인의 현재 심리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그녀의 이론은 그녀가 룸메이트 에디에 대해 진지한 감정을 품게 되자 변질됩니다.

'변질'이라고 했습니다. 순서가 제대로 맞는다면 제인의 두번째 수정 이론은 그동안 제인이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의 반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냥 변질일 뿐입니다. 제인은 1차 이론 이후 깨달은 게 거의 없거든요.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두번째 이론을 설파하는 제인은 첫번째 이론을 발명하던 제인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자신의 현재 감정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첫번째는 그래도 매서움과 논리라도 있었지만 두번째는 그런 것도 없는 장황한 감정의 열거일 뿐이죠. 오히려 더 질이 떨어져 버렸어요.

[썸원 라이크 유]라는 영화가 약한 로맨스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단점은 더 크게 보입니다. 보통 이론이란 복잡한 현실 세계의 현상을 간략하게 설명하기 위한 틀입니다. 당연히 그 이론을 적용할 대상은 그 이론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해야 하죠. 그리고 사람들의 감정이란 원래 그만큼 복잡하기 마련입니다. 로맨스라는 것이 뻔한 몇몇 고정된 스토리 안에서도 그처럼 다양한 갈래를 찾아가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얇디 얇습니다. 실제 사람들이 아니라 제인에게 첫번째 이론을 제공해주고 두번째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 급조한 카드 보드 인형 같아요. 아무리 애슐리 저드와 휴 잭맨이 귀엽게 나오고 귀엽게 굴어도 캐릭터의 얇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대단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결국 이 영화의 진짜 목적인 로맨스 역시 약해져버리고 말았어요.

[썸원 라이크 유]는 로맨틱한 대상에 대한 이성적 접근법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영화 앞에 인용된 파스칼의 유명한 경귀를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이런 결과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01/06/07)

DJUNA

기타등등

나오미 저드가 분장사로 잠시 카메오 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