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멜 브룩스 Mel Brooks

주연
빌 풀먼....론 스타
Bill Pullman....Lone Starr
대프니 주니거....베스파 공주
Daphne Zuniga....Princess Vespa
릭 모라니스....다크 헬멧
Rick Moranis....Dark Helmet
존 캔디....바프
John Candy....Barf
조지 와이너....샌더즈 대령
George Wyner....Colonel Sandurz
딕 반 패튼....롤랜드 왕
Dick Van Patten....King Roland
멜 브룩스....스크룹 대통령/요거트
Mel Brooks....President Skroob/Yogurt
마이클 윈슬로....레이다 담당자
Michael Winslow....Radar Technician
로렌 야넬....도트 매트릭스 (몸)
Lorene Yarnell....Dot Matrix (body)
조앤 리버즈....도트 매트릭스 (목소리)
Joan Rivers....Dot Matrix (voice)

멜 브룩스의 [스페이스 워즈]가 나온 해는 1987년. [스타 워즈]가 나온지 꼭 10년째 되던 해였습니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 영화가 너무 뒤늦은 패러디라고 투덜거렸지만, 10주년 기념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정말로 늦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요새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에겐 별 상관 없는 일이지요. 기술적인 면을 고려한다고 해도, [스타 워즈]가 나온 즉시 저예산 패러디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기술이 쌓인 10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었죠.

스토리. 대충 두 영화에서 이야기를 끌어오고 있습니다. 시대 배경이나 인물은 [스타 워즈]에서 빌려왔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러브 스토리는 프랭크 카프라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에서 가져 왔지요. 섞은 결과는 다음과 같아요. 자기 행성의 신선한 공기를 다 써버린 스페이스볼 종족은 그들이 만 년 동안 쓸 수 있는 신선한 공기를 가진 드루이디아 행성을 시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드루이디아의 공주인 베스파가 결혼식 도중에 달아나자, 그들은 베스파 공주를 인질로 삼아 공기를 강탈하려 합니다. 위기에 빠진 공주를 구한 사람은 떠돌이 우주인인 론 스타와 바프입니다. 도약 도중 외딴 행성에 추락한 베스파와 론 스타 일행은 우주의 현자 요거트를 만나지만 베스파는 스페이스볼의 사악한 악당 다크 헬멧에게 납치당하지요. 론 스타 일행은 드루이디아와 공주를 구하기 위해 다시 적진으로 뛰어듭니다.

스토리를 언급하는 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닐 겁니다. 이 영화가 중점을 두는 것은 지금까지, 그러니까 87년까지 나온 SF 영화들을 적당히 버무려서 코미디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수많은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들이 패러디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스타 워즈]가 있고 [에일리언], [스타 트렉], [혹성 탈출] 같은 영화들도 패러디됩니다. 다스 베이더의 엄숙한 모습은 가분수 헬멧을 쓴 키 작은 릭 모라니스에 의해 조롱당하고, 레이어 공주의 이상한 헤어 스타일은 베스파 공주에 의해 그들 나름대로 설명되지요. 사악한 괴물 자바 더 헛 대신 등장하는 인물은 반 인간 반 피자인 피자 더 헛입니다. [에일리언]에서 첫 희생자였던 존 허트는 이번에도 또 에일리언의 희생자가 되는데, 이번에 등장하는 에일리언은 워너 사 만화에 등장하는 개구리를 흉내내며 [One Froggy Evening]을 유쾌하게 불러댑니다. 영화는 종종 적극적으로 [스타 워즈]와 같은 영화들의 캐릭터 산업을 이죽대고 속편 생산을 놀려대기도 합니다.

물론 보다 막연한 장르 농담들도 있습니다. 영화는 미래 세계와 동화책의 복고적인 분위기를 뒤섞고 거기에 현대적 요소를 첨가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론 스타의 우주선은 꼭 트레일러 차처럼 생겼고, 우주선 조종사를 위한 기사용 식당 역시 전형적인 지구풍입니다. 다크 헬멧의 장엄한 우주선 꽁무니에는 뉴욕 택시에나 볼 수 있는 협박조의 스티커가 붙어 있고요.

그 다음에 등장하는 것들은 부조리한 말장난들입니다. 어떤 것은 정말 웃기고 또 어떤 것은 아주 수준 높지는 않아도 그 바보스러움 때문에 귀엽습니다. '잼'이니 '요거트'니, '샌더즈 대령'이니, '카프카'니... 여기서 다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런데 제가 지금 무얼하고 있는 것일까요? 페이지의 반을 '이 영화는 이런 농담을 했다'로 채우고 있군요. 사실 그 이상은 할 말도 없습니다. 이 영화는 귀엽고 꽤 재미있지만 농담은 늘 표피 밖에 머물고 있을 뿐입니다. [영 프랑켄슈타인]이나 [블레이징 새들]과 같이 할말 많은 영화는 아니지요. 아마 이 영화가 평론가들에게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것도 그 때문일 거예요. 분명 브룩스의 전작들에 비해 떨어지는 작품이고 전작들이 가지고 있던 고전 영화들에 대한 애정 역시 보이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패러디 영화에 익숙해진 요새 관객들에게 [스페이스 워즈]는 오히려 더 괜찮은 영화로 보입니다. 그토록 패러디 영화라는 장르의 생산성이 낮았다는 말도 되지만, 브룩스의 후기작들이 [스페이스 워즈]보다 훨씬 조악한 작품들이었다는 말도 됩니다. 나중에 브룩스의 필모그래피를 챙기는 학자들은 [스페이스 워즈]를 브룩스의 마지막 가작으로 분류할 겁니다. (00/08/16)

DJUNA

기타등등

배우들은 요새 보기에 더 흥미롭습니다. 빌 풀먼과 같이 그 뒤에 스타가 된 사람도 있고, 매들린 칸이나 존 캔디와 같이 고인이 된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