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케빈 맥도널드 Kevin Macdonald

주연
러셀 크로우....칼 매카프리
Russell Crowe....Cal McAffrey
벤 애플렉....스티븐 콜린스 하원의원
Ben Affleck....Rep. Stephen Collins
레이첼 맥아담스....델라 프라이
Rachel McAdams....Della Frye
헬렌 미렌....카메론 린
Helen Mirren....Cameron Lynne
로빈 라이트 펜....앤 콜린스
Robin Wright Penn....Anne Collins
제이슨 베이츠먼....도미닉 포이
Jason Bateman....Dominic Foy
제프 다니엘스....조지 퍼거스 상원의원
Jeff Daniels....Senator George Fergus
마이클 베레스....로버트 빙엄
Michael Berresse....Robert Bingham
해리 레닉스....도널드 벨 형사
Harry Lennix....Det. Donald Bell
조시 모스텔....피트
Josh Mostel....Pete
마이클 웨스턴....행크
Michael Weston....Hank
배리 샤바카 헨리....진 스타비츠
Barry Shabaka Henley....Gene Stavitz
바이올라 데이비스....주디스 프랭클린 박사
Viola Davis....Dr. Judith Franklin

카메론, 델라, 칼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BBC 6부작 시리즈를 각색한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무대가 미국 워싱턴으로 옮겨졌고 할리우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지만 여전히 영국세가 강한 편이죠.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했고 감독 캐빈 맥도널드도...음, 사실 이 사람은 스코틀랜드 출신입니다만, 하여간.

영화는 별 상관없어 보였던 두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사건 A에서는 마약중독자인 흑인 소년이 살해당하고 그 현장을 목격한 남자가 중상을 입습니다. 사건 B에서는 국방성의 외주를 맡은 포인트코프라는 용병 회사의 청문회를 준비 중이던 하원의원 스티븐 콜린스의 보좌관 겸 숨겨놓은 여자친구가 지하철에서 사고로 죽습니다. 사건 A를 추적하던 워싱턴 글로브의 기자 칼 맥카프리는 이 두 사건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건 B를 담당한 신문사의 블로거 델라 프라이와 함께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캐기 시작합니다. 그의 입장은 다소 난처한데, 그건 그가 콜린스의 오랜 친구이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요약하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고전적인 신문기자 스릴러입니다. 전통과 역사가 있는 장르이고 걸작들도 많죠. 언론인들이 이유 있는 직업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나 유지 가능한 장르이긴 합니다만. 얼핏 [대통령의 사람들]과 비교할 수도 있겠군요. 물론 이 영화는 거의 전적으로 픽션이라, 관객들을 자극하기 위해 교활한 살인청부업자를 등장시킨 암살 장면과 총격전 장면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만.

영화에는 고전적인 주제로 출발합니다. 취재원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사건 당사자와 개인적 친분관계가 있다면 어떻게 거리를 유지해야 할 것인가, 사건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경찰과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 언론인으로서 권력과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 여기에 지금의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주제와 소재들이 추가되지요. [대통령의 사람들] 시대와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시대는 다릅니다. 신문은 인터넷에 잠식당했고, 블로거들이 언론인들의 자리를 차지하려 노리고 있고, 탐욕스러운 거대 미디어 재벌들이 신문사들을 집어삼키고 있으며 기사의 질은 필연적으로 떨어져 갑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다스 베이더 역할을 하고 있는 용병회사 포인트코프 역시 지극히 현대적인 설정입니다.

영화는 거의 교과서적인 스릴러입니다. 관객들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이런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언론계와 정치판의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주려 하고 있지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역시 그 시스템이 움직이는 과정을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잡아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배우들도 자신의 캐릭터들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고 그 흐름 안에서 움직이게 노력하고 있고요. 사실 별 노력도 필요 없습니다. 러셀 크로우나 헬렌 미렌은 그냥 분장하고 대사만 읊어도 캐릭터가 나오는 걸요.

단지 각색의 약점은 있습니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가 다루는 세계는 미니 시리즈처럼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시스템의 구석구석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자잘한 사람들을 다 커버할 수 있지요. 이 영화에서는 제한된 러닝타임 때문에 맥카프리와 프라이의 이인조 활약극으로 스토리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 원래 설정이 가졌던 매력이 많이 날아가 버립니다. 맥카프리와 콜린스 부부와의 관계 역시 보다 긴 시간을 두고 다루었어야 더 잘 살았을 거예요. 지금은 비율이 조금 어색한 상태입니다. 사건의 무게에 비해 해결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역시 짧은 러닝타임 때문이겠죠.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주인공들은 용하게 적들에게서 살아남아 승리를 거둡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아슬아슬한 승리입니다. 과연 언제까지 이들이 이 험악한 세계에서 신문기자 스릴러의 주인공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09/05/01)

DJUNA

기타등등

원래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 주연으로 계획되었던 영화죠. 노튼은 조금 아깝지만 크로우를 캐스팅한 건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던 것 같습니다.