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잭 힐 Jack Hill

주연
론 채니 주니어....브루노
Lon Chaney Jr.....Bruno
캐롤 오마트....에밀리 하우
Carol Ohmart....Emily Howe
퀸 K. 리데커....피터 하우
Quinn K. Redeker....Peter Howe
베벌리 와시번....엘리자베스
Beverly Washburn....Elizabeth
질 배너....버지니아
Jill Banner....Virginia
시드 헤이그....랄프
Sid Haig....Ralph
메리 미첼....앤 모리스
Mary Mitchel....Ann Morris
칼 샨처....슐로커
Karl Schanzer....Schlocker
맨탄 모얼랜드....우체부
Mantan Moreland....Messenger

"거미 놀이 할까요?"

메리 신드롬은 근친상간 때문에 발생한 희귀한 유전병입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정신과 육체가 점점 원시인 수준으로 퇴화해버리죠. 친절한 집안 운전사 브루노의 보호 아래 메리 저택에 살고 있는 세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랄프는 이미 인간보다는 원숭이처럼 행동하고,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엘리자베스와 버지니아는 살인광들이에요. 브루노의 걱정이 얼마나 큰 지 여러분도 짐작하시겠죠. 이럴 때에 집안의 돈을 탐내는 수상쩍은 친척들과 변호사가 저택에 찾아왔으니 어쩌나요?

이 정도 소개만 봐도 잭 힐의 [스파이더 베이비]의 분위기를 짐작하실 수 있겠죠. 잭 힐의 이 영화는 카니발리즘과 살인을 테마로 한 코미디입니다. 론 채니가 능청스럽게 부르는 주제가부터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아요. 영화의 분위기는 은근슬쩍 [스쿠비 두]를 닮았습니다. 특히 집안 손님들이 손전등을 들고 한밤중 저택을 누비는 장면은 그냥 [스쿠비 두]에서 따온 것 같습니다. 단지 피투성이 살인이 추가되었을 뿐이죠.

영화는 선악의 구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습니다. 엘리자베스와 버지니아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광이지만 영화는 그들을 악당으로 그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그냥 천진난만한 아이들일 뿐이에요. 오히려 냉정한 변호사 슐로커가 악역에 더 가까운데, 그렇다고 그가 정말 사악한 일을 저지르는 것도 아닙니다. 브루노는 정말로 선한 인물이지만, 그가 그 동안 두 자매가 저지른 수많은 살인에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죠. 그 때문에 우린 특정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는 대신 살짝 거리를 두고 그들이 저지르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느긋하게 감상하게 됩니다. 호러와 코미디라는 두 장르를 섞어 만든 샐러드에 뿌릴 소스가 완성된 것이죠.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60년대 스타일로 능글맞은 영화인데, 당시 관객들은 이 뻔뻔스러움을 잘 견뎌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적어도 배급업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요. 첫 시사회 때 20분 만에 사람들이 다 나갔다고 하더군요. 영화는 몇 년 동안 제대로 개봉되지 못한 채 창고 안에 박혀 있었고요. 이해가 가기도 해요. 순수한 호러 영화로도 [스파이더 베이비]는 꽤 앞선 영화였으니까요. [싸이코]와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의 사이에 만들어진 영화이면서 벌써부터 장르를 놀려댔단 말이죠. 물론 잭 힐에겐 그런 의도가 없었겠지만 현대 관객들에겐 그렇게 보입니다.

영화의 만듦새는 괴상합니다. 풋내기 감독이 극저예산으로 만든 싸구려이고 그런 티가 사방에 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격조가 느껴져요. 로널드 스타인의 음악이나 알프레드 테일러의 흑백 촬영은 그냥 A급이에요. 잭 힐은 DVD 부록에서 자긴 연기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그냥 배우들 알아서 하라고 시켰다고 하는데, 그런 자유방임 속에서 스타일이 전혀 다른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요. 론 채니 주니어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이 영화를 꼽아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적어도 전 유니버설 고전 영화들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보다 [스파이더 베이비]의 연기가 더 좋군요. (07/11/23)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도 리메이크 계획이 잡혀 있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