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르크 로테문트 Marc Rothemund

주연
율리아 옌치....소피 막달레나 숄
Julia Jentsch....Sophie Magdalena Scholl
파비안 힌리히....한스 숄
Fabian Hinrichs....Hans Scholl
제랄트 알렉산더 헬트....로베르트 모르
Gerald Alexander Held....Robert Mohr
요한나 가스트도르프....엘세 게벨
Johanna Gastdorf....Else Gebel
플로리안 스테터....크리스토프 프롭스트
Florian Stetter....Christoph Probst
페트라 켈링....마그달레나 숄
Petra Kelling....Magdalena Scholl
프란츠 스타버....베르너 숄
Franz Staber....Werner Scholl
막시밀리안 브루크너....빌리 그라프
Maximilian Brückner....Willi Graf
릴리 융....기젤라 셰르틀링
Lilli Jung....Gisela Schertling

소피 숄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의 아이들은 백장미 회원들을 록스타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젊고 아름다웠고 반항적이었고 세상을 향해 근사한 저항의 노래를 불렀으며 불꽃처럼 사라져갔습니다. 조건에서 빠진 게 있습니까?

하지만 당사자들인 독일인들은 팬그룹의 열성만으로 이들을 기억할 수는 없을 겁니다. 오히려 그들은 정통적인 주류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세상이 미쳐가던 1940년대의 독일에서도 정신이 똑바로 돌아가고 양심이 살아있는 누군가가 있어 전쟁과 나찌와 인종 학살에 대해 저항했다는 건 안심되는 일이니까요. 그 결과 그들은 성인으로 추대됩니다.

[소피 숄의 마지막 나날들]은 우리에게 백장미 그룹의 리드 싱어 정도로 알려져 있는 소피 숄의 마지막 나날들을 다룹니다. 제목만 봐도 여러분은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소피는 나찌에 반대하는 전단지를 돌리다 오빠와 함께 체포되고 심문받고 재판받고 처형됩니다.

영화는 최근 발견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소피 숄의 마지막 나날들을 아주 성실하게 재구성합니다. 심문과정이나 재판과정의 묘사는 공식 기록에 나와 있는 것 거의 그대로입니다. 이 영화는 분명 82년에 나온 두 편의 소피 숄 영화들보다 더 사실적인데, 그건 이 영화의 몇몇 부분들이 2년 전에 새로 발견된 소피 숄에 대한 게쉬타포의 기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피 숄이 완전한 증거가 발견되기 전에 자신과 오빠의 혐의 사실을 부인하는 초반 부분은 이 새로운 기록에 따른 것이죠. 완전무결한 성인 소피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전 이 때문에 이 사람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떻게든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는 이성적이고 현명합니다. 중간에 강한 심경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드라마도 더 좋아졌고요.

영화는 자연스럽게 칼 드라이어의 [잔다르크의 수난]과 비교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야기 자체나 주인공을 다루는 방식이 시대만 다를 뿐 거의 같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의 접근 방법은 드라이어의 영화와 전혀 모양이 다릅니다. 마르크 로테문트는 감독으로서 전면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거든요. 이런 접근법은 제가 전날 언급했던 [베라 드레이크]와도 다릅니다. [베라 드레이크]에서 마이크 리가 선택한 서술방식은 소박하게만 보일 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예술가의 창의적인 예술적 선택에 바탕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피 숄의 마지막 나날들]을 감독한 마르크 로테문트는 진짜로 겸손합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죠. 재료가 된 사건이 강렬하고 그 자료 또한 풍부해서 그것만 충실히 다루어도 드라마는 만들어지거든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피 숄인데, 감독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영화가 흐릿해져버리겠죠.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소피와 소피를 심문하는 모르 형사의 관계입니다. 모르 형사는 사악한 나찌의 캐리커처가 아닙니다. 그냥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을 성실하게 하는 공무원에 불과하죠. 그 때문에 이 두 사람의 대결은 상당한 인간적인 흥미를 끕니다. 모르 역의 배우가 조금 더 섬세한 뉘앙스의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지만 그는 노골적인 나찌 캐리커처인 판사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재판 기록을 충실하게 옮긴 것이니 그 우스꽝스러운 묘사는 분명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겠지만 다른 방법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군요. 그래도 주연인 율리아 옌치는 별다른 과장없이도 믿음직한 소피 숄의 모습을 그려보입니다. 영리하고 위엄있고 인간적이에요. 옌치의 소피를 보다 보면 나찌 판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이치에 맞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을 직접 자기 손으로 망치는 건 진정한 사악함이 아니라 졸렬함과 유치함과 편협함이니 말이죠. 그런 인간들은 웃길 수밖에 없습니다.

[소피 숄의 마지막 나날들]은 강렬하고 인상적인 실화를 들려주는 성실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영화 자체의 인상은 약해질 수밖에 없죠.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실 또는 사실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통로에 불과하니까요. (05/11/01)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로 율리아 옌치는 베를린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